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이 쓰는 약간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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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능을 그 어떤 시험보다 잘 본 사람이였다. 3모 3등급에서 수능 1등급까지 올리는 동안 작년을 정말 갈아넣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여섯시에 일어나 일곱시에 학교를 가고 밤 열시에 돌아와서 열한시에 잤다. 주위 사람들도 저렇게 하는 애라 당연히 서울대는 갈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그때의 나는 못해도 자신감이 엄청컸고 학원 선생님들이 이 성적으론 안된다했을때도 나를 믿고 달렸다.
반면 반수를 고민하는 지금 나는 엄청난 현타가 왔다. 내가 입학하기 전 생각했던 인생이랑 너무 달랐다. 나는 서울대, 약대, 연대를 다 붙은 현역 정시 삼관왕이라 은근한 자부심이 있었다. 로스쿨을 가고 싶어서 서울대를 왔고 약대를 버렸다.
내가 꼽은 나의 현재 문제 상황은 세 가지다.
먼저 서울대는 다른 학교들보다 신입생에게도 적용되는 진도나 분량이 많고.. 특히나 자연대와 공대는 압도적으로 많다. 공대가 공부량이 많은건 유명하지만 자연대는 상대적으로 모르는데 존나 할게 많다. 세어봤는데 중간고사까지 쓴 레포트 장수가 이과 과목만 70장이더라. 그런데 우리학교 문과대에 다니는 친구는 레포트가 다 합쳐도 10장을 안넘긴다고 했다. 음.. 자연대가 취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메리트는 없다.
두 번째로 자연대에서 1학년때 배우는 과목은 이미 과고 영재고 애들이 배우고 온 내용이다. 나는 일반고였고, 정시였다. 수시였다면 고급 과정에서 뭔가를 배웠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난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와보니 나는 1에서 시작하는데, 과고 영재고 애들은 10에서 시작하더라. 실험 과목도 나는 처음 본 실험 기구에 놀라며 실험은 어떻게 하며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되는지를 배우고 있었다. 나는 실험을 보며 실패한 실험인줄도 몰랐는데 옆의 과고 친구는 실험이 실패한 원인까지 알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난 내 전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과목보다 좋아할 뿐이지 미치진 않았다. 오히려 난 문과 교양 들을때가 더 재미있었다. 흥미로 따지면은
이 모든 것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고와 특목고의 차이가 좁혀진다는건 다들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현실을 견뎌야 하는게 힘들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자라서 반수를 고민하고 쓰는 .. 어쩌면 어리광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유일하게 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수험생활 중 자주 왔던 이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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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힘내셈
레포트 70장 ㅁㅊ
무슨 기분인지 대충 알 것 같네요
화이팅
1학년은 진짜 공부해온 애들이 압도적이어서 하기싫어짐. 그래도 어캐요 해야지 걔들도 꽁으로 얻은게 아닐텐데... 짐을 좀 내려놔요
이래서 으대으대 하는가봄..
나 서울대 다닐 때 생각하면 놀 땐 놀고, 과제랑 출석 안빼먹고 시험기간에 벼락치기 열심히하면 중간은 가는, 즉 걍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그냥 님이 열심히 산거 아님?
아 1학년이시구나, 요령 생기면 잘 해내실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요. 그 진도 따라 갈 자격 있으니까 서울대 간거
라떼는 설공 정시 꼴지도 지방의대는 붙고 왔는데 격세지감이네..
요즘은 지방의=설공중간 이정도니까요
메디컬의 입결이 많이올라가긴한듯
설공이 그렇게 높아요??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낮아진편아닌가요?
서울대 입시는 아예 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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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막상 오면 대학에 만족을 못 하더라고요....저도요...
어차피 로스쿨갈테니 학과 전공은 큰 의미없고 의대가면 공부량 더함
다 의치한에 미쳐있을때가 로스쿨 가기 좋을때임
요즘이 로스쿨 가기 좋은때예요?
학점따는거부터가...
과 1등만 가지 않음ㅊ
로스쿨 지망하는데 자연대 왜 가신거지 ㄷ
완전 이과라 문과대에서 학점 받기 힘들거 같아서요..
자연대만큼 가성비 구린데가 또 없어요
의대갑시다 형님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대단하신 분이니까 너무 기죽지 마세요.
로스쿨 지망인데 문과 교차 안 하고 자연대는 신기하네요.
