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diemsouler [276701] · MS 2009 · 쪽지

2010-11-21 18:52:03
조회수 4,291

수도권 모 대학교수님이 보신 '대만태권도' 실격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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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그저 해프닝으로 생각할 만 했던 대만 여자 태권도 선수 양수춘의 부정 패치 착용에 의한 실격 판

정 소식이 알려졌을 때 그저 그런가? 하고 지나쳤는데 어제 뉴스를 보니 대만에서는 난리군요. 몇 개의 기사

를 보니 '저 사람들 왜 저래?' 할 만큼 반응이 지나쳐 보입니다.



참고 : 차관 사임까지 부른 대만 태권도 양말 사건 <스포츠조선>

http://sports.chosun.com/news/ntype2.htm?id=201011210100209780012438&ServiceDate=20101120



80~90년대에 미국에는 대만 유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MIT를 Made In Taiwan이라고 불렀을

까요? 그러니 이 시기에 유학을 한 저도 대만 친구 몇몇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 중국 국비 유학생도 몰려

오던 시기인데 아무래도 제가 그 시절 사람이어선지 대만 친구들에게는 뭔가 동질감이..중국 친구들에게는

뭔가 어색함과 경계심이 있었지요.



아마 대만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극단적으로 태도를 돌변하게 된 것은 1992년의 대만 단교 및 중국 수교일

것입니다. 당시 저와 대만 친구가 같은 지도교수 밑에 있었는데 며칠간 저와 말을 안 하더군요.



제가 미국에 있던 시기라 잘 몰랐지만 그 단교 과정이 참 대만 입장에서 보면 비참했다고 합니다. 바로 며

칠 전까지 단교 없다 그러다가 단교 선언하고는 바로 대만 대사관 직원들에게 짐 싸라고 하고 그 자리가 중

국 대사관이 되었다 합니다. 그 친구 입장에서 제가 미운 게 아니라 한국이 미우니 아예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저는 대만에 대해 별 특별한 감정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만 친구들은 한국을 당시에도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경제 성장이란 면에서 보면 라이벌이라 할 만 한데 대만에 비해 대형

기간산업을 일구고 있는 한국을 보며 부러움을 갖고 있기도 했고 한국 독립 시기에는 자신들이 한국을

도왔다는 우월감도 있고 자신들이 UN에서 축출된 후 그래도 대만의 우방으로 남아 준 몇 안 되는 국가라는

고마움도 서린 그런 복잡한 시선 말이죠..그런데 그게 한 순간에 '배신자 국가'가 되어 버리고는

;한국은 못 믿어' '한국인도 못 믿어' 이렇게 변화하더군요....



2008년 11월 대만 카오슝에서 열린 좀 큰 국제 학술대회에 갔습니다. 그 학술대회에 한국인 교수는 달랑

저 하나, 그래서 대만 친구 붙잡고 놀아야겠다 했지요. 타이페이라면 아는 대만 친구도 좀 있는데

카오슝은 처음이라..



같은 세션에서부터 대만 좀 젊은 교수와 토론을 좀 했었습니다. 물론 학문적인 토론이었지요. 그런데 그

과정이 대만 친구들에게 좀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딱히 아는 사람도 없으니 (학기 중이라 발표 전날

밤에 도착했으니 말이죠) 방퀫 때 가급적 서양인들 틈에 섞여 영어나 떠들어야겠다 하고 두리번거리며

점심 때 만나 떠들었던 미국 노교수를 찾고 있는데 같은 세션에 있었던 대만 그 젊은 교수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일행이 있느냐고 합니다. 그래서 없어 나 혼자 왔어 했더니 그럼 자기 테이블로 가잡니다.

뭐 좋지요 저는...



그 자리는 몽땅 대만 교수들이었는데 일부는 영어가 좀 불편했고 일부는 잘 했습니다. 그래서 식사하며

이것저것 떠들었는데(분위기는 서로 하하대고 참 부드러웠지요 학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음식이야기,

관광, 경제, 문화 이야기를 주로 하니까요) 그런 중 한 토막입니다.



