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미분가능 [1007587] · MS 2020 · 쪽지

2022-07-03 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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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과 별의 꽃 (제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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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과 별의 꽃

이시키 소타 


제5장


  

 

“료는 왜 후타미를 좋아하게 된 거야? 예언에서 봐서?”

    신사의 본전 청소를 도와주고 있다가 아버지가 그렇게 물었다.

“뭐예요, 갑자기” 솔직히 좋아하는 여자애 얘기를 부모님께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예언에서 봤으니 좋아하게 됐다는 말에 부정할 순 없었다.

“의식은 했지만, 그건 아니에요”

“그럼 왜?”

“아무렴 어때요, 그냥”

    아버지와는 다른 곳의 청소를 시작하려고 먼지떨이로 기둥을 청소하며 이동하려는데 아버지가 말을 꺼냈다.

“나는 말이야. 엄마 요리에 반했단다”

“괜찮아요. 말하지 않아도. 부끄럽게”

    아버지는 말솜씨가 부족한 듯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 이상으로 부모님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건 되게 쑥스러웠다.

    카에데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없었다. 강에서 카에데를 돕고 나서 정신 차려보니 카에데에게 시선이 가는 나를 발견했고, 그래서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초등학생의 사랑이란 그런 거다.



    내일부터 여름방학을 위한 등교 마지막 날인 7월 19일.

    얼마 전에 손을 뿌리쳐지고 나서부터 카에데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 말 걸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카에데에게 축제 권유를 못 했다. 권유해도 거절하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협력 받은 이상, 결국은 권유하지 못했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등교 전 아침, 현관 마루에 앉아 신발을 신고 있으니 눈앞이 일그러지면서 장면이 바뀌고 새로운 광경이 눈에 보였다.

    지금은 7월 19일, 아침 8시 18분. 학교 가는 길. 나는 달리고 있다. 눈앞에는 카에데의 등이 보인다. 시선 구석에는 소형 트럭도 보였다. 도로로 뛰쳐나가는 카에데. 나는 카에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기서 장면이 다시 한 번 바뀌었고, 원래 있던 집 현관으로 돌아왔다.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잠금 화면을 띄웠다. 8시 12분이었다. 지금 본 장소까지는 달려가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카에데가 소형 트럭에 치이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치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게 된다.

    여름에 돌입한 7월 중순. 땀이 온몸에서 줄줄 흐르는 것을 느끼며 달렸다. 등교하는 다른 학생들을 앞질러 갔다.

    숨차기 시작할 때, 눈앞에 카에데의 뒷모습이 보였다. 뒤에서도 알 정도로 카에데는 휘청거렸다. 속도를 한 층 더 올렸다. 카에데 앞은 벌써 도로였다. 나는 뒤에서 카에데의 팔을 향해 손을 뻗었고, 끌어당겼다.

“위험하잖아! 너 바보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겁먹었을까. 하지만 말해야 했다.

    소형 트럭이 눈앞을 지나갔다. 이렇게 카에데를 구한 것은 이걸로 두 번째다.

“미안해” 카에데는 놀란 모습으로 이쪽을 보고,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카에데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 가는 길, 나는 계속 차도 쪽으로 걸었다. 또 도로에 뛰쳐나갈지도 모른다. 걱정되니 어쩔 수 없었다. 

“저기” 옆에서 걸어가던 카에데가 입을 열었다.

“응?”

“저기…… 미안해”

“괜찮아. 아까도 사과했잖아?”

“응. 그렇지만 오늘 일도 그렇고, 그전 일도 있고”

“그전에 뭔 일 있었나?”

“그전에 교실에서 네 손 뿌리쳤잖아”

“아, 그거. 그건 내가 잘못한 거야. 신경 쓰지 마”

“응”

“그것보다 조심히 걸어 다녀. 어릴 때부터 말했지만”

“알고 있어”

“몰랐잖아? 그리고 이럴 때는 미안한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

“응…… 미안……이 아니라 고마워”

    조금 있으면 학교에 도착한다. 학생주임 선생님이 교문 앞에 서 있는 것도 보였다. 이렇게 일찍부터 있는 건 지각하는 학생을 잡으려는 것과 더불어 방범 대책도 겸하는 것 같다. 그런 선생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카에데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권유할 기회는 지금뿐이다. 도와준 것을 조금 이용한다고 벌받지는 않겠지.

