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7번에 나온 어휘들의 현대 국어에서의 형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566821
1. ㅴㅣ니: '때/끼니'의 옛말
'ㅴㅣ'는 '때'를 '니'는 미곡(米穀)을 뜻하였다고 하며 원래 중세 때는 'ㅵㅐ(>때)'와 같은 뜻으로 쓰였습니다. 근대에 들어서며 의미가 '특정 시간에 먹는 밥'이라는 의미로 바뀌며 아예 밥에만 한정되게 되고 ㅂ이 탈락한 형태에서 경음 표기 방식이 각자병서로 정립됨에 따라 '끼니'라는 형태로 굳어졌습니다.
2. 붇: '붓'의 옛말
'붇'은 원래 筆의 상고음 [piet](다르게 재구될 수 있음. 벡스터-사가르 재구음은 ut으로 표기)에서 온 말로 종성에 ㄷ이 쓰였습니다. 중세의 ㄷ과 ㅅ은 종성에서의 음가가 달랐으니 'ㄷ'으로 표기되었는데 17세기부터 '붓'이 등장합니다. 이 '붓'이 17세기의 표기 경향을 따른 건지, '붇'이 '붓'으로 변한 건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 18세기에 '붓스로다'라는 중철 표기가 보이니 이때를 기점으로 '붇'의 종성 ㄷ이 아예 'ㅅ'으로 대체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사ㅸㅣ: '새우'의 옛말
'새우'는 15세기에 보이는 '사ㅸㅣ'로 소급됩니다. 15세기 말쯤에 ㅸ이 반모음 [w]로 바뀜에 따라 'ㅸㅏ(βa)'가 '와'로 바뀌는 등 w계 이중모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ㅸㅣ(βi)'는 '위'로 바뀌거나 '이'로 바뀌었는데 '사ㅸㅣ'는 '사이'로 변하였습니다. 16세기에는 뜬금없이 '사요'와 '사유'라는 표기가 나타납니다. ㅸ가 쓰이던 놈이 j계 이중모음을 지니는 게 특이합니다. 17세기에는 '새요'와 '새오'가 보이고 근대 국어 후기에 이중모음이었던 ㅐ가 단모음 ㅐ[ɛ]로 변하고 '새오'의 'ㅗ'가 'ㅜ'로 바뀌어 19세기에 '새우'라는 표기가 보이게 됐습니다.
이 '새우'가 정착해 표준어가 된 것입니다. 참고로 '새우'가 '사리다'의 옛말인 'ㅅㆍㄼ다'에서 왔다는데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리다'는 월인석보에서도 '사리다'로 쓰였으며 15세기부터 어형 변화가 없이 쓰인 말입니다. 'ㅅㆍㄼ다'는 '사뢰다'의 옛말이며 說을 옮겨 쓸 때 'ㅅㆍㄼ다'가 쓰였으니 '몸을 감다'를 뜻하는 '사리다'와는 아예 관련이 없습니다. "새우도 몸을 사리니까 그 모양을 본떠서 '새우'는 '사리다'에서 왔을 거야!"라고 하는 건 흔하디흔한 민간어원입니다.
4. 스ㄱㆍㅸㆍㄹ: '시골'의 옛말
'스ㄱㆍㅸㆍㄹ'은 15세기 문헌에 등장하는데 15세기 후반에 순경음 비읍이 반모음 w로 바뀌면서 '스ㄱㆍ올'로 쓰이게 됐습니다. 여기에 2음절의 'ㄱㆍ'와 3음절의 '올'이 합쳐져 '스골'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16세기에는 제1음절에 ㅣ가 첨가된 '싀골'이 등장하였는데 첨가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근대국어 후기에는 자음 뒤에서 이중모음 'ㅢ'가 'ㅣ'로 발음되는 경향에 따라 'ㅣ'로 변한 '시골'이 등장하였습니다. '싀골'과 '시골'이 경쟁하다 '시골'이 선택되었습니다.
