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미분가능 [1007587] · MS 2020 · 쪽지

2022-06-28 22: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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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과 별의 꽃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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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과 별의 꽃

이시키 소타 


제1장


  

 4월에 마이카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이 지났고, 학교에서도 반에서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이치미야와는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같은 학교였고, 가끔 같은 반이 되었다. 같은 반이 될 때 남몰래 들떠있었다.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내 책상으로 향했다. 내 자리는 창가 맨 뒷자리다. 맘에 드는 자리였지만, 요즘은 햇빛이 따가워서 자리 바꾸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나는 학교에 빨리 오는 타입으로 교실에는 반 아이들이 아직 10명 정도밖에 없었다. 그 10명 정도 안에 그가 있다.

    그의 자리는 창가 맨 앞자리. 그 자리에 앉아 책상 맞은편에 서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갈색 머리에 약간 경박한 외모를 하고 있지만,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라고 반 아이들은 알고 있다. 그런 외모로 반장을 하고 있다. 짧은 머리에서 드러난 귀에 손을 대고 팔꿈치를 책상에 괴고 있다. 멋있어.

    평소대로라면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그의 주변 자리에 있는 와타나베 미사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러 갔다. 그때 그에게도 “안녕”이라고 인사 정도는 하지만, 오늘 아침의 꿈이 떠올라서 좀처럼 그의 근처에 갈 수 없었다.

    나는 잠시 우두커니 선채로 고민하다가 결국 제자리에 앉기로 했다.

    수업 중에는 앞에 네 명의 등이 방해해서 그의 머리 밖에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의 뒷모습이 똑똑히 보인다. 계속 볼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다음에는 옆자리가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리에 앉아서 친구들과 떠들던 그가 돌아서서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나에게 다가올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 같았다.

    왜? 왜? 왜? 왜 여기로 오는 거지? 머릿속은 패닉 상태가 됐다.

    그대로 그는 내 앞으로 왔다.

“무슨 일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응? 무슨 일이라니?” 얼굴은 굳고, 눈은 흔들렸다.

“아니, 너 항상 와타나베랑 이야기하잖아. 싸우기라도 했어?” 그는 이렇게 말하고 미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열이라도 있어?” 그가 내 이마에 손을 대려고 했다. 나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

    초등학교 때라면 “만지지 마”라고 심한 말이라 해도 농담 같은 말투로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진심으로 뿌리쳤다.

“아”라고 내 입에서 후회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괜찮으니까”라고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구나” 그는 그렇게 말하고선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친구와 잡담을 시작했다.

    저질렀다. 이것도 꿈 때문이야. 주위 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해버렸는데 정말 그에게 고백받을 수 있을까. 미래가 변했을까 불안해졌다.



    미래 예언에는 한 가지 결점이 있다. 예언한대로 미래가 오지 않으면, 예언 능력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이건 할머니께 들은 얘기다. 할머니도 미래 예언이 가능하셨다. 할머니는 예지몽이 아닌 1분 후의 미래가 뇌리에 떠오르는 형태라고 하셨다.


    20년 전쯤 할머니가 62세일 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예언을 하셨다. 그때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보도를 걷고 있었고, 두 분이 가던 방향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할아버지가 차에 치일 거라는 예언을 하셨다. 거기서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그 얘기를 하셨고, 두 분은 예언에서 본 횡단보도를 지나가지 않는 길을 택하셨다. 그 결과, 예언한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무사하셨으며, 할머니는 예언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셨을 때 할머니는 이 얘기도 하셨다.


“예언한 것은 바뀔 수 있단다. 단 한 번뿐이야. 바뀐다면 예언 능력을 잃어버리니까. 그 한 번은 소중한 사람을 구할 때 사용하렴”이라고.