“그럼 답례로 나랑 같이 축제 보러 갈래?”

“어?”

“답례니까, 거절하면 안 돼”

“알았어” 카에데는 조금 뜸 들이다가 얘기했다.

    조금 억지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속으로 승리의 포즈를 취하며, 교문을 지나갔다.



7월 24일, 불꽃놀이 축제 3일 전 날 밤.

    축제 약속은 잡았지만, 약속 장소를 정하지 않은 것을 목욕하다가 생각났다. 목욕을 마치고, 카에데에게 직접 전화해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응……”

“있잖아, 어디서 만날지 안 정했지?”

“아…… 응” 지금 깨달은 듯한 대답이었다. 카에데도 약속 장소를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카제나데 언덕 계단 앞에서 어때?”

“응, 괜찮아. 구경할 곳은 카제나데 언덕에서 괜찮지?” 카에데가 물었다. 예언으로 봤기에 구경할 장소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아,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나중에 봐”

“잠깐만. 있잖아, 옷은 어떻게 할래? 조금 고민돼서”

“옷은…… 카에데의 유카타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여섯 살 때 봤던 예언에서도 카에데는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유카타 좋지. 그럼 이치노미야도 유카타 입고 와. 그럼 나도 입어줄게”

“알았어. 그럼 18시 반에 카제나데 언덕 계단 앞이야. 유카타로”

“응…… 기대하고 있을게. 유카타” 카에데의 웃음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다.



    7월 27일, 불꽃놀이 축제 당일.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일찍이 유카타로 갈아입었다. 고른 것은 검은색 유카타였다. 부채로 얼굴을 부치며 거실로 나가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셨다.

“어머, 유카타 잘 어울리는구나. 불꽃놀이 보러 가는 거야?” 어머니가 거실로 온 나를 보며 말했다.

“응”

“누구랑?”

“누구든 상관없잖아”

“여자아이?”

“아니”

“뭐, 어때” 아버지가 도움을 줬다.

“늦지 않도록 해” 어머니도 캐묻지는 않았다.

    차가운 보리차를 마시고, 거실을 나와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다가 현기증이 났다. 순간 눈앞이 어두워지고 시야가 바뀌었다.


    오늘인 7월 27일. 오후 6시 35분. 오토미가와. 폭죽을 쏘는 장소. 폭죽 장인들이 내내 서 있었다. 스즈키 씨도 있다. 폭죽을 쏠 때 쓰는 통이 땅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뜬금없는 다섯 명의 불량배가 웃으며 떠나고 있었다.


    다음 순간에 의식은 집 계단으로 되돌아왔다. 아까 마신 보리차가 전부 땀으로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세 번째 예언이다. 폭죽마저 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축제가 중지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예언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본 것은 그렇지 않았다. 단순히 축제가 중지될 수도 있다는 예언이다. 4척 크기 폭죽이 쏘아 올려지는 예언과 축제가 중지되는 예언. 어느 쪽이 실현되든 반대쪽의 예언은 바뀌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는 예언 능력을 잃어버린다.

    단, 축제가 중지된다면, 카에데도 예언 능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거실로 돌아가면 아버지가 있다. 안채에 가면 할아버지가 계시겠지. 상담할 수 있는 상대는 가까이 있다. 이런 예언은 말도 안 된다라든가, 어쩌면 좋을까 같은 상담을 할 수 있다. 나와 카에데의 예언처럼 모순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현관으로 향했다. 나막신을 신고, 집을 뛰쳐나갔다.

    향한 곳은 안채도 아니다. 오토미가와의 폭죽을 쏘는 장소였다. 상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모순을 해결한다고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자전거에 뛰어올라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까 현관에서 본 시계는 오후 5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카에테와의 약속 시간은 오후 6시 30분. 여기서 폭죽 쏘는 장소까지는 자전거로 20분 정도. 왕복 40분이다. 약속 장소까지는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바로 약속 장소로 향하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다. 그래도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 확신할 순 없다. 아무튼 전력으로 다해 갈 것이다.

