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옯비문학)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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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퍼는 던져지듯이 털썩 택시 안에 쓰러졌다.
“어디로 가시죠?”
택시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빰!빰!빰!빰! 나는 간다 관악으로!”
자동차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서울대로 가자면 논술을 잘 쳐야 하는 까닭이었다. 운전수는 줄지어 달려오는 수험생의 사이가 생기기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 수험생의 행렬이 좀 끊겼다.
운전수는 핸들을 잔뜩 비틀어 쥐었다.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첨삭을 하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스나이퍼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고려대로 가.”
스나이퍼는 갑자기 자신의 총알을 생각했던 것이다. 운전수는 다시 홱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운전수 옆에 앉았던 훌리가 한번 스나이퍼를 돌아보았다. 스나이퍼는 오르비 한 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또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연세대로 가.”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스나이퍼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연경은 이미 끝났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연세대입니다. 손님.”
“가자.”
스니이퍼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하, 참 딱한 스나이퍼네.”
“…….”
“망했나?” 운전수가 스나이퍼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스나이퍼가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수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스나이퍼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 아들 구실, 학생 구실, 남자 구실, 일산 철주먹 구실, 사수생 구실, 또 오르비 NPC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
스나이퍼는 점점 더 졸려 왔다. 6월을 망친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스나이퍼는 또 한 번 귓가에 빵꾸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차가 배재대에 다다랐다. 앞에 교통 신호에 발간 불이 켜졌다. 차가 섰다. 또 한 번 훌리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죠?”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스나이퍼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따르릉 10시 경쟁률이 떴다. 긴 수험생들의 행렬이 일제히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스나이퍼도 목적지를 모르는 대로 행렬에 끼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스나이퍼의 입에서 흘러나온 학과의 폭발설이 이미 흥건히 오르비를 적시고 있는 것은 하나도 모르는 채 원서의 파란 잉크 밑으로 그의 전형료는 배재대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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