    그러니 그가 나에게 고백할 미래에 그 한 번을 사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건 기쁜 미래니까. 바뀌게 놔둘 수 없다. 할머니는 예언을 바꿔서 예언 능력을 잃은 것을 후회하지 않으셨다. 나도 예언을 바꾸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의 손을 뿌리쳐버린 건 심한 실수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그를 심하게 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불꽃놀이 축제에 같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지 6일이 지나갔다. 7월 19일. 내일부터는 여름방학이다. 불꽃놀이 축제까지 2주보다 더 남았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심됐지만, 여름방학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시작하면 그와 만날 일도 없어진다.

    축제에 같이 가자는 약속 같은 건 아직 하지도 않았다. 그전 일도 있었으니 더 이상 권유하지도 않을 것이다. 함께 축제에 가지 않으면 그 장면에서의 고백은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예언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숨이 흘러나왔다.

    축제를 권유하려면 오늘 밖에 없다. 이전 일을 사과하며, 내 쪽에서 축제를 권유하자. 그럴 수밖에 없다.


 학교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그렇게 결심할 때였다. 가까운 곳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슬로모션이 된 거처럼 느껴졌다. 생각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해서 그냥 죽는 줄 알았다.


    그때, 누가 왼팔을 끌어당겼다. 다음 순간에 세상의 속도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눈앞에 소형 트럭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위험하잖아! 너 바보냐!”

    가까이서 큰 소리가 들려서 벌벌 떨었다. 조심히 뒤돌아보니 그가 있었다. 나는 등교 중에 신호등이 없는 길을 양옆을 보지도 않고 건너려 하다가 그에게 도움받은 것 같았다.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그를 올려다보니 그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를 보며 나는 그때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에 강에 빠졌던 내 손을 잡아 구해줬다 일이 있었다. 지금처럼.

그 일이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그전 일을 사과하고, 축제에 가자고 말하려 했는데 사과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 계획이 느닷없이 좌절하게 되어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학교까지 가는 길에 그는 항상 차도 쪽으로 걸어줬다. 그의 다정함을 기쁘게 여기면서도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조금 후에 앞을 보고 걸어야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걸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다가 제대로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응?” 반 걸음 앞서 걷던 그가 이쪽을 봤다.

“저기…… 미안해”

“괜찮아. 아까도 사과했잖아?”

“응. 그렇지만 오늘 일도 그렇고, 그전 일도 있고”

“그전에 뭔 일 있었나?”

“그전에 교실에서 네 손 뿌리쳤잖아”

“아, 그거. 그건 내가 잘못한 거야. 신경 쓰지 마”

“응”

    이제서야 교문이 보였다. 항상 지각생들에게 눈을 번뜩이는 학생주임 선생님이 교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아직 지각을 잡을 시간도 아닌데.

“그것보다 조심히 걸어 다녀. 어릴 때부터 말했지만”

“알고 있어”

“몰랐잖아? 그리고 이럴 때는 미안한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

“응…… 미안……이 아니라 고마워”

“그럼 답례로 나랑 같이 축제 보러 갈래?”

“어?”

“답례니까, 거절하면 안 돼”

    기뻤다. 게다가 예지몽이 진짜였던 것 같았다. 나는 본심을 숨기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았어”라고 말했다. 사실은 입에서 드러날 정도로 기뻤지만, 입가를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 솔직하지 못한 점을 고쳐야겠다.



    불꽃놀이 축제 당일.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부터 계속 축제 때 입을 옷을 고르느라 고생 좀 했다. 그 예지몽에서 내가 입은 옷이 기억나지 않아서다.

    결국 축제 3일 전에 그가 전화로 유카타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얘기해 유카타를 입기로 했다.

“어머 예쁘네. 엄마 젊었을 때 보는 거 같아”

    1층 다다미방에서 엄마가 옷매무새를 고쳐주셨다. 금붕어가 그려진 남색 유카타로 엄마가 물려주셨다. 젊을 때, 아빠와 불꽃놀이를 보러 갈 때 입었다고 한다. 지금 봐도 디자인이 전혀 촌스럽지 않고, 매우 귀여운 유카타였다.

“엄마는 예언을 바꾼 적이 있어?”

