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윰 [466365] · MS 2013 · 쪽지

2015-04-22 03:44:58
조회수 2,450

서독옹께 읍고함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908901

친애하는 서독옹!
우리를 싸고 움직이는 6월 모의평가의 정세는 위기에 임하였다.
3월 모의고사에 있어서 한국사 선택자들은 민주와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천만의 생령을 희생하여 써 최후의 승리를 전취하였다. 그러나 그 모의고사가 끝나자마자 이 세계는 다시 두 개로 갈리어졌다.

이로 인하여 5수가 온양되고 있다. 보라! 1등급인 줄 알았던 한국사 등급이 4등급이되고, 1등급인 줄 알았던 생활과 윤리 등급이 2등급이되고, 그 한국사와 생활과 윤리를 또다시 수능으로 보내지 아니하면 아니 될 위험이 닥쳐오고 있지 아니한가. 인류의 양심을 가진 자라면 누가 이 지긋지긋한 수능을 바랄 것이랴! 과거에 있어서 수능을 애호한 자는 고3밖에 없었다. 지금에 있어서도 수능이 시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는 고3 고2 고1뿐일 것이다. 그것은 그놈들이 수능이 시작되면 저희들 1등급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중략.....

나는 1등급인 사탐을 보려다가 언수외를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 사탐 1등급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나는 내 생전에 언수외탐1을 찍고 싶다. 그쪽 수험생들도 제 등급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서 죽고 싶다. 궂은 날을 당할 때마다 1등급을 싸고 도는 원귀의 곡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밤에 홀로 앉으면 남북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수험생들의 원망스러운 용모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것도 같았다.

서독옹이여!

붓이 이에 이르매 가슴이 억색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어 말을 더 이루지 못하겠다.
바라건대 나의 애달픈 고충을 명찰하고 명일의 건전한 등급을 위하여 한번 더 빨리 심사하라.
(김구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각색)

서독옹 책 편찬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서 출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현기증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