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ㅎ [1044438] · MS 2021 · 쪽지

2022-05-29 00: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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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이 쓰는 약간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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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능을 그 어떤 시험보다 잘 본 사람이였다. 3모 3등급에서 수능 1등급까지 올리는 동안 작년을 정말 갈아넣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여섯시에 일어나 일곱시에 학교를 가고 밤 열시에 돌아와서 열한시에 잤다. 주위 사람들도 저렇게 하는 애라 당연히 서울대는 갈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그때의 나는 못해도 자신감이 엄청컸고 학원 선생님들이 이 성적으론 안된다했을때도 나를 믿고 달렸다.


반면 반수를 고민하는 지금 나는 엄청난 현타가 왔다. 내가 입학하기 전 생각했던 인생이랑 너무 달랐다. 나는 서울대, 약대, 연대를 다 붙은 현역 정시 삼관왕이라 은근한 자부심이 있었다. 로스쿨을 가고 싶어서 서울대를 왔고 약대를 버렸다.


내가 꼽은 나의 현재 문제 상황은 세 가지다. 

먼저 서울대는 다른 학교들보다 신입생에게도 적용되는 진도나 분량이 많고.. 특히나 자연대와 공대는 압도적으로 많다. 공대가 공부량이 많은건 유명하지만 자연대는 상대적으로 모르는데 존나 할게 많다. 세어봤는데 중간고사까지 쓴 레포트 장수가 이과 과목만 70장이더라. 그런데 우리학교 문과대에 다니는 친구는 레포트가 다 합쳐도 10장을 안넘긴다고 했다. 음.. 자연대가 취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메리트는 없다.

두 번째로 자연대에서 1학년때 배우는 과목은 이미 과고 영재고 애들이 배우고 온 내용이다. 나는 일반고였고, 정시였다. 수시였다면 고급 과정에서 뭔가를 배웠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난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다. 학교에 들어와보니 나는 1에서 시작하는데, 과고 영재고 애들은 10에서 시작하더라. 실험 과목도 나는 처음 본 실험 기구에 놀라며 실험은 어떻게 하며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되는지를 배우고 있었다. 나는 실험을 보며 실패한 실험인줄도 몰랐는데 옆의 과고 친구는 실험이 실패한 원인까지 알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난 내 전공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과목보다 좋아할 뿐이지 미치진 않았다. 오히려 난 문과 교양 들을때가 더 재미있었다. 흥미로 따지면은


이 모든 것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고와 특목고의 차이가 좁혀진다는건 다들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현실을 견뎌야 하는게 힘들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자라서 반수를 고민하고 쓰는 .. 어쩌면 어리광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유일하게 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수험생활 중 자주 왔던 이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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