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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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생이 많이 바빠 글을 오랜만에 작성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수험생 분들이 수능을 한 달 남짓 남기고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고 계실 듯 하여,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위의 글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내용을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보통 이 시기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입니다.
솔직히 6/9모 다 본 지 오래고, 내가 여기서 더 공부해도 별로 성적이 바뀔 것 같지 않고, 기출이나 N제도 이미 많이 풀었으니 슬럼프에 빠지기에 매우 좋은 시기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체 수능 대비에 있어 저는 이 시기의 중요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수능을 현재 내 실력보다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공부"는 불가능하지만, "현재 내 실력에 비해 수능을 현저히 망치는 가능성을 없애는 공부"는 충분히 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 시기 멘탈이 무너지거나, 공부를 내려놓기 때문에 이 시기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수능에 임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첫 번쨰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앞서, 수능에서 "Plan B"를 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드린 바 있습니다.
자신이 계획했던 멋지고 깔끔한 풀이대로 풀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수능장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 및 실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능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실모를 보건, 평가원 모의고사를 보건 우리의 점수는 아래 그림과 같은 변동성을 지닙니다.
우리가 9월 정도까지 해 왔던 공부는, 저 시험들에서 아래 그림과 같이 "고점"을 높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주로 기출이나 N제 학습을 통해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렀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평균적인 실력도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파이널 기간에 해야 할 작업은 고점을 높이는 작업이 아닙니다.
즉, 당신이 평소 실모나 평가원 모의고사를 가장 잘 보았을 때가 92점이라고 치면, 96점을 맞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은, 저 아래쪽에 있는 "저점"을 끌어올리는 작업입니다.
이런 식의 공부 방식을 취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공부라는 것은 결국 우리의 '평균적인 실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파이널 기간에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멘탈이라는 추가적인 변수가 작용할 뿐더러, 더 남은 연습 기회가 없기에 철저히 실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의 저점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공부한다면, 즉, "내가 아무리 수능을 망해도 xx점은 나오게 공부하자." 라는 마인드로 공부한다면, 수능을 망칠까 계속해서 불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며, 실제로 수능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의 결과가 보장됩니다.
이 "어느 정도의 결과가 보장된다." 라는 것은 생각보다 수능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능이 컴퓨터활용능력 같은 자격증 시험처럼 주에도 몇 번씩 치루어지는 시험이 아니잖아요? 우리의 1년이라는 시간 소모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먹기 어려운 떡을 바라보기"보다는, "당장 먹을 수 있는 떡이라도 확실하게 먹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을 취해야 위와 같은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실전 모의고사를 응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실전 모의고사는 평가원과 경향성이 다르지 않냐고 반박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수능의 "경향성" 상에서 실모와 평가원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 문제를 개별적으로 푸는 N제와 하나의 시험지 포맷 안에서 보는 실모는 분명히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역량이 다릅니다.
우리는 실모를 보면서, 세 가지 포인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는 시간 관리입니다. 내가 실모를 풀어봤을 때 전반적으로 시간 관리 상태가 어떤지, 시간 관리가 잘 안된 회차가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지, 또 그러한 회차처럼 수능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지, 높다면 나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철저히 점검하셔야 합니다.
당연히 시간 안 재고 실모를 푸는 학생은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만, N제에서 실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새로 도입된 "시간"이라는 요소를 부차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꼭 핵심적으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둘째는 '연습을 실전처럼'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정말 제대로 실천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실모를 볼 때, 시험장 asmr 등을 틀어놓기를 권장합니다. 집에서 가정학습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스피커로 트는 것이 최적이고,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에어팟이나 헤드폰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또, 필기구 역시 수능 샤프를 그대로 사용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마인드 역시, 실모를 시작하기 약 2분 전부터 "내가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은 진짜 수능이다." "이걸 망치면 나는 수능을 망치는 것이다." 라고 자기암시를 거시는 것을 권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한다고 해서, 실제 수능의 긴장감을 그대로, 아니 절반이라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보다는 훨씬 "실전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수능장에 갔을 때 조금이나마 덜 긴장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특히 마인드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는 학생들을 종종 봤습니디. "에이, 야매로 풀면 안 되니까 정확하게 풀고 넘어가자." "막 찍고 그러면 안 되지."
N제 학습 기간에는 박수를 칠 만한 태도입니다만, 수능을 한 달 남짓 남겨 둔 시점에서는 큰 독이 될 수 있는 공부방법입니다.
저 생각은, 실모를 다 풀고 채점 및 피드백을 할 때 해야 하는 생각입니다. 실모를 푸는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제쳐 놓고 "내가 이 시험에서 어떻게든 최고의 점수를 받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야매로 풀건, 찍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수능에서도 그 방법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하실 거잖아요?
제 말은, 막 찍으라는 것이 아니고, 이를테면 탐구영역에서 1분을 남겨 두고 두 문제를 못 풀었다면, 재빠르게 답 개수라도 세서 찍으며 마킹하는 연습이라도 하라는 것입니다. 미리 이런 태도로 연습해 두지 않으면, 수능장 들어가서 이렇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셋째는 '과몰입 금지'입니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사실 작년의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금의 실모 점수에 일희일비합니다. 하지만, 못 봤다고 좌절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두 달 정도 전이었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깨닫고 절망한 후 딛고 일어나 보완하는 것은,매우 유효한 학습법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멘탈이 약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실모 점수 조금 요동친다고 거기에 과몰입해 버리면, 공부가 손에 안 잡히기 시작합니다.
생각을 "꼭" 이렇게 하시길 권합니다.
"내가 수능에서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안 해서 정말 다행이야." "수능에서 틀릴 것을 미리 틀렸으니, 수능에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당장의 실수도 과몰입하지 않고 조금 더 태연하게 넘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역시, 실모 한두 회차가 잘 나왔다고 그것에 취해서도 안 됩니다. 앞에서 충분히 말씀드렸듯, 당신의 "고점", 또는 당신의 "평균치"가 당신의 수능 성적으로 치환될 것이라고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능장에서 자신이 받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의 "저점"을 달성하고 나옵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로는, 자신의 고점을 자신의 평균치로 착각하고, 수능에서 딱 자신의 평균치만큼 봤는데도 수능을 실력에 비해 망쳤다고 생각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ex) 평소 92점 정도 받다가 어쩌다 실모에서 96/100 받고, 수능에서 92 받으면 아주 정상적으로 본 것입니다. 망친 게 아닙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해 큰 도움이 되어 드리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공부 계획에 도움이 되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지금 풀어지지 않는 것은 수능 전체로 보았을 때 여러분에게 굉장히 커다란 메리트로 작용할 것입니다. 꼭 멘탈 유지하시고, 공부하신 역량을 충분히 드러내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수능장 실전 팁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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