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1불알뜯어먹음 [905086]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2-08-29 21: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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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잘 보고 싶은 아가들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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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입시에서의 너희 목표가 9평 따위를 잘 보는 거였냐?

우리가 점수를 1점이라도 더 받으려 발악하는 평가원 시험은

6평도, 9평도 아닌 오직 11월에 치르는 수능뿐이어야 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굳이” 9평을 족칠 필요가 있다

9망수잘 같은 무의미한 심리적 자위질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9평을 못 봐도 대학 가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가 아니라

‘9평을 못 봐야만 수능 때 우리가 조금이나마 편하다’는 거다


작년 9평이랑 수능 문제들 꼬라지가 어땠는지 되새겨봐라

간만에 쉽게 출제된 9평 국어를 치르다가 눈이 뒤집혀버려서

이때다 싶은 마음에 사력을 다해 등급컷을 올리진 않았는지,

남은 시험들까지 꾸역꾸역 최선을 다해가며 봤던 건 아닌지,

1년 전 우리의 모습들을 돌아보며 깊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작년에 자존심을 과하게 부렸는지도 모른다

시험이 쉬워도 한두 개의 실수를 내어주는 인간적인 면모와

난이도와 무관하게 킬러로 배치된 문제들은 틀려주는 꾸준함

이런 모습들이야 말로 평가원이 기대하던 풋풋함이었을 텐데,

작년의 우리는 철없이 너무나도 전투적으로 9평에 임했고

그렇게 평가원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를 불수능으로 치렀다


그런데

대체 왜

2022년도 9월과 수능의 보리보리쌀 악몽을 직접 겪어놓고도

수능 날 평가원의 뒤통수 뚫고 하이킥 스킬에 암살 당해놓고도

아직도 9평에 대한 걱정 섞인 글들을 이렇게 올려대는 거냐?

명심해라, 올해 우리는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평가원이 04년생들은 희대의 병신 집합소라고 생각하게끔

수능 전까지 철저하게 오줌싸개 허수아비로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9평 등급컷을 운지시킬 필요가 있고

이건 대규모 집단 수준의 동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즉, 너희들에게는 이틀 뒤인 9월 모의평가를 치르는 날

최대한 많은 경쟁자들의 성적을 깎아내릴 의무가 있다

잡소리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지금부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남들을 방해하기 위해

첫 교시인 국어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가장 처음 보는 과목인 만큼 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걸 이점 삼아 최대한 숨막히는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종이 울리면 수험생 중 절반은 독서론을 풀기 시작할 거고

나머지 절반은 언어와 매체부터 건드리기 시작할 텐데

여기서 포인트는 맨 뒷장부터 푸는 새끼는 없다는 점이다

이 지점을 파고들면 시작부터 놈들의 멘탈을 깨부술 수 있다

“감독관님, 마지막 페이지에 문제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다들 뭔 소리인가 싶어 당황하며 마지막 장을 펼쳐댈 것이고

잠시나마 본인이 읽던 내용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다만 이때 단호한 목소리로 살짝 외치듯이 말해줘야 한다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형태의 자신감 없는 목소리이거나

분위기를 망치려는 저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공부 뒤지게 잘하는 모범생이 일침을 놓는 듯한 말투로

최대한 신빙성 있게, 확신을 주는 뉘앙스로 말해야 한다


이러면 다른 수험생들은 멘탈이 바스러질 수밖에 없는 게,

마지막 페이지면 가뜩이나 애매하기로 악명 높은 매체 파트이고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체 풀다가 한 번 헷갈리기 시작하면

놓친 정보를 찾으러 지문 내용들을 다시 빠르게 훑어봐야 할지, 

애매한 선지들로 돌아가 하나씩 미분 쳐가며 따져봐야 할지,

특정 워딩을 판단하는 기준의 범위를 얼마나 넓게 잡아야 할지,

등등 수험 기간 동안 쌓아온 판단 체계가 크게 흔들리게 되며

이는 결국 예상하지 못한 쓸데없는 시간 손실로 이어지고

이러한 사실들을 너무나도 잘 아는 해당 고사장의 수험생들은

막연한 공포감에 짓눌린 채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후 최소 15분 동안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침묵해야 한다

시험이 시작한지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가 지나면

고전소설 부분을 펴놓고 적당히 큰 소리로 흐느끼며 울어라

이때 볼륨은 최대치의 60%~70% 사이를 유지해야 자연스럽다

그걸 본 감독관이 바로 달려올 텐데,

“크흐흑..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라니, 너무나도 감동적이에요…”

대충 이런 식의 눈물 섞인 멘트로 둘러대면 된다

그리고 그걸 핑계 삼아 화장실에 갈 구실을 얻어내라

그러면 같은 교실에서 아직 문학 파트를 풀지 않은 수험생들은

‘음?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다루는 고전소설이 있었나?’

‘하..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나왔나보네? 좆된 건가 이거?’

싶은 심란함에 빠져 시험에 온전히 집중을 못할 것이고

고전소설이 약점인 놈들은 아예 시험 페이스를 잃을 것이다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가는 동안에는 가능한 큰 소리로 울어라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확실하게 피해가 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연당한 비운의 여주인공 마냥 꺽꺽거리면서 울부짖어도 좋다

이로써 9평을 치르는 다른 고사장들의 수많은 수험생들에게도

이번 시험은 좆 빠지게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된다


화장실에 도착하면 깊게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려라

그렇게 몇 분을 보내고 난 뒤 다시 고사장으로 복귀하는데

이때 모두의 눈에 띄게 앞문을 세게 열면서 입장한 다음

남아있던 눈물을 닦으며 마지막으로 당당하게 한 마디 남겨라

“얘들아. 우리가 시험을 잘 치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최소한의 인간미는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학 작품들을 접하고 나서도

어떻게 아무런 감정의 표출이 없을 수가 있는 거니?

우리 앞으로는 모두 감정을 솔직하게 교류하도록 하자.”

정도면 적당하다

모두가 미친 놈 구경하듯 쳐다볼 것이다

그때 본인 옆자리에 앉은 수험생을 향해 진한 눈웃음을 날려라

그 수험생은 기분을 잡칠 것이고 국어 시험 역시 잡칠 것이며

결국엔 9월 모의평가를 전체적으로 잡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9평을 말아먹게 되는 이들은

비단 옆자리에 앉아있던 수험생 혼자가 아닐 것이다


다시 한 번 명심해라

6평과 9평은 평가원이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이지

우리가 이를 악물고 잘 치러야만 하는 시험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9월 시험을 통해 평가원에게 이렇게 외쳐야 한다

“저희는 병신들입니다

n분의 sin x를 six = 6 으로 해석하고

tongue을 [텅귀]로, people을 [피오플레]로 발음하는

역대급으로 처참한 수준의 수험생들입니다

부디 이러한 코로나 세대의 영혼들을 가엾게 여겨

수능 날 저희 미물들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렇게 우리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9월에 잠시 웅크려 있다가

대망의 수능 날인 11월 17일에 거짓말처럼 기적을 일으키며

평가원의 뇌리에 우리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거다

당장은 우스워 보이겠지만 이 계획이 정말로 성공한다면

수십 년이 넘게 지나도 회자될 만한 추억이 될 것이다

수험생들이 평가원 머리 꼭대기에서 놀았던 유일한 해

작년의 보리보리쌀을 똑같이 되갚아줬던 복수극의 해

그렇게 평가원을 농락하며 원하던 대학에 붙었던 해

그 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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