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끔없지만 '사랑'의 정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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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보다 상대방의 몸을 더 걱정'하는 것이 '사랑'아닐까 싶습니다.
평소에 딱딱한 역사, 전쟁사, 학습 이야기만 하던 사람이 웬 상사병에 걸렸나 의문이 가실만한 주제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가장 큰 고통을 받은 것은, 어느 화학 선생님 때문입니다. 제가 그때 융합과학이라는 주제로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지도교사 선생님을 이 선생님한테 부탁드렸거든요. 여성이셨고, 그 분의 깊은 본질(?)을 잘 모르던 때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동아리를 만들고 2학년 때 1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는데, 뭐 명품동아리 우수동아리 동아리발표대회 미래과학자 양성대회 등등 상도 다양하게 탔었고, 동아리 선생님은 교육감 표창도 받으시고 참 성과가 많았습니다. 구글에 '포항 대동고 동아리'라고 검색하시면 아마 절 찾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그런데 이때 1년은 저에게 정말 지옥같은 1년이었는데, 화학선생님이 슬슬 본성을 드러내시더군요. 화풀이를 항상 저에게 심하게 하셨습니다. 항상 뭐가 잘못되면 절 탓하고, 본인 잘못이어도 저에게 욕하고, 학교 내에서 휴대폰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당연히 고등학교에서 휴대폰 금지시키죠?) 욕하고 (불과 교무실과 제 교실이 1층 차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논문을 왜 이렇게 썻냐고, 왜 이게 연구 결과냐고 이건 과정이라고 하면서 막말하고
이 외에도 온갖 일이 많았었는데, 정말 저에게 큰 스트레스이자 상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희 아버지는 멀리서 일하시느냐 주말부부를 하셨고, 평소 엄마랑 제가 같이 있었거든요. 엄마에게 제가 이런이런 일을 당하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 했더니 약간 비웃듯이 말을 하시는게 "어른들 말이 다 맞아~"라고 하셨습니다.
이때 정말 큰 억울함과 배신감을 느꼈죠. 같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그래도 그럭저럭 버티고 3학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수학 4,5등급 맞았다고 했었죠? 고3때가 되니까, 뭔가 공부도 잘 되고 동아리도 넘겨주고 동아리 지도 선생님의 잔소리와 막말도 들을 일이 없으니 수학 성적이 잘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초반에 사설 모의고사에서 평소 수학 점수보다 20점 정도 높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그때 터졌죠. 엄마가 아빠랑 같이 안방에 계셨는데, 우스갯소리로 아빠한테 "20점 올리는데 200만원 들었다(과외비, 학원비를 말함)"라고 하는걸 들어버렸습니다......
그때 제가 살면서 최초로 이성을 잃고, 가장 심하게 분노했었던 때일껍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이 치밀어 오르더군요. 제 자존심에도 큰 상처였고, 그동안 동아리 지도 선생님께 받아왔던 욕설, 스트레스와, 엄마가 저를 보고 "어른들 말이 다 맞는거야~"라는 꼰대같은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나서, 한 일주일 동안 미친놈으로 살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때 당시 모든 일을 말씀드리기는 제 사생활이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꺼내긴 힘들지만, 그때 머리에 난 큰 흉터는 아직도 아른거리고 욱씬거립니다. 마치 노인분들이 비 오기 직전에 무릎이 쑤신다고 표현하시잖아요? 마찬가지로 저도 이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과거 이때 일이 기억나면서 스스로를 더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런데 제 아빠는 이런 제 상태에 굉장히 슬퍼하시더군요. 제가 자꾸 과거의 상처에 얽메여서 오랫동안 잠을 잔다던지, 마인드 컨트롤을 못할 때마다 매우 슬퍼하십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대한민국 인재상'이라고, 아마 고등학생 여러분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회인데요 제가 올해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제가 자소서 서두에 쓴 말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게 가장 큰 복은,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님, 친구들, 또 많은 선생님과 교수님들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주시며 희망을 주셨던 학교 선생님들과, 오랫동안 방황을 하였지만 결국 부모님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셨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역사와 전쟁사를 취미로 공부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많이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 심사를 통해서 그동안 제게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과 선생님들,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보람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지원하였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또 거꾸로 '나'라는 덧없고 미숙한 존재가 걸음마를 거쳐서 지금까지 잘 살아남은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몸보다 상대방의 몸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군요.
저 말고도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도 극복하고 서울대를 간 친구도 있고, 가정에서 부모님과 자주 다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인간관계 때문에 문제를 겪는 분들도 계실 껍니다. 사람 사는 데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방해와 고통 없이 순탄하게만 인생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힘들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나라는 개인이 여기까지 잘 살아온 것은 어찌보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랑' 덕분에 여러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잘 버틴것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랫만에 역사 외에 다른 컨텐츠로 글을 써보네요. (연애도 못해본 주제에 사랑에 대해서 ㅋㅋㅋㅋ)
저보다 더 심한 학대와 상처를 받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고통의 총량을 따져서, 마치 '나는~ 이정도나 고생했는데' 라고 무슨 대회를 열자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각자의 위치와 환경에서 어려움은 있고, 개인 혼자만이 그걸 다 극복하고 살아남기에는 힘든 과업 아닐까 싶습니다.
연인이나 가족과 같은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길에서 500만원을 몽땅 떨어뜨린 사장님을 위해 돈을 줘어서 돌려주는 시민들이나, 어려운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분들과 같이 '사랑'을 베푸는 존재가 있기에 내가 되었든 타인이 되었든, 여지껏 잘 살아오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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