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력에 관하여(장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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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준다고 하시니, 올립니다! 근데 좀 많이 길어요 인내하시길..
※원래 블로그에 썼던 거여서, 이해하는데 딱히 영향은 없겠지만 이상한 표현들이 몇몇개 있습니다. 아예 지우기 뭐해서 그대로 올립니다. 초반부가 특히 좀 그런데, 대충 요약만 슬쩍 봐주세요.
※저는 수학을 그리 잘하진 못해서, 신빙성이 없어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잘하냐' 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게 도대체 뭔가'를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이 글은 응용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 응용력 그 자체가 뭔지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높이는 방법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올리는 이유는 검증을 위해서입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달아주세요
지난 글에서, 공부에 있어 '응용'은 비수의적임을 알아보았다. '의식은 이해를, 무의식은 응용을 맡는다' 라는 명제에 따라, 학습의 본질은 이해를 유도하고/끝없이 되뇌이며 응용력 향상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것임을 밝혔고 따라서 할 수 있는 것은 시간투입밖에 없다는 다소 단순한 결론이 도출되었다. 결론 자체는 그닥 새로운 도움을 주지 못하겠지만, 소위 '의미없는 짓'을 줄이는 것(지나친 분석, 명제에 의존, 일희일비 등)에서 지난 글은 의의를 가진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것은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기호 - 속성틀'에 관한 내용이다. 이전 글이 '응용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은 '응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관해 말해볼 것이다.
시작에 앞서, 전제를 둔다.
토대는 수의/비수의론이며, 자연상태를 가정한다.
범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하지만, 일단 확실히 검증된건 수학의 도형문제 뿐이다.
'이미 배우고, 이해한 상태' 를 전제한다.
개요
어떤 문제에서, 피타고라스의 법칙이 사용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직각삼각형의 빗변)^2 = (직각삼각형의 높이)^2 + (직각삼각형의 밑변)^2
문제에는 여러 선분이 뒤엉켜 있고, 몇몇 선분들의 길이가 제시되어 있다. 먼저, 당신은 선분들이 어떤 삼각형을 구성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후 그 삼각형이 직각삼각형임을 발견하고, 주어진 길이가 직각삼각형의 밑변과 높이임을 파악한다. 직각삼각형과 두 변을 보자 당신은 피타고라스의 법칙을 떠올리게 되었고, 결국 법칙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내게 되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가? 먼저 당신은 선분들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음을 파악한다. 이후 직각삼각형임을 파악하자 선분의 길이는 '직각삼각형의 높이의 길이', '직각삼각형의 밑변의 길이'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들에서 '피타고라스의 법칙'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쩌면 당신은 삼각형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른 선분과의 조합으로, 당신을 그것을 사각형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자 주어진 선분의 길이는 사각형의 대각선으로 드러난다. 또는, 삼각형이라고 파악하였으나 직각에 주목하지 않고 다른 성질 - 이를테면 '이등변' 또는 '원에 내접하는 삼각형' 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심지어 '직각삼각형'이라고 파악했음에도 피타고라스의 법칙이 아니라 사인비, 코사인비 등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올바르게 푸는 데 필요했던 능력은:
1. 삼각형을 파악한다.
2. 직각에 주목해, 직각삼각형임을 파악하고 주어진 길이를 '직각삼각형의 밑변, 높이' 로 인식한다.
3. 직.삼의 밑변, 높이로 '피타고라스의 법칙'을 구성한다.
이다. 이 단계들 중 하나에서 장애가 생긴다면, 풀이는 힘들 것이다.
무언가 감지하지 않았는가? 위에 제시한 단계는 꽤 보편적이다. 응용에는 이렇듯 층위가 있으며, 이것은 일반화 가능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단계들을 일반화시키려 한다. '문제속성, 속성, 역할, 기호'를 통해 응용력을 분석해보자.
문제속성, 속성, 역할, 기호
응용은 층위로 설명된다. 다른 말로, 범주화에 가깝다. 하위 범주가 상위 범주로 알맞게 대응되는 것을 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의미한 결과는 층위 안 대상간의 관계를 통해 얻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어째서 '피타고라스의 법칙' 이 문제를 풀 때 유용한 것인가? 그것은 밑변/높이/빗변의 세 대상이 항상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하나를 직접 보지 않고도 다른 두 가지만을 통해 파악할수 있으므로 유용한 것이다. 이렇듯 문제풀이에서 우리는 미리 배운 '유용한 관계'들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 '유용한 관계'안의 대상은 대개 '일반화된 의미의 개념'이다. 피타고라스의 법칙은 항상 '직각삼각형, 직각삼각형의 높이/길이/밑변'으로 동일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값은 문제마다 천차만별인데,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의 값 a가 아니라 밑변, 높이라는 용어같이 '일반화된 의미의 개념'으로 관계가 정의되어야 한다.
일반화된 의미의 개념을 '역할'이라고 하며, 특정 개념들이 조합되어 형성하는 관계를 '기호'라고 한다. '직각삼각형의 밑변', '직각삼각형의 높이'는 역할에 해당하며, 피타고라스의 법칙은 역할 '직.삼의 높이', '직.삼의 밑변', '직.삼의 빗변'으로 이루어진 기호이다.
그런데, 왜 굳이 용어를 '역할'이라고 했을까? 거기엔 이유가 있다. 이등변삼각형이면서 직각삼각형인 도형을 떠올려 보자. 그 삼각형을 이루는 빗변이 아닌 선분을 생각해 보면 왜 '역할'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해당 선분은 '이등변삼각형의 길이가 같은 변'으로 볼 수도 있고, 또는 '직각삼각형의 높이'로 볼 수도 있다. 선분의 소속이, 두 가지로 설명되는 것이다.
