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르삥빵 [1064391] · MS 2021 · 쪽지

2022-05-15 14:26:01
조회수 543

쉽게 씌어진 시(재수생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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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술과 축제가 속살거려

대학(學)은 남의 나라,


재수생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수능-특강을 끼고

늙은 강사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친구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재수는 하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학은 남의 나라

창 밖에 술과 축제가 속살거리는데,


책을 피고 펜을 들어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수능날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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