- 한국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이라는데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 별로 뭐..정치적으로는 부담이지만 경제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봐

- 왜? 남북교역이 한국 발전의 한 축이 아닌가?

- 남북의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면 40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북쪽에서는 교역이 0가 되면 타격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관련 기업(관광, 농산물 등)에만 영향이 오겠지...

- 그래? (실망한 듯 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에 대해 이 친구들이 상당히 세세히 알고 있습니다. 한국 연예계 소식까지...누구 누구는

결혼했다는데 잘 사냐 운운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저는 대만 연예인이라면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갑자기 그 젊은 교수가 저보고 이럽니다.



- 그런데 솔직하게 말할게. 사실은 나 한국을 아주 싫어해

- 엥? 왜?

- 한국은 비겁하고 불공정해. 그런데 당신은 아까 세션부터 달라 보였어. 그래서 말해보고 싶었지

- 엥? 그럼 내가 아까 뭘 불공정하게 이야기했다고 느낀 거야? (서로의 논문에 대해 질의 응답을 했으니)

- 아니 그 반대야. 내 논문에 당신이 반론을 제기한 것도 정당했고 당신 논문에 내가 반론을 제기했을 때

솔직하게 답변해 준 것도 그렇고 (음 그 논문은 우리 실정에는 맞지만 대만 실정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 대만은 지진이 많다네요. 그래서 한국은 지진이 없어 그런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고 지진을 고려한다면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답변했었죠) 그래서 우리 대학과 학회의 주요 인사들이 있는

이 자리로 초대하고 싶었지.

(제 옆에서 짧은 영어로 뭔가 질문하고는 주변과는 중국어로만 이야기하던 노학자가 부총장도 지낸 원로시

랍니다 실은 이 분이 저를 불러 오라고 했답니다.)



- 그런데 왜 한국이 불공정하다는 거야?

-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 예민한 문제는 우리의 우정을 해칠 수 있으니 빼고..스포츠가 그래. 한국이 개

입하면 판정이 불공정해.



이 대목에서 한국과 대만이 언제 중요한 대회에서 맞붙었나 생각해 보았는데 WBC 야구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습니다. 거기에 뭐 판정 시비가 낄 요소가 있었나? 일방적으로 이겼는데...



- 난 기억 못하겠는데 나도 스포츠라면 별별 종목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대만과 판정시비 붙은 건 기억 안 나.

- 아니 꼭 우리와 붙어서가 아니라 말이지...예를 들면 올림픽 그 서울에서 한 것...

- 아 그 88 올림픽 복싱? 흠 그래 그거 20년 전이야. 그 판정은 이상했지. 미국 선수가 혼자 다 때리고

금메달은 한국이 가졌지. 하지만 뭐 그 미국 선수 나중에 훌륭한 전설적 프로 선수가 되었잖아? 뭐 20년

전 30년 전이라면 우리도 그랬던 때가 있었다고 할 밖엔..대만도 그랬을 거고..

- 투덜투덜...

- 음 그 올림픽 불공정 판정이라면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가장 화려하지 않았을까? 어찌 생각해? 거의

백화점 수준 아니었나?

- 아구 베이징 올림픽은 올림픽도 아녀..중국 국내 체육대회 수준이지...



그래서 역공을 해 보았습니다.



- 그런데 당신은 한국에 가 본 적 있어?

- 없어.

- 다른 분들은?

(절반 정도가 가 보았답니다)

- 20년 전 한국과 지금 한국이 같다고 생각하세요?

- 다들 아니랍니다.

- 음 젊은 친구 자네도 한국에서 국제 학술대회 하면 한 번 와 보게. .와 보고 많은 다른 한국인 학자들이

나 일반인들을 만나 보면 자네 생각이 달라질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을까 궁금하네..

- 여기 대만 신문,방송에는 한국 뉴스가 끊이지 않아 우리에겐 뭐든지 한국이 기준이야. 한국보다 나으냐

못하냐 이게 아주 중요해 정치도 경제도 스포츠도....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대만을 숙적이라고도 라이벌이라고도 생각 안 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

렇답니다.



그래서...



- 음 난 골프 안 치지만 당신 골프 좀 치나?