    그전에 전단지를 붙인 게시판 옆을 지나갔다. 거기에는 웬일인지 불꽃놀이 축제 전단지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어느 길이 더 짧은 가이다. 전단지를 붙였을 때 다닌 오솔길이 지름길이다.

    그 오솔길을 지나자 시야가 트였다. 하늘이 멀리까지 보인다. 오토미가와 하천 부지의 코앞까지 왔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더 갈 수 없다. 차량을 막은 울타리와 출입 금지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출입 금지 구역이다.

    불꽃놀이를 할 때는 출입 금지 구역이 반드시 지정되지만, 규격 외 크기인 4척 크기 폭죽을 쏘는 오토미가와 불꽃놀이 축제에서는 일반적인 축제보다 더 넓게 지정했다.

    유카타 소매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10분. 열심히 한 편이다.

    지금까지의 예언은 내 행동도 예언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예언을 바꾼다는 것은 미래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예언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 목표도,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도 스스로 정해야 한다. 휴대폰을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발사 장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되돌아갔다.

    자전거를 180도 돌리고 다시 타려고 할 때, 앞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맨 앞의 사내 말고는 나보다 어려 보인다. 5인조 불량배인가. 예언에서 본 무리는 이 녀석들일 거라고 확신했다.

    나는 자전거에 타기를 관두고, 자전거를 밀면서 말을 걸었다.

“여기는 출입 금지 같은데”

“그래서?” 맨 앞에 있는 몸집 큰 사내가 이쪽을 째려보며 말했다.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알 수 있게 알려준 건데?” 나도 답했다.

    그러자 맨 앞에 있는 사내는 천천히 이쪽으로 오며 일부러 어깨를 치고 내 옆을 지나갔다. 다른 무리도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맨 앞에 있던 사내 뒤를 따라 내 옆을 지나갔다.

    나는 자전거에서 손을 떼고, 뒤돌아서 맨 앞에 있던 사내의 어깨를 잡았다. 자전거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계속 들리던 매미 소리가 한순간에 멈췄다. 그리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긴 출입 금지라고. 그렇지 않아? 타테이시, 미카미?”

    내 옆을 지나가지 않은 무리가 내 뒤에 두 명 있었다. 중학교 때 축구부 후배다. 타테이시는 키가 나보다도 크고, 날씬했다. 쾌활한 성격이라 후배 중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같은 후배다. 미카미는 나보다 키가 작고, 몸도 작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타입이라 누구와도 친한 녀석이다. 그 탓에 이렇게 불량한 무리에 엮인 걸까.

    둘을 잘 알고 있어서 나에게 싸움을 건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었다. 대신 뒤에서 내 모습에 놀라 떨고 있는 것이 상상됐다.

    이쪽을 돌아본 눈앞에 있는 사내의 안색도 흐려진다. 다섯 명 중 두 명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 이름을 아무렇게나 부를 수 있는 사이라는 걸 알아도 소용없다. 위험한 놈에게 시비를 걸었나 하고 곤란해진 거겠지. 그리고 두 사람이 내 쪽으로 오면 3 대 3이다.

“좋게 말할 때 관둬”

    나는 눈앞에 있는 사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얼굴을 보니, 손을 올리지 않을 거라고 알았다. 

“갑자기 세워서 미안해” 계속해서 나는 그렇게 얘기했다.

    눈앞의 사내가 이번에는 내 어깨를 치지 않고 천천히 돌아갔다. 떨지 않는 침착한 모습으로 있는 것이 가장 강한 모습일 것이다. 나머지 둘도 그 사내를 뒤쫓아갔다. 그리고, 타테이시와 미카미는 내게 고개를 숙이고 세 명을 따라갔다.

    이로써 폭죽은 쏠 수 있게 된 건가. 내가 떠나고 나서 그놈들이 다시 와서 이곳을 지나가지 않을까? 하지만 그 불안함을 해결할 방법도 시간도 없다.

