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벌레래요 [1069334] · MS 2021 · 쪽지

2022-07-07 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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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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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냄비다


물을 팔팔 끓이기 위한 냄비




다른 냄비들이 불을 찾아 헤맬 때


어느 냄비는 그저 물에다 힘껏 공기를 불어넣었다


기포가 올라오는 냄비는 끓는 냄비와 퍽 닮은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가 물을 잘 끓인다며 칭찬하고 치켜세워줬다


그는 순식간에 '좋은 냄비'가 되었다


남들의 칭찬은 곧 그를 좋은 주인에게 팔려가도록 만들어주었다




주인은 냄비에게 물을 끓여달라고 부탁했다


냄비는 있는 힘껏 공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냄비에게서 따라낸 물은 여전히 차갑고 고요했다




그는 냄비다


아니, 그는 냄비였다



그는



한 순간이라도 냄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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