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133120] · MS 2018 · 쪽지

2015-03-02 22:42:41
조회수 391

정끝별 -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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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거야?
죽을 때 모습 그대로 죽는 거야?
죽어서도 엄마는 내 엄마야?
때를 가늠하는 나무의 말로
여섯 살 딸이 묻다가 울었다

입맞춤이 싫증나도 사랑은 사랑일까
반성하지 않는 죄도 죄일까
깨지 않아도 아침은 아침일까
나는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흐름을 가늠하는 물의 말로
마흔 넷의 나는 시에게 묻곤 했다

덜 망가진 채로 가고 싶다
더 이상 빚도 없고 이자도 없다
죽어서야 기억되는 법이다
이젠 너희들이 나를 사는 거다
어둠을 가늠하는 속깊은 흙의 말로
여든 다섯에 아버지는 그리 묻히셨다

바닥을 향해 피는 상수리꽃을 마주하여
젖은 물살을 저어가는 지느러미뼈를 마주하여
흙에서 깨어나는 달팽이 촉수를 마주하여
고스란히 제 짐 지고 제 집에 들어앉듯
다문 입술에 맺힌 말간 물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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