- 그냥 한달에 한두번 정도 필드 가는 정도 왜?

- 아 그럼 이해하겠군. 스포츠 종목 중 심판이 경기력에 가장 영향을 안 미치는 종목이 아마도 골프일

걸세. 그렇지 않나?

- 그렇지.

- 미국 LPGA에 대만 출신이 몇이나 있지? 내가 아는 선수는 청야니, 와 잘 하더라고 아직 어리지만

그리고 캔디 쿵 정도..또 있나 ?

- 뭐 좀 더 있어 한 4~5명 정도..

- 한국 박세리는 알지? 명예의 전당도?

- 알지 (얼굴이 굳어집니다)

- LPGA에 박세리만 있는 게 아냐. 이름 나도 다 못 대. 40여 명이나 있으니까 .. 전체 우승 횟수나 상금

획득액이 한국 선수가 1/3 이상이거든? 심판이 영향을 안 미치는 그 종목에서..그렇지?

- 끄~응



하하 사실 그 때 만나 환담하던 대만 학자들과는 지금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만에서

의 한국 이미지가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배신, 불공정, 비겁함...아마도 92년의 단교가 결정적이었을텐데

정부 차원의 교류가 없다 보니 스포츠가 그런 대만인들의 피해의식을 불식시킬 가장 좋은 도구였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에서 아무리 한국 선수도 없고 한국 심판도 없었다지만 대만 선수(대만에서

는 꽤 인기있는 선수라죠?)가 억울하게 판정 희생양이 되었으니 이건 한국이 개입했음에 틀림없다.

이렇게 생각한 거고 대만의 언론이 부추기고 대만 정치권이 그렇게 떠드는 것 같군요....그 패치 문제를

지적한 엔지니어가 한국인이라는 것(용구회사가 한국 기업이니) 그게 문제라나요?



대만 일반 대중이 저는 불쌍해 보입니다...스포츠를 스포츠로 보지 못하고 왜곡된 감정으로 한국을 보고 있

는 것이 더욱 더..하지만 우리도 대만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것은 인정할 만 합니다. 한 때는 친구요 형제국

가라고 했던 나라인데...

http://blog.daum.net/sadprince57/583?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sadprince57%2F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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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pediemsouler · 276701 · 10/11/21 18:55 · MS 2009

    짧게 요약하면 교수님께서 직접 대만학자와 만나 얘기한 결과
    대만은 예전부터 단교후부터 한국을 선진국이지만 비겁하고 배신자라고 생각해왔고
    언론,정치에서 뭐든지 한국을 기준으로 더 잘했느냐 못했느냐로 따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매일 한국에 대한 기사로 넘쳐난다고 하네요
    또 한국을 폄하하는 방법이 스포츠외에는 교류가 없어
    올림픽, 월드컵에서 한국이 심판매수를 했다는 것이 언론에서 퍼지게 되고
    그래서 이번에 아무런 증거도 없지만 이번 태권도도 분명히 한국이 대만을 배신하고 탈락시킨거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 ad lib · 251776 · 10/11/21 19:18 · MS 2008

    짝사랑 -> 스토커

  • septe · 58716 · 10/11/21 19:24 · MS 2004

    얘넨 그냥 자기들한테 관심 좀 달라고 떼쓰는듯

  • Swarovski­ · 178448 · 10/11/21 20:39 · MS 2007

    그 이전까지 별 말이 없다가 일방적인 비공식/공식 단교 통보에 적지않게 실망하고 먼저 대사관 철수하는 단교 조치에...반대를 넘어서 혐오 수준까지 이른 지금
    언론, 정치인들 영향을 심하게 받은 배경, 분위기가 안타깝죠

  • 박한이 · 284688 · 10/11/22 03:10

    종목과 국적을 떠나 왕수춘 선수의 실격에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 불쌍함...

    그리고 국가 혐오 문제는 90년대 삼성 현대가 소니 도요타 못이겨 미치고, 한일 축구에 목매던 시절 떠올리니 참 추억돋을 뿐입니다.

    대만은 아직 그 단계라는 거, 안타깝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