    자전거가 쓰러졌을 때 땅으로 떨어진 휴대폰을 주워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6시 14분이었다. 아슬아슬하다. 휴대폰을 유카타 소매에 넣고 자전거를 세워 올라탔다. 온 길을 되돌아갔다. 첫 번째 모퉁이에 다다르자 오른쪽에 조금 전에 봤던 5인조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얌전히 돌아가길 바라며, 왼쪽으로 꺾어 속도를 높였다. 숨이 찼다.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렇지 않으면 카에데가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언에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

    약속 장소가 보인다. 아직 카에데는 오지 않은 것 같다. 딱 맞췄다. 속도를 낮추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자전거는 약속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그늘 밑에 두었다.


    약속 장소에 돌아와서 흐트러진 유카타의 매무새를 고치고, 숨을 골랐다.

    조금 진정하고 한차례 심호흡을 했을 때, 카에데가 작은 보폭으로 타박타박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눈에 들어온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기다렸어?” 카에데가 말했다. 카에데는 남색에 주황색 금붕어 여러 마리가 그려진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묶어서, 평소보다 요염하고, 어른스러웠다.

“아니, 온 지 얼마 안 됐어, 유카타 귀엽네”

“너도 괜찮은데?” 카에데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그럼 갈까” 손을 카에데 앞으로 내밀었다. 카에데는 잠깐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서, 마지막에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카에데의 손은 생각보다도 작았다. 여자애 손이라는 느낌이었다.

    초등학생이 되고 처음 집단 등교를 했을 때, 옆에 있는 여자애와 손잡고 걸었더니 상급생에게 놀림당한 적이 있었다. 손을 잡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때도 손을 잡았던 상대는 카에데였다.

    100개는 될 계단을 두 사람이 나란히 올라갔다. 카에데의 발밑을 보니 나와 똑같이 나막신을 신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두 사람의 나막신 소리가 울리는 것과 더불어 내 심장 소리도 크게 들렸다. 아무래도 긴장한 것 같다.

    나막신을 신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발밑 향하던 시선도 점점 올라오니 계단 오른쪽에 외등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돌로 만들어진 외등은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서 매우 환상적이었다.

“여기 좋은데. 밤에는 이런 분위기구나”

“응”

    여긴 어릴 때 자주 놀러 왔던 곳이다. 낮 풍경은 떠올랐지만, 지금 있는 곳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것 같다.


    몇 분 걸으니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탁 트여 있었고, 잔디가 깔려 있는 거처럼 보였다. 앞에 있는 울타리를 발견했다. 예언했던 장소는 저기다.

    두 사람의 발은 자연스럽게 울타리 앞으로 향했다. 울타리에 가까워지자 눈앞에 거리의 야경이 펼쳐졌다. 평소라면 좀 더 어두웠겠지만, 축제날에는 포장마차와 등불이 거리를 비췄다. 이 날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예뻐” 카에데가 숨을 내뱉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장마차 쪽도 가고 싶지 않아?”

“아니. 불꽃놀이로도 충분해” 그래도 카에데의 옆모습은 어린아이가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58분이었다. 앞으로 2분이면 시작한다.

“슬슬 시작하겠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우선 폭죽은 올라올까. 그리고, 4척 크기 폭죽은 잘 올라올까. 카에데는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까. 카에데는 나에게 고백하는 걸까. 모순은 해결된 걸까. 나는 예언 능력을 정말 잃어버리는 걸까. 불안함은 잔뜩 들었다.

    그런 불안도 커다란 펑 소리와 빛에 지워졌다. 하늘에는 폭죽 한 발이 올라와 있다. 불꽃놀이가 시작한다는 신호다. 불꽃놀이는 확실하게 시작했다. 안심과 예언 능력을 잃을 현실감 없는 감각이 뒤섞여있었다. 그래도 쿵쿵거리며 올라오는 불꽃은 훌륭했고, 예언 능력을 잃는 것 같은 건 어떻게 돼도 좋았다.

“멋지네” 무심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꽃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지금까지 불꽃놀이를 계속 봤을 텐데, 그 어느 때보다도 예뻤다. 어쩌면 매번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카에데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는 어떤 얼굴로 불꽃을 보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녀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불꽃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요염하게 비쳤다. 그래도 내가 고백하는 건 여기가 아니다. 나는 다시 불꽃으로 눈을 돌렸다.

