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송민호 [1161428]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08-18 21: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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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더프에서 지거국 이상 나온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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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6월부터 반수 시작했고, 학원 수업이 너무 빡빡해서 계속 문제만 풀다가 첫 더프 봤습니다.


최소한 건국대 정도는 나오길 바랬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근데 뭐 처음 친 사설 모의고사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별 생각 없이 넘겼습니다.


그게 9평 때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요



9평 성적표 받은 날에는 정말 스스로에게 모멸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머리는 좋은 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냥 삼수 결심하고 가지고 있던 N제들 다 버렸습니다. 


그리고 뉴런같은 개념 강의를 다시 한번 제대로 돌렸습니다. 


어차피 3수 할 거 12월처럼 공부하자는 마인드로요.



한 수능 15일인가 16일쯤 남았을 때 개념 정리를 다 끝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는 시간이 좀 남았던 터라 그래도 실전 감각은 미리 경험해두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실모 조금 샀습니다.


근데 하필 처음 풀었던 게 클리어 모의고사(ㅋㅋ..)였어서 또 멘탈이 터졌어요. 


진짜 돈이 아까워서 계속 풀긴 했는데 멘탈이 너무 터지니까 그냥 한 3회부터는 채점을 아예 안 했습니다.


수학외에도 국어나 탐구 모든 과목에서요.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다 보니 수능 날이 다가왔고, 저는 운이 좋아서 서울로 대학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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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가에 내려와서 제 방을 청소했는데, 그때 풀었던 실모가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채점 해봤는데, 놀랍게도 제 수능 점수랑 그다지 차이가 없었습니다.


단순하게 한두개 정도가 아니라 과목마다 실모 10세트 이상씩 점수가 비슷하더라고요. (아 물론 클모는 제외..ㅎㅎ)


이 말을 친구한테 하니까 원래 성적은 가우스 함수 같은 거라서 그런 거다. 


원래 99도의 물이 끓는 데에는 1도만 더 필요한 거 아니냐~~ 뭐 이런 말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굳이 따져보자면 저는 학원 나오고 나서부터 공부시간이 거의 반토막이 났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가우스 함수라고 해도, 성적 상승 폭이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싶었거든요.


한 며칠 동안 고민을 계속 했고 답을 찾았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요인은 '질적 차이'입니다.


확률의 가장 큰 약점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특성을 가졌다고 전제한다는 것입니다. 


9평 점수보다 수능 점수가 떨어진 사람들이 전체 수험생 중 60%라면, 무조건 60%가 그러하다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수능은 그냥 주사위 게임인 셈이지요. 그 60%에 드냐 안 드냐에 모든 게 달리니까. (엄밀하게는 주사위도 아니네요 ㅋㅋ)


물론 가만히 있더라도 운이 좋아 그 60%에 안 들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그 확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 말이랑 비슷한 말이 "상위권이 되고 싶으면 상위권처럼 공부하라"라는 말입니다.


저는 학원을 나오기 이전에 딱 일반적인 수험생에 해당하는 공부를 해왔습니다.


학원에서 시키는 것만 하고 별 생각 없이 살았으니까요. 


그땐 그걸 해야만 성적이 오르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학원을 나온 후부터는 그 전과 아예 공부의 질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또한 운이 좋게도, 그렇게 바뀐 공부가 저한테는 딱 필요했던 공부였던 것이죠.


덕분에 저는 대부분의 수험생과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었고, 확률을 무시하고 성적을 올렸습니다. 


통계상으로는 아웃라이어죠. (물론 정확한 정의를 따지면 아닙니다만 전공 수업 시간이 아니니 막 쓰겠습니다 ㅎㅎ)



아마 주변에서 모의고사 성적은 수능이랑 전혀 상관 없다고 얘기가 많을 겁니다.


예,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 역시 그 명제의 사례니까요.


다만 저는 그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생각 안 하시는 거 같아 이 글을 썼습니다.


저기서 상관이 없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당신이 '질적으로 달라졌을 때'를 전제하고 하는 말입니다.


당신이 모의고사를 보고 "아 이건 평가원스럽지 않아, 어차피 수능은 달라"라고만 하고 

평소 하던대로 공부를 수능 때까지 계속 한다면 당신은 절대 '통계(확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Q.. "그러니까, 지금부터 수능 때까지 개념강의 들으면서 다시 복습하라구요?"

A. "아닙니다ㅠㅠ"




저는 여러분들께, 지금까지 당신이 했던 공부를 돌아보시길 추천합니다.


객관적으로 여태까지 문제를 많이 풀었다 생각되면 

개념 복습의 비중을 늘리면서 풀었던 문제들과 같이 정리하며 외연을 넓히세요.

작년의 제가 이런 유형에 해당했습니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반대로, 여태까지 개념에만 치중한 공부를 하셨다면(개념이 충분한데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경우) 

이제부터 슬슬 N제나 실모를 풀면서 외연을 넓히세요.


이 외에도 실전력이 부족하시다던가.. 기타 등등의 사연들이 다양할 겁니다.

그것들 또한 위와 같은 방식으로 부족함을 매꾸기 위해 계획을 짜보세요.


이것이 그 유명한 '메타인지'라는 능력입니다.



결국 본인이 성적을 뒤집고 싶으시다면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써보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여태까지 해온 공부 말고 다른 걸 한다고 질적인 상승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자신이 부족한 내용을 파약하고 그에 알맞는 공부를 했을 때에만 그것이 일어납니다.


암기 성향이 강한 부분이 부족하면 개념 정리를 한번 더 하시고, 문제 푸는 것이 어색하면 문제를 해석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시야를 넓히고, 계산이 느리다면 N제 하나를 더 끼우는 등 자기만의 문제점에 자기만의 해결책을 고안하세요.



여태까지 안 한 공부를 한다는 게 심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감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습니다.


남들 다 하는 대로 따라 공부하는 게 심적으로 제일 편하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실모가 아니라면, 설령 그게 개념 강의일지라도 지금은 돌아가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4줄 요약>


"드라마틱한 성적 상승은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여태 공부했던 방식대로 계속 공부한다면 그것은 일어나기 매우 힘들다. "


"따라서, 이전의 공부를 객관적으로 복기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공부들로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


"어쩌면 그것이 단순한 공부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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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위로의 의미로 글을 쓸려다가 갑자기 기승전 메타인지로 끝이난 거 같네요;;


글 쓰다가 중간에 예전 과외생이랑 전화를 잠깐 했는데, 그때 말했던 내용을 글로도 남기고 싶어서 조금 글이 길어졌습니다 ㅠㅠ


뭔가 매운 맛으로 끝난 기분이라 괜히 상처받는 분들이 계실까봐 조마조마하네요.



이제 수능이 90일 남짓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들 생활 곳곳에는 절망이 깔려있을 것이고 그걸 견디기가 무척 힘들 것입니다.


"지금 점수가 수능 점수다"라는 요상한 말도 그 중 하나겠죠.


물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지금 성적을 올릴 가능성은 한 20%? 그 정도 되려나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20%를 내가 더 키워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여태 하던대로 한다면 20%는 상수겠지만 내가 달라지면 달라질수록 20%는 조금씩 조금씩 바뀔 것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 말은 가능성을 키워온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믿고 가능성을 키워가시길 바랍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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