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일기 외전 : 현 논란에 대해, 선행하는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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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수라는 힘겨움을 마치고, 늦깍이 나이에 인문대에 진학해서, 다시 공대로 전과한... 막무가내(?)의 삶을 산 내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왔다고 가정해보자.
'다시 돌아간다면, 공대에 갈 거야? 의대에 갈 거야?' 라고. 글쎄,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꿀'을 빨았다고 논의되는 수학 나형의 세대였기에 이 질문 자체가 내게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무례함을 저버리고 말해본다면, '일단 공대' 라고 말할 것 같다.
나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고, 더구나 인생이 이른 나이부터 한 가지의 길로 굳건히 세팅되는 것이 싫었거든. 대신,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 오랫토록 빠져드는 걸 좋아했다. 수학 30번이라든가, 실존주의에서 자주 논하는 '자유'라는 개념이라든가, 정치 철학에서 주로 논하는 '분배'라는 얘기라든가. 공부는 잘 못했지만, 그런 것들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또 불확실성이 만들어가는 미학을 좋아했다. 수험생 시절, 나는 어떤 직업이 내게 맞을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해진 것이 없다는 건 역설적으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표상하고 있음은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 불확실성이 잔혹한 입시판으로부터의 탈출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하나하나씩 나에게 맞는 방향성을 정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원래, 삶이란 건 선택의 연속이니까. 공대는, 바로 그런 불확실성의 미학을 실현하기에 탁월한 분야였다.
그래서 공대와 의대 중, 현실적 귀천을 따지는 자리에서
왜 갑자기 네 이야기만을 잔뜩 늘어놓냐고?
직업을 고를 때는, 나의 주체적 고민과 선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어서 그렇다. 수학 문제는 1시간, 2시간, 일주일, 한 달을 고민하면서 왜 우리네 삶을 향한 고민은 사치가 된 시대가 되었을까.
'재능이 없으면 의대에 가라'
이 말이 난 화가 나는 게, 기껏해야 20대 초중반일 거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어떻게 저리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 스스로와 얘기를 많이 나누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를, 또 스스로가 가진 천성이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저렇게 쉽게 규정하는 것이 난 무섭다.
'방황'이 잘못된 건가? 내가 뭐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닥치고 의대. 이런 마인드보단, 진짜 뭐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여러 것들을경험해보고, 따져보고, 얘기해보고, 고민해보는 것이 우선 아닌가? 왜, 너는 어떤 분야에 대해서도 흥미와 재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조금 시간을 들여서, 충분히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우리 자신을 말이다.
꼰대같은 발언일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20대는 요새 '여유'가 너무 없는 것 같다. 다들 앞만을 바라본다. 360명이 앞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면 1등과 360등이 매겨지지만, 360명이 제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달려가면 모든 사람이 1등이 될 수 있는 사회인데도.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전제가 있다. 스스로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그것이다. 만일 그 대담이 두려워서, 이 논의에 열을 붉히는 중이라면 지혜로운 건 아닌 듯하다. 스스로만의 가능성과 특별함을 무시하는 것만큼 비인륜적인 것이 어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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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 글이네용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