한편 역주 선종영가집언해(15C)에는 '스굴히'가 보이는데 이를 통해 '스ㄱㆍㅸㆍㄹ'이 ㅎ종성체언이었을 가능성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굻'이 이 문헌 하나에서만 나온다는 점에서 오기일 수도 있어 아직 ㅎ종성체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5. ㅶㅏㄱ: '짝'의 옛말
'짝'은 15세기 문헌에 보이는 'ㅶㅏㄱ'으로 소급되는데 ㅂ계 합용병서는 두 자음이 각각 소리가 나는 자음군이었습니다. ㅅ계와 달리 두 자음군이 모두 발음되었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ㅂ이 남아있는 언어 화석과 된소리가 될 수가 없는 'ㅷ'이 그 이유입니다. 18세기에 자음군 ㅶ이 된소리로 바뀌어 근대 시절 경음 표기인 ㅅ계 합용병서 중 하나인 ㅾ이 쓰여 'ㅾㅏㄱ'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경음 표기가 각자병서로 통일됨에 따라 '짝'으로 굳어졌습니다.
이 '짝'을 한 번 더 분석하면 'ㅶㆍ-+-악'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숭녕 선생은 '뜨락(뜰+악)', '가락(가ㄹㆍ+악)' 등의 예처럼 지소 접미사 '-악'이 붙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물론 현재 '뜨락'이나 '가락', '짝'은 다 단일어입니다.
6. ㅎㆍㄺ: '흙'의 옛말
'흙'은 'ㅎㆍㄺ'으로 소급되는데 16세기에 '흙'으로 변하였습니다. 원래 아래아 제1차 소실은 제2음절 아래의 아래아가 ㅡ로 변한 것인데 '흙'은 제1음절의 아래아가 ㅡ로 변한 겁니다. 다른 어휘에서 제1음절의 'ㆍ'는 그대로 'ㆍ'였는데 '흙'의 'ㆍ'는 'ㅡ'로 바뀌었다는 점은 특이합니다. 원래 임진왜란이 끝나고 아래아의 음가가 흔들리면서 제2음절 이하에서 ㅡ로 바뀌고 18세기쯤 가면 제1음절의 아래아가 ㅏ로 바뀌었는데 '흙'은 하여튼 특이합니다. 그래도 19세기까지 'ㅎㆍㄺ'과 '흙' 둘 다 쓰였는데 현대 자모 체계에서 아래아가 완전히 퇴출되자 '흙'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계림유사에선 "土日轄希"라고 하여 '흙'은 '轄希(할희)'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 한자음은 '할희'이지만 그 당시 고려어를 재구할 때 ㅎ과 ㄱ은 유사한 발음이었다고 보기에 'härki' 정도로 재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충 발음은 [흘기] 정도이겠고 역시 ㄱ이 발음되었으리라 추측됩니다. 중세에서도 ㄹ 겹받침은 두 자음이 모두 발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다 근대 때부터 자음군단순화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해서 현대 발음은 [흑]이 됐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매번 0
학교 갈 때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가는 길이랑 겹치는데 난 중간에 내려서 ㅈㄴ 낮은...
-
나랑 완전 다른삶을 살았고 살고있고 살게될 사람이 쓴 음악이 힘이된다는게
-
증원 철회하지말라고 학부모들이 소송건다는 기사를 얼핏본거같은데 이거 될거같음? 궁금하니 투표 ㄱㄱㄱ
-
잘자 4
아뇽~
-
잔 4
다
-
손창빈 문학정립 0
이거 구하는 법 없나요ㅜㅜ 너무 풀고 싶은데…
-
이해원 시대기출<- 요놈 끝냄
-
제곧내
-
도대체 관심사가 뭐임? ㅈ같은 수학문제 푸는법? 엄위도이칠란트한 길이의 글 독해?
-
레전드 진실임 뻘글쓴다고 저격당하는 꿈
-
와 실화냐 0
내일 발표라 밤새려했는데 오늘 3시에 눈떠져서 지금 자료 다만듦 신이 나를 살려 주셨네
-
이 문제의 가장 핵심 난점은 1/(k+1), 1/k이 더하고 빠질 때마다 an의...
