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534033] · MS 2014 · 쪽지

2015-05-11 2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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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쳐서 비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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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에는,
나는 몹쓸히도 상스럽게 되어서
달빛을 잊은 창가마냥
그대 한 줄기 내게 내리지 않을까,
휘청 휘청거리고 하오.

나는 그토록 사랑받던 나요
불빛을 잊은 가로등 아래에서
흩어지는 기억을 부여잡아
한숨으로 움켜쥐오
펜대 하나로 쥐어짜는 추억이라
사랑의 원액은 참으로 희멀겋소.

험한 나에게 너는 언제나 한 편의 시-
가사가 없어도 나는 글을 쓸 수가 있소

나는 언제나 상스럽게 너를 쓰고
나는 언제나 천박하게 너를 쓰니,

세상 있는 모든 수식이 너무나 부질없소


그대 사랑, 한 움큼 두어 조각만 나를 지키시오
나는 수천 줄의 미사여구를 토해낼 수 있소이다.


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에는,
나는 처절히도 안쓰럽게 되어서
탁주를 잊은 술잔마냥
그대 다시금 나를 찾지는 않을까,
휘청 휘청거리고 하오.

휘청거리는 날에는,
나는 곤란히도 서글프게 되어서
강박을 앓는 환자마냥
마치 정제되지 않는 관념-

나는 언제나 상스럽게 쓸 것이오
이 글은 형식도 옳지 못하오
무분별한 정형이오
그러니-

그대 우울해지는 밤에는 함께 상스러워도 좋을테요
그대 내글을읽는 밤에는 조금 천박해져도 좋을테요

그대와 나, 밤새 울고 울며 안고
함께 젖은 물 속에 흠뻑 잠겨
거친 걸레로 얼굴을 닦고
아침을 맞는다면,

다시 사랑하기 좋은 날일게요.


주룩주룩도 비가 내리오-

흐르는 비가 고이시면, 그대 사랑도 고이시오
흐르는 비가 그치시면, 그때는 그치지 마시오

그대 사랑은
흘러가 버리지 마시오.

내 눈물이 그쳐도
그대는 그치지 마시오.

그대 사랑은
계속 나를 다그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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