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풍선 [1062986] · MS 2021 · 쪽지

2022-10-20 04: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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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수능에서의 변수 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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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삼수하면서 온갖 억까를 당해봤다.


수능에서 발생할 변수들에 대해서 내가 대비한 방법을 좀 알려주고자 한다.


너가 뭔데 나한테 그런걸 알려주냐?


음... 미안하다. 사실은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첫번째 수능에서는 OMR 밀려쓰기 억까가 있었다.

두번째 수능에서는 옆자리 빌런 및 온도 조절 실패 억까를 경험했다.


첫번째 수능은 말그대로 밀려써서 내가 내 자신을 억까했고


두번째 수능은 옆자리 빌런이 다리 떨기+다리로 의자 쳐서 메트로놈마냥 계속 의자 쇳소리 울리게 하기+ 코훌쩍+ 재채기 4단콤보와 더불어 감독관의 제지를 무시하는 패시브 스킬까지 갖춘 아주 강력한 보스몹이었다. 그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열이 올라온 상태에서 온도 조절도 잘 안 되어서 땀흘리며 시험을 쳤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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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변화, 기출풀이의 시작]


여러 가지 억까 경험을 토대로

나는 삼수 때에는 아예 생각을 다르게 먹었다.


첫번째, 두번째 수능의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ㅅㅂ ㅋㅋ' 에서


'이런 일이 하필이면 나한텐 무조건 일어날거고 난 수능날 운이 정말 안좋을거야' 로 생각을 바꿔먹었다.


수능 날 온갖 억까가 있을 거라 기정 사실화한 채로 D-40 정도부터 억까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매뉴얼을 만들어서 실모 풀때 적용하기 시작했다.


수능 대비도 원래 기출문제부터 시작하듯이, 시험장에서의 억까 대비도 기출문제부터 대비를 시작했다.


첫번째 수능 때처럼 밀려 쓰는 일이나 마지막 문제까지 붙잡고 있다가 마킹 시간이 부족한 일이 없도록, 무조건 시험 끝나기 10분 전에 무슨 문제를 잡고 있든 멈추고 그때까지 푼 게 몇개든 간에 일단 마킹부터 다 해 두는 연습을 했다.

과탐같은 경우는 5분 전에 멈추고 그때까지 푼 거 싹 마킹하는 연습을 했고.


그런걸 뭐하러 연습함 ㅋㅋ 걍 평소엔 실모 정상적으로 풀다가 셤장에서는 10분전에 마킹하면 되지 ㅋㅋ

이러는 사람들 분명이 있을텐데, 그게 내가 정확히 재수 때 했던 생각임.

근데 막상 수능 때 시간 부족하고, 몇문제 못풀었고 그러면 나같이 멘탈 안좋은 친구들은 지금 풀고 있는 문제에서 손이 안떼짐. 


평상시에 마킹 미리 안하고 실모 풀때 마지막에 슥슥 후닥닥 마킹했는데 실전 가서는 10분전에 갑자기 풀던거 관두고 마킹할수 있을 것 같음? 멘탈 좋으면 가능함. 나처럼 긴장많이하고 멘탈 안좋은 사람들은 그런 사소한거마저도 미리 연습해두는 게 좋음.


그런 다음 두번째 수능에서 일어났던 일은 어떻게 대처 해야 할까 한번 생각해봤다.


아니, 빌런 ㅅㄲ를 죽일수도 없는데 그런걸 어케 대비함??


ㅇㅇ. 빌런을 죽일 순 없음. 

특히 감독관 제지에도 응하지 않는 최종보스라면 더더욱.


난 그대신 빌런이 방해하는 것에 최대한 영향 받지 않고, 적응하기로 결정했음.

그래서 재수 때 봤던 그 빌런의 공격패턴부터 분석해 봤음.

빌런은 주로 시각적 자극+ 청각적 자극 두가지를 이용해 나를 공격해 왔었음.

그래서 실모 풀 때 유투브에서 시험장 빌런 ASMR을 mp4로 다운받아서 반복재생 해둔 채로 실모를 쳤음.


그런데 시각적 자극도 대비를 해야 하잖슴..?


대비 해볼려고 다리 떠는 걸 영상으로 찍은 사람이 있나 유투브로 아무리 찾아봤는데도 없더라.


크흠.. 그래서 내가 직접 찍음..;;

학원 갔다 집에와서 혼자 의자에 앉아서 카메라 구도 잡고, 바지 최대한 1년 전 그 빌런이랑 비슷하게 입은다음 동영상 녹화 켜고 다리 덜덜덜덜덜 ㅈㄴ 떨었음.

찍어놓고 보니 얼추 비슷했어서 저장해뒀었음

(지금은 뭔가 수치스러워서 지웠으니까 달라고 하진 말아주세요..)


그렇게 하여 귀에 빌런 ASMR 이어폰으로 듣고, 눈 앞에다 패드로 다리 떠는 영상 반복재생 해두고 그렇게 해 놓은 상태에서 수능처럼 국수영탐탐 실모를 매일 쳤었음. 10분전 오엠알 마킹하는건 기본이고.


내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보고 싶었던(을 핑계로 유투브를 보고 싶었던) 나는 유투브 보다가 5시에 잔 다음 2시간 30분 자고 그날도 어김없이 ASMR 켜고, 다리 떠는 영상 반복재생 해놓은 상태에서 시험 쳤음. 이런 경우 외에도 잠이 부족한 상황까지 대비해서 잠 덜 잔 상태(4~5시간 취침)로 저 ASMR이랑 다리 떠는 영상 반복재생 해두고 실모쳤던거 같음.