    뒤에서 오비(*유카타 고정을 위해 허리에 매는 넓고 긴 천)를 매고 있는 엄마가 거울 너머로 얼핏 보인다.

“아직 없어”

“그렇구나”

    오비를 꽉 조였다. 그 후에도 계속 뭔가를 하고 있지만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엄마가 뒤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주위를 돌면서 유카타의 주름을 잡아줬다.

“자, 끝났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른스러워서 나 같지 않았다. 남색 유카타에 붉은 오비가 돋보였다.

“이렇게 귀여운 딸의 유카타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예언을 바꿀 필요가 없지”

    엄마 말에 자신감이 생겼다. 거울 앞에서 작은 천 가방을 들어보고, 몸을 돌려 뒷모습도 확인해봤다.

“설마 너 예언을 바꿔서 남자친구 만든 거야?” 옆에 서있던 엄마가 말했다.

“아냐! 그 반대야! 고백받는 꿈을 꿨어” 무심결에 말했다.

“어머 어머, 역시 젊은 게 최고지”

    엄마는 입가에 손을 얹고 일부러 곁눈질로 이쪽을 봤다. 뭔가 이상한 상상이라도 하는 거 같다.

“이제 됐어! 갔다 올게”

“잘 다녀와. 늦으면 안 되니까”

    나는 뛰어나가듯이 집을 나왔다. 그와는 카제나데 언덕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은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다. 나막신으로 걸으니 딸깍딸깍 나무 소리가 울려서 기분이 좋았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모두 축제 행사장 쪽으로 향하는 거겠지.

    나막신을 신은 보폭이 평소보다 좁아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5분 정도 걸렸다. 그곳에서는 그가 벌써 유카타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밝은 갈색 머리와 검은 유카타의 차이가 멋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약속이 꿈같다. 머릿속으로 “기다렸어?”라고 내가 말하고 그가 “온 지 얼마 안 됐어”라고 대답하는 상상을 했다. 평범한 상상. 나는 그 꿈을 이뤄보기로 했다.

“기다렸어?”

    단 네 글자인데도 어색했다. 그리고, 목소리도 작았다.

“아니, 온 지 얼마 안 됐어. 유카타 귀엽네”


    귀엽다는 말은 상상도 못 해서 나는 얼굴에서 불이 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런데도 듣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너도 괜찮은데?”라고 이번에는 소리를 크게 내고 시선을 꽤 위로 올려 얘기했다. 사실은 무척 멋지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 말하지 못했다. 전혀 솔직하지 못했다.

    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그럼 갈까”라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창피하고 수줍어서 속으로는 두근거렸지만 별거 아닌 거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그의 손을 잡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그러자 마지막에 그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잡은 그의 손은 무척이나 컸다. 잡은 손에는 땀이 조금 나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더워서 그런가, 아니면 그도 조금 긴장한 건가라고 상상하니 내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100개는 될 거 같은 계단을 둘이서 나란히 올라갔다. 계단 폭은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자연히 거리는 좁혀졌다. 계단 오른쪽에는 같은 간격으로 서 있는 외등이 켜져 있었고, 계단 끝에는 다른 세상이 있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주위에 있는 숲에서는 벌레 소리가 들려 여름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두 사람의 나막신 소리가 지나간다.

“여기 좋은데. 밤에는 이런 분위기구나” 그는 나란히 서 있는 외등을 보며 말했다.

“응”

    그 장소는 나에게는 익숙한 장소였다. 낮에만 왔었지만 밤에는 이 외등이 아름답다고 부모님께 들었다.


 몇 분을 걸으니 시야가 탁 트인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테니스 코트 정도의 넓이로 온통 잔디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구석 한편에는 작은 꽃밭이 있었다. 낮의 광경은 잘 알고 있었지만, 밤이 되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어두워서 그가 없었으면 무서웠을 것 같았다.

    그 예지몽으로 봤을 때는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울타리가 있었다. 아마 저기겠지. 내 허벅지만 한 굵기의 나무 울타리가 허리 정도 높이에 20m에 걸쳐 박혀있었다. 그 가운데에 홀린듯.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발은 그곳으로 향했다.