개념의 기본 단위가 되는 기초요소를 '속성'이라고 하며, 속성의 해석이 역할이 된다. 속성은 길이, 선분, 각, 기울기 등이 있겠다. 어디까지를 속성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상황에 따라 어느정도의 유동성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에 따라 임의로 달라지는 요소가 있다. 구체적인 값이 이에 해당하겠다. 문제마다 임의로 달라지는 가변 요소를 '문제속성'이라고 하며, 문제속성 자체는 문제에서 직접 부연설명을 달지 않는 한 어떤 범주도 가지지 않는다. 가령 '숫자 3'이 있다고 하면, 이 3은 길이를 나타내는 값일 수도 있고 각을 나타내는 값일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속성은 속성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응용은 매우 연쇄적인 과정의 총체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문제속성이 알맞은 속성으로 해석돼야 한다. 속성은 알맞은 역할로 해석돼야 하며, 역할은 알맞은 기호를 구성하여 기호의 관계성을 통해 새로운 문제속성이 도출된다. 응용이 까다로운 이유는 '알맞은' 때문이다. 문제속성>속성, 속성>역할, 역할>기호의 대응에는 항상 수많은 가짓수가 존재하며/대응의 장애에는 많은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속성>속성에서 막히거나(ex] 기울기를 뜻하는 식을 알아보지 못함, 수식덩어리로만 보임), 역할 해석이 부적절하거나(선분을 원의 지름으로 보지 못하고 직각삼각형의 빗변으로만 생각함), 기호 학습이 되지 않았거나(사인/코사인법칙, 중선정리, 각의 이등분선 정리 등을 아예 몰라서 역할은 알맞게 찾았음에도 풀지 못함) 등등등.
그렇다면, 우리는 '응용력'이라는 것을 규정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응용력이란
1. 문제속성>속성 대응의 원활함이다
2. 속성 > 역할 대응의 원활함이다.
3. 역할 > 기호 구성의 원활함이다.
※4. 기호 사고의 원활함이다(아직 다루지 않았으며, 이것은 응용력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오늘은 분석을 위한 기초도구 - 문제속성, 속성, 역할, 기호의 해석틀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해석틀이 분석에 중요한 이유는, 그 구조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용해 구체적인 분석, 다양한 범주화 양상, 문제유형/단원에 따른 구조 차이 분석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지만,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다루려고 한다. 앞으로 틈틈히 올려 보겠다.
그리고 이 활동의 동기는 이렇다. 맨 앞에 쓰려고 했는데, TMI같아 마지막에 떨이로 덧붙인다.
>2년 가까이 나는 '문제를 푼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실력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항상 품어왔고 그것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가설을 세워왔다. 물론 이전 글에서 몇 번 언급한 대로, 그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실패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나는 확신을 의심하는 방법을 배워갔으며 그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설은 점점 정교해졌다. 그에 따라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하는 설명틀들이 드디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늘 소개하는 기호-속성틀이 바로 그중 하나인데, 첫 원형은 작년 초에 처음 등장했고 이후 1년간 검증과 개선을 거쳐 오늘까지 왔다. 지난 글에서 다루려 했으나, 그땐 인터뷰가 부족해 확신이 없었다. 그러다 바로 어제 또 한 명의 고득점자와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고 결국 오늘 글을 쓰게 되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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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절대로 저한테 뭐 XDK를 달라거나 뭐 그런건 아니구요....(사실 조금은 맞아요)
몬가 비문학 지문 같은... 잘 읽었읍니다 피타고라스 법칙에서 이런 생각을 뽑아낼 수 있단게 놀랍네오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기호 속에서 수학적 개념들은 특정 역할을 맡고 있으며, 역할들의 연관성이 곧 기호인 거군요. 문제에서 주어지는 속성이 역할에 들어가는 실체이구요.
좋은 글인데 밀도도 높고 정리 능력이 없어서 좀 빡세네요 ㅋㅋ 시리즈 기대하겠습니당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아마 제 필력의 한계때문에 글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용어 모양이 비슷하긴 하지만..문제마다 주어지는 문제속성과, 문제속성의 범주인 속성은 차이가 있습니다. 속성은 문제에서 주어지기 이전부터 이미 일반화되어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속성과 개념 간의 차이가 정확히 뭔가요?
설명에 굳이 개념이라는 말을 넣어서 혼란스럽게 된 듯 합니다만, 제가 개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목적은 '문제속성' 과 '속성'의 구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각, 길이, 선분은 약속되어 쓰이는 개념이지만 16, 28, x^2등을 개념이라고 하진 않으니까요.
아아 문제속성과 속성의 차이는 이해했습니다 ㅎㅎ 속성과 개념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서...
음..딱 집어내기엔 아직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속성은 그 자체도 개념이긴 하지만, 다른 개념들의 어떤 기본단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분은 속성입니다. 삼각형은 선분 세 개, 사각형은 선분 네 개입니다. 길이는 속성입니다, 마름모는 네 선분의 길이가 같은 것을 의미하고 이등변은 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가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개념(삼각형, 사각형, 이등변삼각형)에서, 그 의미의 기본적인 구성재료가 되는 개념을 속성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삼각형은 속성이 구성하는 개념일 때도 있으나 상황에 따라 그 자체가 속성이 되어 타 개념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개념 구성요소를 환원시킨 기초요소를 '속성'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다만, 아까 답변하신 걸 봤을 때 이미 핵심은 잘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그러므로, 제 설명이 납득이 안 되신다면 핵심만 유지한 채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