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전청을타고 [115757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07-24 00:41:52
조회수 1,581

조언구합니다..(엄청난 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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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언을 구하고싶은데 주변에 구할 사람이 없어서 글을 써봅니다. 글이 정말 길고 맥락이 너무 안 맞지만…. 한분이라도 꼭 읽고 한마디의 조언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저는 재수해서 올해 대학에 들어간 여학생입니다. 재수 성공했냐고요? 아니요. 정말 처참히 실패하였습니다. 결국 서울에 위치한 저어어- 아랫대학 공대에 다니고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문과생이었고 수학을 가장 잘 봤기 때문에 차라리 공대에 가자는 마인드로 하향으로 넣은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평소 수학을 가장 좋아했고 대학에 가서 공학공부를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저는 이번학기에 4.5의 학점을 받았고 장학금 지급 기준에 토익성적이 포함되었기에 2주동안 공부하여 운이 좋게도 930점을 받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전공 교수님들께서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잘 챙겨주셨고 종강하고도 교수님들의 식사자리에 몇번 초대되어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듣고 왔습니다. 또한 교내, 교외 공모전에도 열심히 참가해서 이번학기에만 200만원을 상금으로 벌었습니다. 

현재 저는 감사하게도 학력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께서 제게 먼저 조교자리를 권해주신 덕에 고등학생 때 다녔던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수학학원에서는 조교로 일을 하고있습니다. 아이들 상담도 많이 해주면서 가끔은 뿌듯함을 느끼며.. 아무튼 스스로 발전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커서 지난학기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운동도 매일하고, 책도 9권 읽고, 매일을 기록하는 등 미친듯이 공부하고 열심히, 잘 살아보려했고 지금도 발악 중입니다.


작년 수능이 뭔가 이상했던지 이 학교에 재수생은 나뿐일거라 생각했지만 제가 재학하는 과만해도 절반 이상이 재수생이고, 일부가 삼수생, 사수생이어서 오히려 현역을 찾기힘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많이 보였고 많은 사람들한테 배울 점도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또 수능 망쳐서 온 학교치고 내가 남들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라고 절대 외치고 다닐 수준이 아니라는걸 느끼기도 했기에.. 교수님들 강의에 대해 만족도도 매우 컸습니다. 그래서 이번학기에 내가 이 학교를 오기 싫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학교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학기초를 굉장히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결과가 나오고 종강을 하니 기쁘지도 않고, 잘 받은 성적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기쁘고 자랑스러웠던 것은 단 하루였을까요? 이 대학에서 4.5를 받은게 과연 자랑할 일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바쁘게 공부하던 삶이 갑자기 뚝 끊기니 정신건강이 급 악화되기도 했고. 내가 이 대학에서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만 윗대학 학생들의 꼬리라도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결론은 학벌 열등감이 극심한 상태입니다.


참고로 공대 공부는 매우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매일 끊이지 않는 과제폭탄과 문과생이었기에 필요한 미적분, 기하, 물리 공부 등등.. 솔직히 재밌습니다. 정말. 하지만 반수를 하게되면 어문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겠죠. 재수 때 모의고사 성적 평균이 경외시 높은 과였고 제일 잘 봤을 때 연경까지 나왔었기에 반수를 한다한들 서성한까지도 도달하지 못할테고 심지어 몇 개월동안 수능 공부를 쉬었으니 더 가관이겠죠.


