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하기 [1111464] · MS 2021 · 쪽지

2022-11-27 17:40:47
조회수 3,832

평가원이 나를 억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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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까라니! 그냥 실력이 부족해서 못 본 것 아닐까요?

...

국어랑 수학 공통까지는 제 잘못인 것 같습니다.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기하?


...


......

기하는 당연히 다 맞았습니다. 저는 기하를 잘합니다. 제가 왜 기하를 선택했겠습니까? 그런데 과목 간 유불리를 줄이겠다는 분들께서 "수능" 기하 난이도를 교육청 이하급으로 내 버렸습니다. 9모때도 쉬워서 미적한테 표점이 딸렸는데 자기들이 내 놓고 모의고사 표준점수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이번 수능 기하 8문제를 푸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계산실수를 한 번 해서 다시 푸느라 시간 낭비까지 했는데도...

 말로는 사설급 난이도로 나와달라고 빌었지만 솔직히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작수급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6월 난이도정도는 나와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한 나의 잘못인가?




지나간 일이야 뭐 어쩔 수 없지만, 현역 때 멍청하게도 미적분이 유리하다는 말에 휘둘려 기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후회됩니다. 작년만큼은 유불리가 없었는데...참고로 작년 성적은 공통 만점 미적분 -2입니다.





억까가 기하에서 그쳤으면 차라리 탐구에서 만회하면 되니 괜찮았을텐데



물리1?

제가 물리를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수능에서 커하를 찍었습니다. 물1 만점입니다.

와! 만점이고 잘 봤으니 그만 아닌가요?

...

잘 봤지만 못 봤습니다.

내가 아무리 잘 봐서 만점을 받았어도 다같이 만점을 받아버리면 못 본 것이 됩니다. 현재 물리1 예상 등급컷은 47이며, 만표는 70이 될까 말까 하고, 백분위 역시 99라는 예측이 다수입니다. 시험 보면서 시간도 충분하고 실수나 못 푼 문제도 없는 것 같길래 드디어 물리 만점을 한 번 받아볼 수 있겠구나 하고 감동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채점하고 등급컷을 보니 감동은 무슨 시험이그냥겁나쉬웠던거네?


대학마다 반영 방식이 다르므로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역 때도, 반수 때도 제 유일한 목표는 서울대학교뿐이었으며, 서울대학교는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예상 만표 70은 과학탐구 8과목 중 2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특히 올해는 사회탐구도 어렵게 나와 대다수의 사회탐구 과목들도 물1보다 표점이 높은 상태입니다.

 다른 대학들도 변표나 백분위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백분위가 99가 떠 버리면 손해입니다. 만점이지만 만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올해 과탐 물1 빼고 어려웠다던데! 그럼 제2선택을 잘 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지구과학2.

제2선택이 하필 그 지구과학2.

투과목 표본을 뚫고 작년 수능에서 1컷 40, 만표 77이라는 역사에 남을 기록을 찍고 유명해진 바로 그 과목입니다.

올해는 제가 그 투과목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

기가 막히게도 지2마저 못 본 것이 돼버렸습니다. 

현재 지구과학2 예상 1컷은 47, 만표 69, 백분위 99입니다. 과학탐구 8과목 중 "가장" 낮습니다. 유일하게 예상 만표가 70을 넘지 못합니다. 작년엔 6월에 어려웠다가 9월에 1컷 50을 띄워서 수능이 불로 나왔지만, 올해는 6월도 9월도 어렵길래 아! 드디어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을 똑바로 해주는구나 하고 좋아했더니 6월보다도, 9월보다도 수능을 더 쉽게 내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모양입니다.


작년 수능에서는 44점을 받고도 71점에 99가 나와 덕을 좀 봤지만, 올해는 50점을 받고도 69점입니다. 원점수를 6점이나 올렸지만 사실은 2점이 떨어진 것입니다. 작년에는 2과목 중 지2만 어렵게 나와 준 덕분에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올해는 우리 지구과학2께서 2과목은 물론이고 무려 전 과목에서 가장 쉽게 나와 주시는 바람에 상당히 불리해졌습니다.


시험장에서 물1 느낌상 만점인데 지2도 다 풀고 시간 꽤 남고 만점 각이길래 속으로 "아, 됐다"하고 좋아했습니다. 국어랑 수학에서 좀 실수한 걸 만회할 수 있겠구나, 드디어 노력이 결실을 맺는구나 하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역시나 채점을 해보니 확실히 뭐가 되긴 됐는데 그냥 됐다가 아니라 "ㅈ됐다"였던 모양입니다.






겨우 1~2점 가지고 불리하네 마네 엄살이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수능을 아깝게 망쳐 N수, 특히 반수를 하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철저한 정량평가인 정시에서 현역 때 제 입시 결과는 그 "단 1점"에 정말 크게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1점도 안 되는 0.xx점 차이로 가군도, 나군도, 다군도 과를 바꿔 쓰고 합불이 갈리고 했지만 굳이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다들 과탐이 역대급으로 어려웠다, 사탐도 전례없이 어려웠다고 여론이 들끓는 모양인데, 제 입장에서는 정말 부럽습니다. 내가 본 과목은 전혀 어렵지가 않았는데. 표점이 떡락할 각인데. 한두 과목도 아니고 내가 본 4과목 중 3과목만 정확히 골라서 저격당했는데. 차라리 지1물2를 했었다면 현역 때는 망했을지라도 재수는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화작기하물1지2가 아닌 걸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은...서울대 내신반영과...아직 아무도 모르는 실채점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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