재수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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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봤다.
결과는 화작확통세사정법 163145.
누군가는 비웃고 누군가는 혀를 끌끌 차겠지만 난 성적에 대해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도 없다.
오히려 내가 부끄러운 것은 이 성적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울지도 분노하지도 못한 내 자신의 모습과 처지였다.
그야, 애초에 공부를 안했는데 왜, 어째서, 누구에게 감정이 생기겠는가?
소싯적부터 난 줄곧 똑똑이, 영재소리를 듣고 지내곤 했다.
부모님께선 나에게 온갖 전집들과 책을 사주셨다.
비록 대부분은 학습만화였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마음에 드는 책을 직접 사기도 했었다.
어린시절의 난 왜 그렇게까지 책을 좋아했을까.
그 떄의 난 병약한 아이였다.
천식 때문에 맨날 호흡기를 달고 다니는 처지였고, 친구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에게 위안을 주는 유일한 친구는 책 뿐이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 난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일찍 일어나야만 했던 나에겐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놀이'가 생겼다.
그건 바로 매일 아침마다 할아버지께서 다 읽으신 신문을 주워 다시 읽는 것.
어린 마음에는 맨날 꼬불꼬불 어지럽게 적혀있던 한자들도, 정치인들의 싸움 소식도, 사회의 온갖 희로애락들도 마냥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였다.
신문을 읽어가면서 난 처음으로 배움의 기쁨을 느꼈다.
그 어린시절의 경험들 덕분인지 학교시험은 내내 순조로웠다.
그렇게 학군이 좋지도 않은 지방 공립학교에서는 얄랑한 경험과 지식도 나를 독보적인 학생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겐 '시험범위'였던 지식들은 나에겐 이미 '상식'이었다.
그렇게 난 전교1등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내가 다닌 중학교도 초등학교와 수준이 별반 다르진 않았다.
아버지가 교수였던 여자아이 한명 덕분에 만년 전교2등이긴 했지만, 그곳에서도 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별 노력도 없이.
별 노력도 없이 쟁취한 성적은 나에게 최고의 우군이었다.
선생님들은 내가 사회성이 떨어지고 어리숙하더라도 그저 '공부를 잘하니까'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모범생이요 노력하는 아이, 열정이 있는 아이라고 치켜세워줬다.
처음의 난 그 타이틀들이 버겁고 부담스러웠다.
그야 난 공부를 딱히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저 학원수업만 듣고 학교 수업만 듣는 '의무'를 다했을 뿐이니까.
그러나 어느새 난 그 타이틀들이 진짜로 나를 상징하는, 아니 나 자체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파멸은 이미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중1 때, 학원 선생님께서 나에게 고등 수학 선행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난 선생님의 권유를 무시하였다.
내가 누구인데, 지금까지 특별했고, 앞으로도 특별할 나일터인데.
선행은 나에겐 '일반인'들이 아등바등 성적을 내기 위해 선택한 묘수일 뿐이었다.
어쨌든 3년간의 중학교 생활 후 중3 마지막 시험을 올백으로 멋지게 마무리 한 나는 당당하게 고등학교에 입성했다.
그리고 중3 12월, 처음으로 풀어본 모의고사에서 난 5등급짜리 수학과 영어 시험지를 받아야만 했다.
정신이 아찔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3년 내내 중학교 시험만을 대비하면서 단어를 외우지도, 수학을 크게 대비하지도 않은 나에게 그 점수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당시의 나는 이미 내가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세상의 섭리라 생각하는 광신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광신도에게 신이 보내는 최후의 복음은 자멸일지어니.
예비 고1기간 동안 학원을 바꿔가며 어떻게든 독해법을 배운 끝에 영어는 3모에서 3등급까지 올릴 수 있었지만, 수학은 결국 5등급이었다.
그나마 한가지 위안점은 국어와 사회, 과학은 1등급을 유지했단 정도?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겠다고 순간 다짐한 나였으나, 하필 우리세대는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을 1학년으로 보낸 세대였고, 온라인 수업 속에서 내 학습습관 따위 잡힐리가 없었다.
학원 수업을 어거지로 따라가며 고1 생활은 어찌저찌 전교 12등. 내신 2.04로 마무리하는데 성공하였다.
어릴 때부터 난 과학에 소질이 있는 아이인줄 알았고, 그렇기에 당연히 이과반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미 중학생 때부터 방치된 내 온갖 문제점들은 고름이 되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공부를 한번도 내 의지로 해본적 없던 나에게 자습은 그저 고문시간일 뿐이었고, 점차 학습량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점차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던 나의 정신상태를 확실하게 파멸시켜버린 것은 고2 6월 초의 그 사건이었다.
어머니께서 척추쪽 신경질환으로 쓰러지셨다.
서울로 올라가 급히 긴급수술을 받으셔야만 했다.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었단 소식은 트리거가 되어 아버지의 알코올중독을 재발시켰다.
결국 난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아버지와 홀로 칼을 들고 대치하다가 경찰이 오고서야 집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이후 3일여간 노숙까지 한 끝에 겨우 친척의 집에 얹혀살 수 있었지만 당시 내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꽤 큰 것이었다.
먼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니 학원을 제때 가지도, 자습에 제때 참여하지도 못했다.
결국 난 평균 1등급 이상이 떨어진 3.45가 적힌 1학기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떨어지는 성적은 점점 성적과 직결된 내 자존감-존재가치를 함께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크게 예민해진 나는 이내 학원 선생님과의 불화까지 겹쳐 아예 학원마저 쉬어버리고 여름방학을 통쨰로 놀기 시작했다.
2학기가 되고서는 더이상 수업을 듣지도 않고 과제를 수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매일 커뮤니티와 유튜브로 시간을 보냈다.
친구와 싸우다 다리가 골절되어 또 병원 핑계를 대며 학교를 빠졌다.
2학년 2학기의 성적표는 4.45.
점점 나는 모범생도, 공부 잘하는 아이도 아닌 문제아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고2의 그 사건 이후 아버지의 병세도 더 심해져 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고3 겨울방학을 보냈다.
그렇게 수세에 몰린 내가 받아든 고3 3모 성적표는 15153.
그러자 난 최악의 선택을 해버린다.
과탐에서 사탐으로, 수시에서 정시로 가자는 선택을.
사탐으로 바꾼 것은 내가 내 숨겨진 성향을 찾은 것과 동시에 내 떨어지는 수학 점수를 생각하면 그러려니 해도, 정시로의 탈출은 확실히 도피가 맞았다.
하지만 난 항상 나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다. 아니, 가능성'만' 믿었다.
공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난 13111을 맞고 시립대 정도는 가주겠다는 허황된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6모에서 15334를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아버지의 증세가 시작되고 난 공부를 아예 놔버렸다.
점점 내 우울증세는 심각해졌고 새로 먹기 시작한 항불안제 때문에 9모에서 국어마저 3이 뜨자 아예 학교를 뛰쳐나가기도 했다.
수시마저 2논술 2상향교과라는 예능에 가까운 지원을 해버리고 난 수능이 다가오는 시점에 수능 수험표와 폐쇄병동 입원 신청서를 같이 두고 고민할 처지가 되었다.
결국 수능날은 와버렸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고, 역설적이게도 나를 옥죄여오던 압박감이 사라지고 나서야 난 현실의 참담함을 제대로 직면할 수 있었다.
지방사립대 문과마저 불확실한 가채점 성적이 나오고 이틀 뒤 연세대 논술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당연하지만 탈락.
그런데 그 날, 나와 같은 중학교에서 전교권을 다투던 그 여자아이가 연정외에 수시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서야 난 내 인생이 비참히 몰락해버렸단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참으로 우스꽝스럽지만, 비극적인 자멸이었다.
그런데, 그 날 밤을 눈물로 지새우는 나에게 아버지께서 말없이 나에게 종이 한장을 건네주셨다.
바로 내가 받았던 중3 마지막 성적표.
당시 당신께선 크게 기뻐하시며 코팅까지 하고 대대로 물려주자고 하셨던.
성적표를 받아들고 수능 성적표와 비교해보았다.
분명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성적표였지만, 결국 둘 다 내가 받은 성적표였다.
지금의 난 그리 상태가 좋지는 않다.
내가 가진 병과 내 마음속 어둠은 아직도 잊을만 하면 나를 집어삼키기 일쑤다.
아버지의 병세도 어찌될지 알 수 없다.
비록 좋은 학교에 입학할지라도 대학원까지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나에겐 확고한 것이 몇가지 있다.
정치학자라는 확고한 꿈이 존재하고, 부모님이란 확고한 지지자가 존재하며,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는 확고한 아쉬움이 있다.
분명 몇배는 어려울 것이다.
몇배는 괴롭고, 힘들며,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고, 난 해낼 것이다.
단지 좋은 학교에 가겠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난 평생을 나 자신이 무능하고 어리석은 존재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남들에게도 쓰레기같은 존재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난 나 자신이 무언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 아니, 증명해낼 것이다.
그것이 내 뒤틀린 정신을 바로잡고 남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에.
내가,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기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시험이기에.
쉽기 때문이 아니다.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도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 진정한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4 수능 언매미적세사정법 응시
목표: 정시 서연고 정외과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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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 어려운거 있으면 제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드릴게요응원합니다
이분은 진짜 하면 잘해낼 분이신 듯… 화이팅해여
항상 화이팅하세여
할뚜이따 할뚜이따
내년에 설정외에서 봅시다
ㅎㅇㅌ!
개씹가능
브금 존나 웅장하네 ㅋㅋㅋ