작년 재수가 끝난 뒤, 재수학원에서 쌤들이 제 성적에 대해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고 슬퍼해주셨었습니다. 강남에 꽤나 규모있는 재종 제일 높은 반 다녔는데 담임선생님께서 “그래도 00아 나는 너가 올해 우리학원에서 제일 열심히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 이 말을 해주셨고, 유명한 단과 선생님께서도 너처럼 열심히 하는 애 드물다며 학생수가 그렇게 많으신데도 부담스러울정도로 저를 잘 챙겨주셨습니다. 때로는 새벽에 카톡으로 응원의 글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저를 오래 본 쌤들께서는 수능이 끝나고 "너는 학창시절 평생을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기때문에 결국은 너가 제일 잘 살거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사실 이런 말들로 힘을 내며 살아가고있습니다. 최소한 수험생으로써 제가 열심히 안 살지는 않았다는 걸 얘기해주시니. 이 시기가 되니 재수학원 선생님들도 보고싶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낮은 대학을 진학하여 선생님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고 괜히 창피한 마음도 들고.. 왜냐하면 재수하면서 사회성이 진짜ㅋㅋㅋ 엄청 떨어졌어서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밀어냈거든요. 그래서 끝까지 잘 대해주신 선생님들께도 너무 딱딱하게 대했던게 죄송한 마음으로 크게 남았고 당시 저에게 친해지려고 다가와줬던 친구들에게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그렇다면 재수를 왜 실패하였는가. 정말 목숨을 걸고 공부를 했었습니다. 정말 목숨이 위험했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그렇듯 정신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제가 좀 과했습니다. 당시 공시가 줄어드는 강박 때문에 모든 치료를 거부했고,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계속되는 공황과 실신으로 인하여 응급실을 밥 먹듯 드나드는 저를 보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올해 수능은 포기하는게 어떻겠냐라는 소리를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저는 내 수험생활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였기에 귀 닫고 꿋꿋이 공부를 했습니다. 정신이 그냥 말이 아니었습니다.


대학 입학 후에도 계속 약을 먹다가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약을 줄였는데 요즘 다시 극심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수를 한다고하면 수능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재수의 트라우마가 꽤나 크게 남았습니다. 성적 잘 끌어올리다가 결국 수능에서 극복해내지 못한 국어. 그 이후로 국어 모의고사만 보면 공황이 크게 옵니다. 토익보러 학교 교실에 들어갔을때도 뭔가.. 말 못할.. 아무튼 멀쩡하지않음을 느꼈고 심지어는 재수시절 매일 타고다니던 셔틀버스의 기사님의 벨소리조차 트리거가 되어 길을 다니다가 그 소리를 듣고 공황이 와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고. 제가봐도 너무 유난인데 아직도 무의식 속의 트리거들이 발견되고있는 중이라 뭔지 모를 두려움 속에 살고있습니다. 


그런데 학벌 열등감이라는 것은 평생 간다고하잖습니까. 집에서 공부, 대학에 대한 압박은 전혀 없습니다. 부모님 두분 모두 좋은 대학을 나오셔서인지 항상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된다고 말씀하시고, 재수수능을 망했을때도 너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됐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 스스로에게 하는 압박이 너무 큽니다. 이런거는 도대체 어떻게 극복하는걸까요. 극복이란게 가능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다 무시하고 수능공부를 하는게 맞을까요.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혼자 고민하는데에 너무 지쳤습니다. ‘우울하다.’ 재수할 때 이거는 변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삶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 어른에게 물어보고 조언이라고 구하고싶지만 어른이 없어요 저에겐. 그렇다고 계속 혼자 고민하기에는 이제 벅차네요. 그래서 여기에 묻습니다. 앞으로 계속 여기서 미친듯이 열심히 살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이지 현재 대학에 계속 머문다면 대기업 입사는 바라보고있지 않습니다. 단지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고싶은 사람일 뿐입니다. 행복하고싶은 사람일 뿐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무슨 답이 듣고싶어서 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 지금 잘 살고 있는걸까 그런 원초적인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실력이 좋지 않아 읽기 힘드셨을텐데 혹시 끝까지 글을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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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west form of life · 993396 · 22/07/24 00:48 · MS 2020

    제가 글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데 현재 대학에서는 선배분들 아웃풋을 봐도 대기업 입사그 힘드신건가요?

  • lowest form of life · 993396 · 22/07/24 00:48 · MS 2020

    편입은 고려해보셧나요?

  • 덜컹거리는전청을타고 · 1157573 · 22/07/24 00:58 · MS 2022

    그 수가 극소수이지만 대기업에 입사하신 분들도 물론 계십니다. 편입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모집인원이 적다 보니 편입을 성공한 상황보다 실패한 상황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가정해보니.. 계속 고민이 되는 것 같네요

  • lowest form of life · 993396 · 22/07/24 00:59 · MS 2020

    혹시 수능장에서 멘탈때문에 못 보신걸까요 실패 할것같은 두려움 때문에 아니면 풀다가 아 ㅈ된거같다하고 못 보신건가요?