-
김범준 강의 2
3등급 정도 이고 반수생인데 김범준 강의 들어보려 하는데 어떤가요??? 뭐 부터...
-
젭알
-
젭알
-
마닳이랑 피램(9개년)중에 고민인데 마닳 해설을 보니 문단별로 정리해주는게 아니라...
-
인간은 자기 생각을 인지할수 있다 이때 뇌는 생각을 하는 기능과 생각을 인지하는...
-
왜냐면 이제부터 기다림이 24시간이 넘을 때마다대가리를 존나 쎄게 쳐서 제 머릿속을...
-
분명쉬지도않았는데왜이제끝났지
-
정시파이터 2
현역 정시이고 내신은 그냥 다 버렸고 정시 올인 하고 있는데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
ㅇㅂㄱ 2
-
[칼럼] 전과목 선지를 풀어내는 새로운 관점(국어, 과탐, 사탐, 영어) 32
안녕하세요. 이번 칼럼은 전 과목 선지를 풀어내는 새로운 관점(Feat. 선지 판단...
-
영혼 2
인간은 자신의 생각, 감각, 기억 등을 인지한다. 이것들을 인지하는 "인지주체"가...
-
영혼에 관하여 3
인간은 여러가지를 인지한다 자신의 생각, 감각, 기억 등을 인지한다 그런데,...
-
셤 끝나면 0
귀신같이 입맛이 다시 없어짐
-
4덮 8
작수 언미영사문지구 53535--> 4덮 원점수 70 88 92 50 40 미적이랑...
-
이 형님의 데뷔를 봤습니다.지금까지 가수로 활동할 거라고는 상상 못했습니다.참고로...
-
6시 기상 2
안녕하세요 김동욱입니다
-
맨 위에 완성어 노인충 키오스크 참교육으로 보고 뭐지다노 했음 ㅅㅂ;;
-
계좌거래 안할테니까 밀지마라 어어
-
방금 1
뭐였지
-
특상이 진입장벽이 낮은것 같으면서도 깊게 파면 또 아닌데다가 또 익숙해지는 순간...
-
겨울방학에 백호 섬개완 돌렸는데 문제 풀때 계속 헷갈리고 강의 들을때도 잘 맞진...
-
ㄱ
-
쫓아갈 수 없다 1
열심히 앞으로 걸어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점점 멀어지기만 하네요,, 누가 저를 깨워줬으면 좋겠어요
-
계속 봐도 안외어지는데 어케 하시는건가여
-
내용을 까먹음
-
그냥 딸깍 a4로 뽑으면 너무 성의없어보이니까 실모크기 맞춰서 뽑아갈까요
-
좀 ~~~!!!!!
-
과외하는데 수업 구리다고 잘리는거
-
가슴이 웅장해진다 진짜........ ED ㅈㄴ 좋네
-
매일 순공 6~8시간 집중하는거면 수험생 기준 ㅁㅌㅊ인가요 5
공부량 상위 30% 정도 됨?
-
상대방이 삐졌을때 풀어주려고 하는 버릇 고치기 감정 흔들릴 때 체크용 질문표 1....
-
이거 과외 괜 찮? 14
애가 고2인데 영어모고 세개가 가장 많이 틀리는때고 성적 잘나옴 영어 기출로 된...
-
죽고싶다
-
방금 어디서 본 건데 제발 여자랑 노래방 가서 메테오 이런 거 부르지 말란 글을 봄.. ㅋㅋㅋㅋㅋㅋ
-
솔직히 출제하면서 다시는 그렇게 안되도록 하지않을까..?? 그런 참사가 2년만에 또오진 않겠지..?
-
반수 학원 들어간다 했을때 어디가 좋음? 확통,사탐(생윤,사문)기준 개념 정리하는데 어느정도 걸림?
-
08인데 내신도 늘 수 1 영 3~5 모고도 수학은 92가 하방이고 영어는 늘 3...
진짜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다보니까 시계가 9시를 행하고 있었어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