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칼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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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국어 지문은 문제를 위해 존재하기에 애초부터 문제를 내기에 적합하게 설계됩니다.
그런데, 이 세트는 이 세트의 지문은 옛기출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문제를 위한 지문으로는 안 보입니다.
특히 2번째 문항의 2번 선지가 정답 선지인데, 전형적으로 출제진이 “낼 게 안 보일 때” 내는 논리문제입니다.
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킹리적 갓심!!
법률 해석은 원칙의 구체적 적용에 따라 이루어지기에, 논리적 맥락을 통해 타당한 의미를 찾아내는 거죠.
구체적 적용이냐 추상적 관념이냐를 이항대립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얘기를 뒤에서 하겠습니다. 기억하고 있으세요.
한편, 3번째 문제는 옛기출이라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민섭의 발화를 “이 경우에는 반대해석을 하면 안되지”로 읽는다면
반대해석을 하면 안된다고 얘기하므로 반대해석과 관련있는 거 아니냐라는 태클이 가능한 문젭니다.
뭐 출제자의 의도는 ㄴㄷ은 유추해석 ㅁ은 확장해석, ㄱㅁ만 반대해석이다 이건데,
반대해석을 취한 발화만을 <보기>에서 고른 것은?
이라고 했었어야 됐지 않나 싶네요.
자, 이제 지문을 한번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보기>는 문학에서 문제에 대한 접근 기준을 정한다. <보기>는 추상적인 용어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러한 <보기>의 진술들을 문제에 적용하려면 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기>도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원칙적으로 문구가 지닌 일상어휘적 의미에 맞춰 해석된다. 기출 사례로 생각해보자.
“결핍을 발견한 화자를 통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재해석된다”라는 <보기>의 서술이다.
그런데 <보기>에 명시되지 않은 일상에서 경험하지 않는 것들은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재해석의 대상으로 서술하지 않았기에, 재해석의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처럼 문구에서 명시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방식을 반대 해석이라 한다.
반대해석을 하면,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되어 있는 속성’은 추상적 관념이므로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 즉 구체적 사실들이 아니므로 재해석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2번의 진술은 <보기>의 서술과 어긋나 틀린 선지이다. (물론 그 이후의 이유들에 따른 판단도 당연히 가능)
그런데 문제는 반대해석과 확장해석, 유추해석을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냐이다.
다시 말해, <보기>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표현의 연장선으로 봐야할 개념까지 포괄하는 해석과 어떻게 구분하냐는 것이다.
게다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법에서는 유추해석을 금지하지만, 평가원 <보기>는 유추해석 또한 가능하다.
법률의 해석과 마찬가지로, <보기> 또한 목적, 기능, 배경 등의 맥락을 살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게 되면 문학 한 문제에 독서론 한 세트 푸는 급의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말이 안 된다.
해결책은 이항대립 툴이다.
<보기>에 명시적으로 상황을 구분한 경우에 외에
구체적 사실 vs 추상적 관념
주체 vs 객체
화자 vs 타자
상황에 종속된 피동적 태도 vs 의지가 담긴 능동적 태도
이렇게 네가지의 이항대립 툴을 쓰자.
2015년 즈음부터의 기출을 모두 하나하나 보면
꼭 저 네가지의 툴로만 <보기> 해석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최근 저 네가지 발상이 반복 출제되어 제시되고 있고
그 외의 발상은 정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면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 했어야 할 것을 반대해석해서 틀리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기출 반복출제로 보증된 저 네가지 툴만 이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당연히, 이 툴들은 <보기> 해석에만 쓰이는 건 아니고
두루두루 쓰인다. 문학이든 독서든 심지어 언매 화작까지.
2007MEET 18번 문제의 선지를 살펴보자.
’봄’으로의 계절 변화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작품을 보자. 참고로 이호철 작가의 <탈향>이다.
어느새 봄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초량 뒷산 마루에는 제법 아른아른한 기운이 어리었다.
밤이 어지간히 늦었는데도 두찬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원이는 기쁜 듯이 지껄였다. 여느 때의 하원이 같지 않게 활발스럽기까지 했다.
’여느 때의 하원이 같지 않게’를 보면 심리적 변화가 있다. 계절의 변화도 있다.
그렇다면 인과관계 성립은?
이 정도면 허용할 수 있을까? 암기는 좀 추상틱한 어휘이기도 하지 않은가?
애초에 계절의 변화가 객관적 상관물로써 기능하기에 해당 분량이 작다는게 평가원의 입장이다.
그런데 애초에 보편적 의미, 일상언어적 어휘 판단에 따르면 저 선지는 말이 안되는 선지이다.
’계절 변화’를 통해 심리적 ‘변화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변화과정은 구체적이다. 너무나 구체적이다. 애초에 ’암시’와도 매칭이 안된다.
따라서 사실은 대놓고 틀렸다. 이항대립 스키마가 있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문제이다.
이번에는 <보기>해석추론의 MAX를 보여주겠다.
20176평<삼대>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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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암시가 구체적이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계절 변화와 대응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암시란 것은 실제 상황을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았기에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지, 그 수단은 얼마든지 명확한 것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Ex) 병의 깊어짐을 계절의 변화로 나타내는 경우.
낼게 안보일 때..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개념지도가 제대로 박혀있는지 묻는 문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리/직관적 통찰의 워딩 구분이 제대로 되어있는가?를 묻는 것이지요.(유사한 내용으로 미트 흄의 경제발달이론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심리 변화 ‘과정’이 구체성이라는 겁니다.
계절이 아닌 심리변화과정에 대입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시는 표현 수단이기에, 표현 대상이 구체적인 것과는 상관 없습니다.
뭐하시는 분이신지 모르겠는데 일상어휘적으로 계절변화가 심리변화’과정’을 암시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암시=넌지시알린다 인데 심리가 변화한다는 걸 넌지시 알린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으나, 심리 변화 ‘과정’을 암시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병의 깊어짐은 계절의 변화가 드러낼 수 있으나, 병의 깊어짐의 과정은 계절의 변화가 못 드러내죠.
그러니까, 해당 항을 다른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암시라는 것입니다. 해당 항이 명시적인지의 유무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계절의 변화 과정을, 인물 a의 손의 주름이 깊어지는 것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암시가 되는 맥락과 마찬가지입니다. 뭐하시는 분(...)이라뇨..상처받습니다ㅠ
한편, 반대해석은 어지간한 일상어추론에서 허용합니다. 구문적으로 강하게 제한해둔게 아니면 말이지요. 잘 찝어주셨습니다.
좋은 칼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