뭐라할말이없네 문과로 전과하는거 추천함
공감되는 부분이 있네요 힘내봅시다
그냥 수능 뽀록터져서 점수 맞춰 학교 들어왔는데 전공엔 관심도 없고 낙오돼서 못 따라가고 있다 이거 아님? 전과를 하시든가 수능을 다시 보시는게 좋을듯
뽀록은 아닌듯요 매일 6시에 일어나는 것만 봐도
뽀록이 아니라 노력의 결실이죠
좀 워딩이 쌨네요 미안합니다
아무튼 전공 적합도도 떨어지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는 것 같은데 제가 봤을 땐 그냥 빨리 탈출하시는게 답 같네요 공대면 또 모르겠는데 자연대면 더더욱
회의감 드는 것도 열심히 한 만큼의 기대한 학교생활이 아니라서 그러는듯
제가 봤을 땐 그냥 내가 수능 이만큼 잘봤는데 학과는 취직도 잘 안되는 곳이고 난 로스쿨 가고 싶은데 전공공부는 재미 없고 성적도 뒤처지는 것 같고 그렇다는 것 같은데.. 뭐가 기대한 학교생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그냥 수특펴고 빨리 탈출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요
누가 수능 뽀록으로 설대를 가냐 ㅋㅋㅋ 말이 심하네 니인생도 뽀록나길;
뽀록이란게 뭐 그리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한 건 아닌데..
평소 점수보다 수능 잘 봤으면 그게 운이 좋은거 아님?
모든 수능 점수 떨어진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그런건 아닌데..
글쓴 분은 자기가 원하던 학과에 간 것 같지는 않아서 점수 맞춰서 간 것 같다는 말을 한 것 뿐이고 딱히 그 말에 폄하의 의도는 없음
흠 저도 제가 운이 정말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뽀록이라고 하셔도 할 말 없다고 생각하는데 .. 못하진 않았어요 그냥 다 잘 본게 처음이였을뿐
수능 뽀록인지 실력인지 만드는건 자신의 현재 커리어임
흔들리지말고 객관적으로 제3의 눈으로 봤을때 학습량을 못따라가서 허덕대는건지 아니면 꾸역이라도 따라가는건지 판단해보시고 후자면 어처피 2~3학년때 다 따라잡으니 열심히해보새요
뭐 저사람이 뽀록이라는건 아닌데
뽀록으로 서울대 안될게 뭐있음? ㅋㅋ
그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
수능 뽀록으로 서울대?
그럼 나도 한 번…
저도 그 뽀록 나 봤으면 ..
원하는 전공으로 들어왔음에도 수능만 공부해온 정시파이터와 스탯 높은 과고생들의 간극땜에 흥미를 잃은걸로 읽히는데..
뭐 저는 1학년 1학기부터 전공에 별로 흥미없다고하고 런할각 재는 사람이 원하는 전공에 들어와서 그러는 것 같진 않은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순 잇죠..
ㄱㅁ
서울대가면 진짜 여자친구생겨요?
제가 여친잉데영
화이팅
이거보고 서울대 가기로 했다.
맹목의 허와 실이네요.
힘내요
전과도 고민해보시길
샤대 집합소다 여기..
화이팅입니다 저도 따라가기 힘들어요..ㅠㅠ
예과가...?
나도 1학년때 그랬고… 지나고 나서 물어보니 내 동기 대부분도 그랬었던듯. 자괴감드는 대학생활.
일찌감치 다른 전공으로 바꾼 친구도 있고, 졸업 후 전공과 상관없는 길로 간 친구도 있고, 스스로 공부 디지게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버텨내서 전공 살린 친구도 있는데.
그 압도적으로 많이 해야 하는 공부를 이겨낸 덕분일까. 어떤 길을 선택했든 다들 잘 살고 있는 듯 합니다. 잘해낼거라 믿고, 본인의 선택을 믿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선배ㄷㄷ
그래도 서울대 부럽습니다..
로스쿨 준비중인데 학점 신경쓰셔야죠 자연대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을거임요
제 말이 그건데용.. 자연대가 빡세서 학점 신경쓰느라 뼈빠지는 지금이 너무 힘들가는건데
극소수 제외 모든 서울대 신입생이 겪는 인지부조화에요. 주변에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의 수가 10배는 넘게 증가하니깐
의대로 빤스런 가자
저는 의대(문디컬) 버리고 서울대 상경 온 케이스입니다.. 실상은 정시만 팠고 당시 수학나형 꿀빨고 온건데(21수능이 나형이 쉬웠습니다) 당시에 스스로 수학을 잘한다고 자부하고 무턱대고 상경 쓴게 너무 후회되네요ㅠㅠ 대학와서 전공 수학이 너무 어렵고 적성에 안맞아서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ㅠㅠ 학점도 노답이고....결국 군대 지원해서 이번학기 끝나고 갑니다...갔다오면 군버프 받을지도...
남잔데 문과 의대가 가능함?
21 입시때는 카관의 있었습니다...
서울대 낭만인데...
서울대는 시험 잘보는 분들이 아니라 공부를 좋아하고 시험도 잘 보는 분들이 가야됨... 왜 있잖아 반에 시험만 잘 보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애랑 진짜 관심 분야 서적 찾아보면서 시험도 잘 보는 애랑 다르듯이... 특히 자연대는 더 심하죠
진짜 맞는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