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유 [109674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12-08 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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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가득한 수시벌레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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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오전 11시.


수학 몇 문제에 한 마리 정시벌레가 수시충이 되어버렸다.


가채점 대로라면, 최저는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답 고칠 때 엉뚱한 문제에 손을 댔으면,

시험지에 푼 내용을 omr에 잘못 옮겨적었으면,

시험지와 마찰해서 다른 칸에 잉크가 번졌으면,


희망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은 그저 신기루처럼 손끝에서 흩어질 것이다.


물론 실=가인 가능세계가 현실과 가장 가깝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아, 그렇다고 하여 내가 대학 합격증을 쟁취할 수 있을까.


두 번의 금요일. 최초합 발표가 나오는 날이다.


서류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슷하다. 아니, 내신과 전공적합성에서 다소 불리하다.


면접은 그럭저럭 하거나, 아예 망쳐버리기도 했다.


게다가, 논술으로 내가 얻은 것은 컴퓨터 사인펜 한 자루 뿐이다.


3배수, 6배수로 남발하는 면접 초대장은 그저 공수표일 뿐이다.


지금 확실한 것은 몇 개의 1차 불합격 결과와, 논술로 대학 가기는 글러먹었다는 사실 뿐이다.




(N+1)수는 절대 불가하다.


이번 수능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 나의 오만함이 불러온 필연일진대, 염치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이를 실수로 취급하여 다시 한번을 외치겠는가?


그러니 나는 강물을 등지고 공허한 하늘을 바라보며, 다가올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타오르는 들불이 지나간 후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차갑게 굳어버린 심장을 녹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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