“예뻐”라고 생각한 말이 새어 나왔다.

    언덕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니 나무들 사이로 새어 나오는 포장마차와 등불 빛이 보였다. 이런 작은 마을에는 보기 드문 빛이 있는 야경이었다.

“포장마차 쪽도 가고 싶지 않아?”

“아니. 불꽃놀이로도 충분해”

    정말 불꽃놀이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포장마차 거리를 같이 돌아다니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긴장해서 내 심장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불꽃놀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언한 대로 고백을 받으면 나는 반드시 OK를 한다. 그때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솔직해질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불꽃놀이 축제에 가서 포장마차 구경을 하면 되니까.


“슬슬 시작하겠어”

    그가 휴대폰 시계를 보고, 그렇게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크고 둥근 불꽃이 펼쳐지며 사라졌다.

    예뻤다. 꿈에서 본 불꽃보다 작은 불꽃인데도 직접 보는 쪽이 박력 있었다. 꿈에서는 그의 목소리 외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멋지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며 이쪽을 봤다. 눈이 마주쳤다. 지금 고백받는 건가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그는 다시 불꽃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나도 다시 불꽃 쪽으로 눈을 돌렸다. 오토미가와의 불꽃놀이 축제는 매년 약 한 시간 반 동안 2만 발의 폭죽을 쏘아 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쏘는 4척 크기 폭죽이 유명한 불꽃놀이 축제다.

    처음 한 발의 불꽃을 시작으로 다양한 불꽃이 펼쳐졌다. 역시 대단하다. 매년 보는데도 매년 놀란다.

    스마일 이모티콘 같은 폭죽이나 수박을 반으로 자른 거 같은 초록색과 붉은색의 귀여운 폭죽도 있었다. 활짝 핀 불꽃 한가운데를 지나 하늘 위로 폭죽이 올라갔다. 그리고, 더 높은 곳에서 불꽃이 펼쳐졌다. 높낮이의 대비가 아름다웠다.

    여러 색의 폭죽이 있고, 여러 소리의 폭죽이 있었다. 펑펑이나 팍팍, 샤워기 같은 솨악 같은 다양한 소리를 내는 폭죽들. 신나는 폭죽 소리는 마치 음악 같았다.

    중반부터는 휘익 같은 폭죽 터지는 소리와 폭죽이 터지는 펑 하는 소리가 여러 개 겹쳐서 들릴 정도로 폭죽이 연속으로 올라왔다. 빛의 양에 압도됐다. 마치 낮처럼 하늘이 빛으로 가득 찼다.


    한 시간 반 동안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불꽃을 구경했다. 하지만 불꽃놀이가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백은 언제 할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 있었다. 불빛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거의 얼굴을 슬쩍 봤다. 이렇게 예쁜 불꽃들을 순수하게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까웠다. 그렇지만 만약 이대로 불꽃놀이가 끝나버린다면 나는 예언 능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소중한 사람을 도와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름 더위 속에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제 슬슬 끝나간다. 알아차렸던 이유는 기세가 꺾였던 폭죽이 다시 한번 힘차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큰 꽃을 피우려고 도움닫기하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4척 크기 폭죽이 올라올 시간이다.

    그때 깨달았다. 그에게 고백을 받지 못하면 나는 예언 능력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그와 사귀지도 못할 것이라고. 그건 싫다. 나는 그를 정말 좋아한다. 그러니 소원을 빌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듯이 불꽃에 빌었다. 꿈처럼 좋아한다고 말해달라고. 거만한 소원이라는 건 안다. 언제나 차갑게 대했으니 나를 꿈처럼 좋아하지 않는 걸까. 조바심과 함께 잡생각이 늘어났다.

    그때, 훨씬 더 큰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분명 마지막 폭죽 소리겠지. 그는 아직 하늘을 보고 있다. 진심으로 바랐다. 제발 이쪽을 봐 달라고.



***



원문 출처: https://monogatary.com/episode/38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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