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렛♡ [408254] · MS 2012 · 쪽지

2015-05-03 02: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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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본 세월호 시위 현장(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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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중립을 지키며 쓰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가 않는군요ㅠㅠ 그래도 극히 일부만 집어내서 보여주는 언론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을 것으로 생각하고 씁니다..


 오후 4시경에 집에서 팩트 티비(생방송 중계 사이트)에서 노동절 시위하는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무섭더군요. 광화문에서 붉은 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맨 노동자분들이 노동절 궐기대회 비슷한 걸 끝내고 어딘가로 이동하는데 저 앞에서 경찰 차벽과 폴리스 라인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시위대가 더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게 막은 거죠. 
  
 경찰측에선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신고된 경로를 이탈하였으므로 불법시위이니 해산하라"는 식의 경고멘트를 방송했습니다. 시위대는 흥분해서 전경버스 틈새를 막고있는 방패 들은 전경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와중에 뒤에서 전경 몇명이 물총같은 기계로 캡사이신을 발사했구요.(쏘는 것도 물총이랑 비슷한데 약간 수압 센 물총.) 캡사이신 몇번 맞으니까 몸싸움 하시던 분들은 눈이 매워서 뒤로 빠져서 쉬고있었습니다. 



  이때 금속노조?(전부가 금속노조인지 다른 단체도 섞여있는지 잘 모름. 금속노조는 노조중에서도 좀 시위랑 몸싸움 잘하는 축에 속하는 듯 합니다.)로 추정되는 아저씨들 몇 분이 담배피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오시더니, 목에 두른 스카프를 복면 비슷하게 코까지 덮어쓰고(매우 비장해보였죠..) 전경버스에 밧줄을 매달아 버스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전경들이 버스 내부에서 창문을 통해 캡사이신을 뿌렸습니다. 그걸 본 노조 분들이 막대기 비슷한 것을 이용해 캡사이신을 쏘는 전경들을 마구 치려고하고, 전경들은 맞을까봐 창문을 재빨리 닫았다가 다시 열어서 캡사이신 쏘고 도망가고.. 아저씨들은 흥분하셔서 쇠파이프와 굵은 밧줄로 전경버스 창문 마구 가격하고.. 이게 한동안 계속 반복되다가 노조분들이 전경버스에 현수막 비슷한 걸 걸었는데 버스 창문이 열리더니 안쪽에서 현수막을 아예 버스 내부로 뺐었습니다. 그 뒤 매우 화가난 노조 분들께서 더욱더 버스 내부 전경과 격렬하게 대치했고요.. 그 잠깐동안은 진짜 공성전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 뒤에 광화문에서 유가족 관련 시위를 한다는 말을 듣고 7시쯤에 전철을 타고 광화문 역에서 내렸는데 광장에는 늘상있던 추모 공연만 있었고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을 돌면서 현장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청와대의 위치는 네이버지도에 검색하면 정확히 나오지 않고 모호하게 되어있었는데(아마 보안상의 이유인듯 합니다.) 대략 광화문 옆길로 돌아서 쭉가면 나오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시 광화문은 4월 18일 만큼은 아니지만 전경버스와 전경들로 가득했고 특히 광화문 정문 바로 앞 찻길은 전경버스로 사람 하나 지나갈틈 없이 막혀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광화문 옆길로 가려고 했는데, 성벽 코너를 도는 순간, 
 바로 완전 무장한 전경들이 두줄로 앉아있는 모습을 목격한 바람에 매우 쫄아서 그냥 몸을 돌려 경복궁 역쪽으로 직진했습니다ㅠㅠ 

예전에도 청와대쪽으로 가다가 경찰 두명이 길을 막으며 "실례지만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라고 행선지를 물었던 기억이 있어서, 오늘 같은 날에 그대로 청와대쪽으로 계속 갔다가는 검문을 당할것 같았죠ㅜㅜ



 그때까지만 해도 유가족들이 청와대쪽에 있는줄 알고 청와대로 가는 다른 길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주요 길목마다 전경들이 한가득 배치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주변을 계속 뱅뱅 돌다가 다시 팩트티비를 켰는데 현재 시위대가 있는곳이 안국역 근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근처에있는 3호선 경복궁역으로 갔는데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티비에서나 보던 "지하철계단에 앉아있는 전경 수백명 대열"과 마주 쳤습니다. 역시 쫄보인 저는 눈을 내리깔고 최대한 눈에 안 띄게 벽에 붙어서 조용히 내려갔죠 ㅠㅠㅠ



 여차저차해서 안국역에서 내렸더니 길가에 자동차라곤 한대도 보이지 않고 전경버스 몇대가 드문드문 있더군요. 그런데 저 앞을 보니 .... 깃발 수백개가 휘날리고 노란 의류를 착용한 분들 수백명이 보였습니다. 시위가 벌어진곳은 안국 사거리라고 하는 4갈래로 나뉜 길 한복판 이었습니다. 

