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 과학 기술 제시문 제대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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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수능을 끝마친 고교생을 대상으로, ‘수능 제시문 중에서 어떤 제재가 가장 어려운가?’라는 조사였지요. 물론 개인적으로 실시했습니다. 한 3년 정도 한 거 같습니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과학 기술 제시문이었습니다. 인문계, 자연계 할 거 없이 모두 읽기 어렵고 정답을 빨리 찾기 힘들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능에서 출제되는 과학 기술 제시문의 내용은 고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학 과목 보다 훨씬 지엽적이고 어렵습니다. 출제되는 출전을 가만히 보면, 보통 대학 교양 과정이나 기본 전공과목의 교과서에서 약간의 윤문을 거쳐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등학교 교과서처럼 읽어서 바로 이해되지 않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출제위원들은 교과서 내용 중에서 복잡하고 난해하다 싶은 내용을 선별해서 출제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처음 글로 접하는 내용이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내용을 알면 제시문을 대충 읽어도 100% 이해 할 수 있지만, 내용을 처음 접하는 수험생은 매우 집중해서 읽어야 겨우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제 제시문도 마찬가지지요.
그렇다면 이런 난해한 과학․기술 제시문은 어떻게 읽어야 정확도를 높이면서 빨리 읽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수험생은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을 겁니다. 사실 과학․기술 제재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기술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학생들이 수능 기출 수준의 과학적인 개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르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모든 과학․기술에 관계된 제시문은 100% 설명문이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국문학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바로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제시문 분석을 해 주지요. 내용을 몰라도 설명형 글의 특징들을 기억하며 읽어 가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것도 이와 같은 방식입니다. 차이점은 설명력과 전달력의 차이에 있습니다.
사실, 문제를 풀어 다 틀리고, 제시문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라도 학교나 학원의 해설 강의를 들으면 대부분 이해합니다. 자기가 놓친 곳과 실수한 것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힘으로 다른 모의고사를 풀 때 강의 때 배웠던 그 정리가 자신은 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헤매고 확실한 답이 아닌, 그럴 것 같은 답만 찍지요.
강의는 항상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언제나 자신의 힘으로 분석하고 답을 찾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제대로 읽어야 하겠지요. 느리지만 제대로 읽는 연습을 하면 속도는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과학․기술 제시문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요? 저는 ‘설명’에서부터 시작해 볼까합니다. 위에서 과학․기술 제시문 100% 설명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어려울까요? 설명문은 쉽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말이죠.
일단 2개의 제시문을 봅시다. 여러분은 다음 제시문을 읽고 그 차이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A] 2012년 9월 모의
기체 분자들의 속력 분포는 맥스웰의 이론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가로축을 속력, 세로축을 분자 수 비율로 할 때 종(鐘) 모양의 그래프로 그려진다. 이 속력 분포가 의미하는 것은 기체 분자들이 0에서 무한대까지 모든 속력을 가질 수 있지만 꼭짓점 부근에 해당하는 속력을 가진 분자들의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기체 분자들의 속력은 온도와 기체 분자의 질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른 조건은 그대로 두고 온도만 올리면 기체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증가하므로, 그래프의 꼭짓점이 속력이 빠른 쪽으로 이동한다. 이와 동시에 그래프의 모양이 납작해지고 넓어지는데, 이는 전체 분자 수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프 아래의 면적이 같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체 분자 수와 온도는 같은데 분자의 질량이 큰 경우에는, 평균 속력이 느려져서 분포 그래프의 꼭짓점이 속력이 느린 쪽으로 이동하며, 분자 수는 같기 때문에 그래프의 모양이 뾰족해지고 좁아진다.
그림은 맥스웰 속력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서 밀러와 쿠슈가 사용했던 실험 장치를 나타낸 것이다. 가열기와 검출기 사이에 두 개의 회전 원판이 놓여 있다. 각각의 원판에는 가는 틈이 있고 두 원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두 원판은 일정한 속력으로 회전하면서 특정한 속력 구간을 가진 분자들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가열기에서 나와 첫 번째 회전 원판의 가는 틈으로 입사한 기체 분자들 중 조건을 만족하는 분자들만 두 번째 회전 원판의 가는 틈을 지나 검출기에 도달할 수 있다. 첫 번째 원판의 틈을 통과하는 분자들의 속력은 다양하지만, 회전 원판의 회전 속력에 의해 결정되는 특정한 속력 구간을 가진 분자들만 두 번째 원판의 틈을 통과한다. 특정한 속력 구간보다 더 빠른 분자들은 두 번째 틈이 꼭대기에 오기 전에 원판과 부딪치며, 느린 분자들은 지나간 후에 부딪친다. 만일 첫 번째와 두 번째 틈 사이의 각도를 더 크게 만들면, 같은 회전 속력에서도 더 속력이 느린 분자들이 검출될 것이다. 이 각도를 고정하고 회전 원판의 회전 속력을 바꾸면, 새로운 조건에 대응되는 다른 속력을 가진 분자들을 검출할 수 있다. 이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어떤 온도에서 특정한 기체의 속력 분포를 알아보았더니, 그 결과는 맥스웰의 이론에 부합하였다.
