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날다 [257626] · MS 2008 · 쪽지

2011-01-11 23:49:57
조회수 344

저번에 한 번 올린 거지만... 신경림 농무 개작 『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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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답안지가) 냉무
                      
                               파리날다



 



종이 울린다 회수봉투가 닫혔다
벽돌기부자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캠퍼스
우리는 다크써클이 얼룩진 얼굴로 
신림동 허름한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정시 축소땜에 울며 겨털먹기로 낮춰쓴 것이 원통하다
부부젤라를 앞장세워 서울대입구역으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남강학원 삽자루뿐
서울대생들은 샤자 정문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사이아인이 되서 손오공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돌아이 노찌롱처럼 헤헤대지만 이까짓
독서실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시간값도 못 하는 로또논술 채점 따위야
아예 교수네에게 맡겨 두고
낙성대를 거쳐 사당역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정줄을 놓는다.


한 다리를 들고 공중부양을 해볼까나
콩팥을 상하고 축지법을 써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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