 (당시 안국사거리, 차벽이 있는 쪽이 광화문 쪽이고 글 바로 윗부분이 제가 나온 전철역방향)
당시 제가 본 그곳의 첫인상은 말그대로 '전운이 감도는' 곳이었습니다. 휘날리는 수십개의 깃발에는 '청년 좌파, 코리아 연대, 노동자 연대, 알바노조, 민대협, 사회 진보연대' 등등 이름들이 적혀있었고, 그곳에 있는 분들은 등산객 복장의 중년층이 절반, 마스크를 걸치고 단체티를 입은 젊은 층이 절반이 있었고 그 외에는 카메라를 든 기자와 저와 같은 일반인, 혹은 구경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쪽 도로는 경찰이 세운 폴리스라인과 전경버스 7~8대 정도가 도로를 막고 있었고 왼쪽의 빈 틈에는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 사열해 있었습니다. 시위대의 최종 목표는 청와대로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고 아마 경찰 차벽은 그들이 청와대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진 듯 했습니다. 이미 경찰 차벽엔 18일 때와같이 정부 욕과 대통령 욕으로 낙서 칠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폴리스 라인 너머로는 티비에서만 보던 4층 높이의 물대포 2대 정도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시위대 쪽으로 조준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전경들이 서있는 그 부분 옆 서브웨이(핫도그 집)구석에 있었습니다. 코너라서 제일 전망이 좋더군요. 그리고 시민들이 통행하는 길을 완전히 막을 수 없어서 사람 몇명 겨우 지나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길이 밀려오는 전경들에 의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1시간이 지나고 9시쯤 되서는 겨우 사람 한명 지나갈까 말까한 구멍이 되었고, 지나가려는 사람들에게 행선지를 묻고 시위대 복장의 사람들은 통행시켜주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청년 3명정도가 그길을 지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통행을 시켜주지 않더군요. 그러자 청년들이 화를 내며 큰 소리로 경찰과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카메라와 시선이 이 근방으로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세명중 한명이 갑자기 뒤로 빠지더니 캠코더를 들고 경찰과 말싸움 하는 그 장면을 웃으면서 찍더군요. 상황이 고의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주변에는 사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도 몇명 돌아다니는 듯 했습니다. 데모 수년차 경력을 가진 지인에 의하면, 시위대는 아닌 것 같은 평상복 복장의 중년의 아저씨 3명이상이 뭉쳐다니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으면 70%는 사복경찰이라고 합니다.

  아마 아까 경찰간부가 구타당한 기사에서도, 사복 경찰들이 시위대 몰래 돌아다니며 상황을 지켜보다가 걸린것 같고요. 근데 이게 실제로 눈치채면 좀 기분 나쁘긴 합니다. 일반인인줄 알고 긴장 풀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경찰이면 별 관련 없는 저도 간떨어지는데, 시위대, 유가족 분들은 더 화날 만 하죠.. 때리는 건 나쁜거지만ㅠㅠ


  한 밤 9시가 넘을 때쯤 갑자기 옆에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지금!! 민주노총이!!  방송차랑 무슨차량 대여섯대를 이끌고 시위대를 도우러 여기로 왔대요!!!" 