  • 덜컹거리는전청을타고 · 1157573 · 22/07/24 01:28 · MS 2022

    수능장에서 못 본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평소 극도의 불안에 떨면서, 망한것 같다 생각하면서 봤던 모의고사들이 오히려 성적이 좋았고 제가 기억하고있는 것은.. 수능날이 그 어느때보다 컨디션도 좋았고 시험장 내에서 망한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습니다.

  • lowest form of life · 993396 · 22/07/24 01:34 · MS 2020

    맨탈때문에 망한게 아니시라면 다시 해도 되실것 같아요, 수학에 재능있으면 그냥 과탐하셔서 내년에 제대로 해보시는거 어떠신가요? 아니면 편입 준비가 젤 최고 같네요, 올해는 120일도 안남아가지고 지금 시작하셔도 아쉬움이 많으실거에요

  • lowest form of life · 993396 · 22/07/24 01:35 · MS 2020

    그리고 대기업 한 두명만 들어간다는거보니 그 대학 졸업하셔도 비전이 좋게 보이진 않네요... 더 후회 하실것같아요

  • lowest form of life · 993396 · 22/07/24 01:38 · MS 2020

    일단 올해 6평 푸시고 잘 생각해보세용

  • 미필허수생 · 1133282 · 22/07/24 01:50 · MS 2022

    개인적으로 수능때의 그 압박감도 시험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3수할때 불국어땜에 탈주한뒤로 국어를 결국 극복하지못해서 성적맞춰서 대학가긴했는데 암튼 본인이 판단하시기에 극복가능할것같으시면 달리시는거고 아니면 멈추는게 좋다고생각합니다 그렇게 저는 7년째이바닥에있습니다....

  • PS03 · 1076598 · 22/07/24 01:54 · MS 2021 (수정됨)

    노력을 정말 많이 하셨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거두지 못하여 정말 큰 상처를 받으셨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정말 유감입니다.
    아무래도 쓴이께서 비교적 큰 충격을 받으신 이유는 넌 많이 노력했으니까 될 거다라는 주변의 말을 자주 들어오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저 같아도 충격이 컸을 것 같네요.
    글을 읽어 보니 이미 마음은 기우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쓴이께서 걱정하시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더욱 근본적으로는 실패가 번복될 시에 겪을 마이너스한 감정들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본인이 고민해 보셔야 될 것이나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이것은 도전에 대한 리스크로 마땅히 감수하셔야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또 다시 실패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용기있게 각오를 다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글을 보니 지금의 대학 계속 다니셔도 마음의 병만 깊어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다시 도전하여 성공하는 것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치료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네요.
    허나 이것 또한 나름 인생의 묘미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성공하시면 작년의 실패와 작금의 후회는 그저 성공을 위한 거름이 될 뿐일 터이니까요.
    116일 남은 기간동안 응원하겠습니다. 좋은 결과 거두시길 바라겠습니다.

  • irst · 1027741 · 22/07/24 02:35 · MS 202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비요뜨으 · 926578 · 22/07/24 06:47 · MS 2019

    수능공부 시작했다면 그냥 일요일 하루는 푹잡고 노세요 괜찮습니다.

  • 뀨경가고시프다 · 1063058 · 22/07/24 09:02 · MS 2021

    수능은 반수라 해도 장장 100일 이상을 공부해야되는 레이스 입니다. 대학교도 다녀보셨고 대학교의 환상이 빠진 채 죽어서하라도 학벌을 높이겠다가 아닌 미래를 위해 대학 한두급간 올려본다라고 생각하시고 열정을 유지한 채 독기를 좀 빼고 공부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간단한 운동을 병행하면서 건강한 정신으로 작년의 문제점을 파악하며 공부하게 된다면 엄청난 부담을 가지지 않고도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2년 늦는거에 조급함을 가지는 것이 아닌 조금 돌아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학벌과 수능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노력은 배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한 과정은 인생에서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고 노력이 자신의 문제점을 냉쳘히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하면 공부면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공대/문과의 진로 선택문제와 관련도 있어 좀더 신중하게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에서 큰 좌절과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냐에 따라 그 사람의 순수한 가치가 결정되는것 같습니다. 그 위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하십쇼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