    다섯 곳에서 연속으로 쏘아 올린 불꽃이 하늘을 다양한 색으로 빛냈다.

    스마일 이모티콘 같은 불꽃이나 수박을 반으로 자른 거 같은 초록색과 붉은색의 폭죽. 이건 타상연화라고 불리는 폭죽이다. 최근에는 캐릭터 모양도 있다고 들었다.

    하늘로 향하는 폭죽은 우주를 목표로 하는 로켓 같다. 언제 터지나 생각하는 사이에 계속 높아졌다. 그리고 펑 소리와 함께 크게 꽃을 피웠다. 높이 올라갈수록 큰 꽃이 피었다.

    중반부터는 소리가 그칠 줄 모를 정도의 폭죽을 연속해서 잔뜩 올렸다. 스타마인(*속사 연발 불꽃)이다. 쏘아 올린 폭죽이 터지기 전에 차레로 폭죽이 터졌다. 하늘에서는 불꽃이 연거푸 색과 모양을 바꿨다. 숨죽일 정도로 박력 있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반, 둘은 나란히 서서 불꽃을 구경했다. 4척 크기 폭죽이 슬슬 올라올 때였다. 숨을 죽였다.

    휙 하는 한층 더 큰 소리가 나며, 주황색의 작은 빛의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원래대로라면 마지막 4척 크기 폭죽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거다. 다른 어떤 폭죽보다도 높이 오른 빛이 하늘에서 활짝 피었다.



    눈앞에 불꽃이 잔뜩 펼쳐졌다. 그리고, 몇 개의 주황색 빛줄기가 천천히 떨어졌다.

    옆에서 카에데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해”

    마지막에 초록빛이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



    나는 그에게 고백했다. 그에게 고백받을 것이라는 예언은 무시하고, 그냥 좋아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벌써 예언으로 본 4척 크기 폭죽은 사라졌다. 카제나데 언덕은 평소의 밤이라면 이렇게 고요함이 감돌았을 것이다.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내가 고백한 순간에 예언이 바뀐 건가, 아니면 훨씬 전에 바뀐 걸까. 그에게 고백받는 일은 없었다. 대신 나는 이때만큼은 그냥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었다.

    우습다고 생각했다.

    모처럼 솔직하게 했는데, 그에게 고백받는 예언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나에게 고백할 정도로 나를 좋아하지 않았나 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차일 것이다. 손에 든 천 가방을 꼭 쥐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그가 이쪽으로 왔다.



***



    옆에서 카에데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언과 똑같이 “좋아해”라는 목소리가. 카에데에게 고백받았다. 예언은 실현됐다. 예언이 실현됐다는 기쁨보다도 단순히 고백받아서 기쁘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이제  카에데의 예언을 실현시킬 차례다. 하늘을 바라봤다. 부탁해. 올라와줘. 작년까지는 이걸로 불꽃놀이는 끝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한 발 더 올라올 거다.


    한 발째의 4척 크기 폭죽 후에 침묵이 생겼다. 내 심장이 쿵쾅쿵쾅 강하게 내리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때, 멀리서 소리가 났다. 휙 하고 4척 크기 폭죽이 쏘아 올려진 소리였다.

    나는 카에데를 바라봤다. 카에데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펑 소리가 났다. 하늘에서 두 발 째의 4척 크기 폭죽이 터지는 소리였다.

    카에데는 놀란 얼굴을 불꽃 쪽으로 돌렸다. 나도 불꽃 쪽으로 살짝 눈을 돌렸다. 주황색 빛줄기 속에서 반짝이는 건 카에데의 예언에서 본 분홍색이었다.

    다시 한번 카에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해”

    카에데가 이쪽을 봤다.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 상황을 납득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더 얘기했다.

“나도 카에데를 좋아해. 사귀어 줄래?”

    카에데에게 먼저 고백하게 한 만큼, 사귀자는 얘기는 나부터라고 정했다.

“응” 카에데는 울음을 참으며, 그렇게 단 한 마디를 했다.

    근처에서 벌레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건 축제가 끝났다고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원문 출처: https://monogatary.com/episode/38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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