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츄오프 [665791]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2-06-06 20: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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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교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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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후로 중간중간 교직일기 올려야지 하다가도 주말에 너무 피곤함이 반복되어 안올리다가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


일단 시간 순으로 교직 소감을 말하자면

처음에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3월에 그 많은 담임업무 속에서도 나름 애들 가르치는게 보람차고 생각보다 학생들도 6학년 치고는 말 잘 들어서 할만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몇주 지나지 않아 어떤 아이가 수업중 이상한 말을 했고, 그 내용이 관리자 귀에도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 아이 부모에게도 상황을 말씀드렸고 처음엔 분명 혼내도 좋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정말로 혼낼 순 없는 법이라 혼내진 않고 타일러서 보냈는데 다음날 그 말이 왜 문제냐면서 전화해서 노발대발하더라..

그때부터 저 학부모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작년 그 아이 담임선생님과 이야기해본 결과 그 아이는 VIP(특별대우가 필요한 고객님)고, 학부모도 학교에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어쨌든 그 일 있고 한 2주정도는 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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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애들도 슬슬 내 말을 안듣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운동장 놀이 시간에 아이들이 내 말을 일절 듣지 않아 안전사고가 터졌고, 며칠 지나지 않아 누군가 둘이서 또 학교 기물을 파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이들한테 다정하게만 대해주다간 교실붕괴가 발생하겠다 싶어서 슬슬 애들을 잡기 시작했다.

사소한거 하나로도 까고, 분위기 어수선해지면 바로 교실놀이 취소 등등 스파르타로 잡아나갔다.

그러더니 4월은 분위기 괜찮게 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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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다시 위에서 언급한 저 VIP가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다른 애들 혼내듯이 저 아이도 혼냈다.

그러니 저 아이는 사소한거 하나까지 다 진실과는 다르게 부풀려서 자기 엄마한테 모든걸 다 얘기했고 결국 엄마는 학교로 민원을 넣었다.

그 민원때문에 한주동안 미친듯이 괴로웠고 피폐해져 있는 동안 생활지도에도 공백이 발생하여 학부모 항의가 한건 더 들어오더라..

설상가상으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사소한 따돌림 문제도 발생하여 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니니 진짜 힘들더라,,

5월은 거기에다 공개수업까지 있어서 3월보다 더 힘든 한달을 보냈다.

이때부터 슬슬 교직에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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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생활 스트레스의 반절은 저 VIP하나가 차지하는 것 같다. 학생이나 학부모 한명만 잘못걸려도 교직생활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올라간다..

반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정말 괜찮다. 분위기 주도하는 학생들이랑도 래포 잘 쌓아서 전체적으로는 분위기도 정말  괜찮다.

하지만 저 VIP하나가 모든걸 다 압도해버린다.

거기에다 저 VIP나 그 학부모나 언제든지 나를 민원으로 공격하려고 주시하는 사람들이라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부디 남은 1학기라도 큰 탈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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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박살이라는 말이 임용되기 전까지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선생님들 무척 힘들어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교직에 와보니 교권박살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봐야하며 문제학생을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민원이나 교육청신고, 심하면 아동학대로 법정까지 갈수도 있다.(정서학대의 범위가 정말 넓다.)

그와중에 교사를 지켜줄 수단은 거의 전무하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선 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교권은 박살나는 와중에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애가 다쳐놓고 아무런 말도 안하는데(그 장면도 못봄) 교사가 그걸 몰랐다고 관심이 없어서 화가 나네 이런 소리를 하질 않나, 누구랑 누구랑 놀게하지 마라는 요구를 하지 않나 등등... 교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욕받이 신세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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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정치적 요소도 적잖게 개입되었음을 느낀다.

사회 교과서만 봐도 특정 정치색이 드러나고

계기교육 등등도 정치적인 이유로 아무런 대책 없이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 것도 많다.

할말이 많지만 정치적 중립의 의무 때문에 더이상의 말은 아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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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이유로 교직에 회의감이 드는 가운데

그저 방학만 기다리고 있다.

부디 이번학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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