그거 한 2주 하니까 적용 초반에 70점대 나오던 실모 수학점수도 90점대로 오르고 국어는...크흠 좀 점수가 낮긴 했는데 그래도 점수가 올랐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점은, 빌런이 방해하는것도 문제지만, 내가 재수때 거기에 반응해서 괜히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 받고 멘탈이 나가고 한 것도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음. 빌런이 기침을 하든 말든 코를 풀든 말든 내가 영향을 안 받으면 그만인 거였음.


그런 청각적+시각적 방해요소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함으로서 시험장에서는 외부에서 뭔일이 생기든 관심없이 시험이나 칠수 있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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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변형]


얼추 기출 풀이가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능 1주 전부터 수능날 어떤 억까가 더 있을지 기출변형을 집 가는 길에, 학원 가는 길에 혼자서 상상해봤음.


생각해 보니 첫 수능, 재수 모두 시험장 내에서 시간 활용이 완전 개판이었음.

이것도 내가 내 자신을 억까한거임.


그래서 1주일 전부터 수능 시간표를 보면서 분 단위로 현실적인 계획표를 짜 뒀음. 남는 1분도 놓치지 않고 활용할 수 있게 정말 현실적으로, 학교 내에서의 이동시간이라던지, 화장실까지의 이동시간 등등을 싹 어림잡아서 언제 뭘 하고 뭘 할지를 마치 국어기출의 CPU 스케줄링 마냥, 기계처럼 짜 뒀음.


시험장에서 빡시게 공부하려고 팍팍하게 짠 게 아니라, 멘탈이 나가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널럴하게 짰음.


아까는 뭐 기계처럼 1분도 놓치지 않고 어쩌고 했으면서 이젠 또 널럴하게 짰다고?? 사기꾼 ㅅㄲ ㅋㅋㅋ 예전부터 알아봤다


ㄴㄴ 이거 공존할수 있음. 쉬는 시간을 분 단위로 정해놓는거임.

예를 들어 시험장에서 첫 교시 끝난 후 10분 '외부 바깥 공기 마시고 오기'(나 담배안핌. 진짜 걍 공기만 마셨음.)

그런다음 10분 '수학 쉬운 3점 문제 풀기

그다음 5분 '어제 오늘의 나에게 써둔 편지읽기'


이런식으로 쉬는 시간을 많이 배치해서 멘탈 안나가고 긴장도 풀 겸 널럴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한거라는 뜻임. 그대신 저 지정된 10분, 5분이 지나면 칼같이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거 ㅇㅇ.


그리고 나서 다른 기출변형을 생각해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내가 시험 한두과목을 못봤을 때 뒷과목에 영향을 주게 하면 안되겠다'였음.


그래서 그때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했음. 두 장으로 기억하는데, 첫 장은 시험장 도착하고 자리 좀 잡은 뒤 개봉하는 거였고 두번째 장은 국어 끝난 뒤 개봉하는 편지였음.


첫 장은 내가 시험장에서 취해야 할 태도, 국어 풀때 시간대별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같은 말들이 담겨있었고


두번째 장은 국어 끝나고 나서 잘보든 못보든 들뜨거나 낙담하지 말고 너가 40점을 처맞든 90점을 처맞든 니인생에서 한번이라도 포기하고 멘탈 안나간 채로 시험 보는 것 자체가 인생 경험이고 교훈이니까 제발 좀 정신 바짝차리고 국어점수가 수학에 영향주게 하지마라는 이야기가 아까 한 말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쓰여져서 담겨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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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엔 낙이 온다]


수능 전날, 잠이 안 왔음. 진짜 전날 많이 잔거도 아니고 평소처럼 5시간 자고 하루종일 공부하고 학원에서 짐빼고 하느라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긴장해서 잠이 끝까지 안오더라.

진짜 미치는줄알았음 ㅋㅋㅋ

그냥 누워서 멍때리면 잠 안옴?

하는데 그땐  진짜 신기하게도 안 왔음 잠이.

같은 자세로 누워서 4~5시간을 멍때리며 보내다

4시쯤 되서 기절하다시피 잠듦. 

7시 반에 일어나서 시험장을 갔음 (원래 7시 기상으로 해놨었는데 늦게일어남, 시험장이 집에서 가까웠음.)


그날 분 단위로 계획한거 보면서 그날 하루,

정말 그 계획만 보면서 그거대로 했던 것 같음.

시험 볼 땐 남신경 안 쓰고 나만의 매뉴얼대로 척척 흘러갔음.


[첨언]

그날 수능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올라갔던 어둑어둑한 오르막길,

띄엄띄엄 켜져 있던 가로등

하늘에 유독 일찍 떴던 별들,

3년 만에 처음으로 집이 뛰어와서 수능에 대해  즐겁게 말할 수 있던 그 순간,

서서히 날씨가 추워지면 그 기억들이 머릿속을 한번쯤 스쳐 지나간다.

여러분도 수능 잘 보셔서, 저처럼 그날의 기억이, 그 순간순간의 행복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남기를 기원합니다 홧팅!


+저 서울대 의대 아니에요;; 뱃지보고 착각하시는거같은데 걍 의대는 다른학교 합격한겁니당(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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