이러더군요. 정말 뒤를 돌아 보니까 방송용 스피커를 여러대 달은 차량이 한대 도착했고 민주 노총 사람들도 꽤 많이 뒤따라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올것이 오고 있다는걸 예감 했습니다. 
  차벽 앞에서는 그 전까지 조그마한 마이크소리로 일종의 시민 발언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방송차가 오니 분위기 부터 바뀌더군요. 볼륨 3정도의 분위기가 볼륨 300 으로 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경찰들이 방패들고 진치고 있는 바로 그 골목 주변으로 목장갑과 마스크를 낀 시위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목장갑 낀 아저씨 무리 중 하나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한명이 껴있었습니다. "아빠, 그럼 아저씨들이 저기 경찰들 뚫으면 내가 그때 가서 @#@# 하면 돼?" 이런 대화를 하더 군요.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 위험한 상황에 아이를 데리고가는 자체가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목장갑과 마스크의 사람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그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위대도 경찰들을 강하게 밀며 폴리스 라인(일종의 2층높이 플라스틱 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을 마구 부수기 시작했고 경찰들도 정말 캡사이신을 마구잡이로 난사했습니다. 캡사이신을 많이 맞은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와 "물!! 여기 물좀줘!! 물!!" 하며 아픔을 호소했습니다.  들은 말로는 마스크를 껴도  마스크가 캡사이신 용액에 쩔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냥 맨얼굴로 맞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앞에있던 시위대 몇명이 스윽-스윽 하며 뭔가를 바닥으로 끌고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저 앞에 세워져있던 폴리스라인과 전경 방패였습니다. 시위대의 힘으로 2층높이의 폴리스라인을 뜯어낸 것 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전리품을 가지고오는 개선장군처럼 박수갈채를 받으며 지나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론 전경들이 불쌍하게 느껴지더군요..)


  싸움이 계속되자 종로 경찰서 경비과장이란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종로 지방 경비과장 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장비를 탈취하고 경찰 물품을 파손하고 있습니다. $#@% 해산 절차를 진행 하겠습니다. 시위대는 지금 즉시 해산 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해산 명령을 내리기 시작 하던군요. 하지만 시위대가 그 말을 순순히 들어줄리는 만무하고, 해산 명령은 2차,3차,4차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와중에도 시위대는 계속해서 경찰과 공성전을 하고 빼앗은 방패로 전경버스 창문을 가격해 창문을 연뒤 버스 지붕위로 올라갔습니다. 아 카메라든 사람이니 기자가 올라간건가??

 그리고 5차쯤 되서는 드디어 물대포를 발사하여 진압하겠다는 경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그 일대는 경찰이 뿌리는 캡사이신으로 코끝이 얼얼할 정도 였고 시각은 10시 정도 였습니다. 물대포 시험 발포를 몇번 하더니 본격적으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만 조준해서 물대포를 뿌리더군요. 멀리서 봐서 실감은 잘 나지 않았지만 무섭긴 했습니다. 그리고 10시 반쯤되자 물대포를 멈추더니 4차례에걸쳐 " 지금까지는 맛보기였고 이제 물대포를 엄청 많이 쏠 것이니 장애인, 노약자, 학생, 시민은 빠져라"라는 암시를 주는 방송을 했습니다. 

  그쯤되어 전 이미 4시간을 서있었던 터라 다리도 아프고, 물대포가 무섭기도 하고, 부모님도 걱정하실듯 하여 집으로 가려고 뒤를 돌았습니다.

  바로 그 때 제가 본 것은 저 뒤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수백개의 새카만 전경 헬멧들이었습니다....
와... 전 사면 포위라는 것을 그때 처음 경험했습니다. 분명 몇시간 전만해도 제가 지하철에서 나온 그 뒤쪽 도로는 휑 했고 거의 아무것도 없어서 '퇴로는 뚫려있으니 혼자서 조용히 잘 빠져나갈수 있겠지..' 했는데 인도까지 꽉차있는 그 새까만 방패무리를 봤을때의 공포감이란... 

  그래도 다행히 겨우 한사람 지나갈정도의 통로는 열어주어서 무사히 지하철역까지 가서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집에가서 다시 팩트티비를 틀었는데 '팩트티비의 카메라한대가 경찰의 물대포에의해 파손되었다.' 는 자막이 보이더군요.

  대체 얼마나 큰 난리가 있었는지 궁금해서 되감기를 해봤더니 정확히 제가 나간 직후부터, 싸움이 일어난 부분뿐만아니라 아예 반경 20미터로 캡사이신 섞인 물대포 3대를 10여분동안 난사하더군요. 
  
  그 때문에 시위대는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고 전경버스 앞은 텅 비게 되었습니다. 그뒤 부상자가 꽤 많아서 시위대 측에서는 '이야기의 밤' 이라는 형식으로 시민 자유 발언을 하게 되었고, 고려대 정경대학, 고3, 좌파 대학생, 장애인 대표등이 나와서 자유롭게 발언을 했습니다. 
 
 저는 평화로워진 분위기에 안도하며 졸려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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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 썼는데 힘들군요ㅠㅠ 셀카는 그냥 안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셀카 찍으면 일베충으로 몰려서 험한 꼴 당했다는 글보고 안 찍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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