[B] 2011년 6월 모의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은 연료량 대비 운행 거리의 비율인 연비로 나타내며, 이는 자동차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이다. 이러한 자동차의 연비는 엔진의 동력이 어떤 조건에서 발생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엔진의 동력은 흡기, 압축, 폭발, 배기의 4 행정을 순차적으로 거쳐 생산된다. 흡기 행정에서는 흡기 밸브를 열고 피스톤을 상사점에서 하사점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실린더 내부 압력이 대기압보다 낮아져 공기가 유입되는데, 흡입되는 공기에 연료를 분사하여 공기와 함께 연료를 섞어 넣는다. 압축 행정에서는 실린더를 밀폐시키고 피스톤을 다시 상사점으로 밀어 공기와 연료의 혼합 기체를 압축한다. 폭발 행정에서는 피스톤이 상사점에 이를 즈음에 점화 플러그에 불꽃을 일으켜 압축된 혼합 기체를 연소시킨다. 압축된 혼합 기체가 폭발적으로 연소되면서 실린더 내부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외부 대기압과의 압력 차이에 의해 피스톤이 하사점으로 밀리면서 동력이 발생한다. 배기 행정에서는 배기 밸브가 열리고 남아 있는 압력에 의해 연소 가스가 외부로 급격히 빠져나간다. 피스톤이 다시 상사점으로 움직이면 흡기 때와는 반대로 부피가 줄면서 대기압보다 내부 압력이 높아지므로 잔류 가스가 모두 배출된다.
[A]와 [B]의 글은 모두 설명형 글입니다. 뭔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설명임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다릅니다. 여러분들은 이 차이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는 전형적인 설명형 글이지만 ‘가설-검증’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단락에 나오는 맥스웰 이론은 가설이고,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에서 설명되고 있는 밀러와 쿠슈의 실험은 맥스웰 이론을 검증하는 실험 장치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나온 마지막 문장 “이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어떤 온도에서 특정한 기체의 속력 분포를 알아보았더니, 그 결과는 맥스웰의 이론에 부합하였다.”은 곧 맥스웰 이론의 확증입니다. 그래서 맥스웰의 가설은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되게 됩니다. 가설을 입증하는 구조를 가진 글이기 때문에 설명형 글이지만 ‘논증적 구조’를 띤 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B]의 글은 어떤 증거를 대거나 어떤 현상의 원인을 밝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엔진의 동력이 발생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글은 가전제품을 사면 함께 끼워져 있는 제품 설명서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A]와 [B]에서 보았듯이 과학․기술 제재의 글들은 모두 설명형 글이지만 글에 따라 논증적인 구조를 띤 글도 있고, 제품 설명서처럼 병렬적으로 나열된 설명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원리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는(운동생리학 적 원리를 설명하는 2011년 6월 모의) 글도 있습니다. 이처럼 ‘설명’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기 때문에 주장형 글보다 훨씬 읽기가 까다롭습니다.
수능 제시문에서 출제되고 있는 과학․기술 제재 제시문들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일명 ‘과학적 설명’의 4가지 유형이지요. (이건 제가 붙여본 겁니다.) 이 유형을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를 낳습니다. 이건 글의 접근 방식을 아느냐의 차이로써, 제시문의 1문인 전개방식을 묻는 문제를 매우 빠르고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물론 출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알고 읽는 것은 그만큼 제시문의 큰 윤곽을 알면서 읽어 가는 것을 뜻하기에 장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제시문은(경제 제시문과 함께) 시험장에서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읽어나가야 빠른 시간 안에 정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란 쉽게 말해서 훑어 읽기와 집중해서 읽기를 말합니다. 대개 매우 세부적인 과정 설명이 그림과 함께 제시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100% 세부적인 과정을 설명한 부분을 시험에 출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해도가 높은 부분은 훑어 읽고, 난해하게 설명되고 있는 세부적인 설명부분은 집중해서 2번 정도 빠르게(문제에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과 함께) 읽어내야 합니다. 이때 전체 글의 윤곽을 파악해 놓으면 ‘선택과 집중’의 읽기를 보다 수월하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과학적 설명’의 4가지 유형을 '제시문+문제'와 함께 보다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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