힘든 상황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 언제나 대단하고 생각합니다. 늘 응원하고 있어요. 화이팅!!파이팅
화이팅!!! 감동적이다
파이팅
저랑 목표가 같으시네요 내년에 학교에서 봅시다.
아폴로게이 응원합니다
서울에서 꼭 봐요
세계사 선택자라니 대단합니다
반드시 내년에 인서울 대학에 여유롭게 원서 넣으실 수 있길 응원합니다
이렇게 또 한명의 세계사가
님 국어 잘하시니까 성공확률 압도적임..수학 차근차근 하시고 국어 꾸준히만 하면 ㅆㄱㄴ!! 응원합니다!
홧팅

아름드리 피어오를 꽃이 될지니국어만 잡히면 반은 한건데 님은 벌써 했네요. ㅎㅇㅌ!
필력 개쩐다 ㅋㅋㅋㅋ
화이팅입니다 남의 재수선언문 이렇게 술술 읽은적 처음임
ㅈㄴ 멋있다. 응원합니다
연대 정외과 가즈아!!
"젊은이여 그 길은 너의 것이다"
가능 가능 씹가능
제발 재종이나 독재라도 가셈 비슷한 사례를 많이 봐서 그런데 어디든 들어가면 성공함
응원합니다
빰 빰 빰 빰

필력 머선일??님은 뭘해도될듯요 홧팅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응원할게요!!화이팅!!!!!
영화 시작
현대문학으로 나오기에도 충분한 글솜씨
무조건 할수있습니다 화이팅 화이팅
일단 국어가 씹 지리는 상황이면 사실상 좀만 열심히 해도 성적 상승 ㅆㄱㄴ
국어 베이스 씹상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