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선(法線)은 단지 perpendicular의 음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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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 선생님 강의를 듣다 학부시절 중국인 친구 얘기하며 법선의 법(法)이 perpendicular의 'per-'의 음차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시발점에서도 듣고 살짝 의아했는데 뉴런에서도 이 말을 듣고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우진 쌤의 강의 파급력은 전국적이다 보니 단지 (아마도) 언어학 비전공자인 중국인 학부생 한명의 의견이 정설이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싶어 정리를 좀 해보았습니다.
우선, 현재 중국어 음차는 외래어를 번역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때 사용 중입니다. 특히 사람 이름 등 고유명사에서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수학 용어를 아무 뜻 없이 소리만 빌려왔을까라는 점이 큰 의심점 입니다. 더군다나 [per-]와 法의 중국어 발음인 [Fa]는 sound 상에서도 그리 가까워 보이지 않습니다.
법선이라는 용어를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 찾아 보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19세기 중반의 중국인 수학자 이선란(李善兰)인 것으로 확인 됩니다. 물론 그 전의 다른 누군가가 최초일 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큰 관심도 없는 주제에 대해 170년 전 사실을 이제와서 정확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여하튼 이 사람은 서양의 수학, 과학서를 번역하며 현재 우리가 쓰는 많은 수학 용어들, 예컨데 대수(代數), 상수(常數)、변수(變數)、함수(函數), 계수(係數), 지수(指數), 급수(級數), 곡선(曲線), 점근선(漸近線) 등을 만들어냈습니다(출처: 위키). 이 한자들의 뜻을 음미해보자면 하나같이 그 본질과 뜻이 닿아있습니다. 어휘선택에서도 번역자의 고민이 느껴지는데, 하필이면 법선(法線)은 단지 'perpendicular와 소리가 같아 법선이라 하자'는 정말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선란 (혹은 다른 누군가)는 perpendicular line을 왜 法線으로 번역했을까?
제가 그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perpendicular의 어원과 뜻을 살펴 봅시다. 이 단어의 어원이 되는 단어들이 유럽의 각 언어에서 '수평선으로부터 수직으로', 'plumb line처럼 수직인' 혹은 'plumb line'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plumb line인데 수직선을 만들기 위해(아마도 측정 등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단어를 분해해보자면 per-는 무엇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pen-은 선 등을 메달아 늘여놓은, 무게를 측정하는 (당시에는 무게를 어떤 줄에 메달아 측정했을 것이므로) 등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결국 perpendicular의 이미지는 '어떤 줄을 메달아 늘여놓은 후 측정하는, 어떤 것의 기준으로 삼는 선' 입니다.
이번에는 法의 뜻을 알아 봅시다. 법은 단지 법전의 'law'를 뜻하지 않는데 모형, 본 받을 만한 모범, 사물의 모양 등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法은 어떤 것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틀, 형식, 모양 등의 이미지입니다.
두 선이 이루는 각도 또한 모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 perpendicular와 法의 뜻이 맞닿아있다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와서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러 부분을 고려했을 때 더 합리적이고 그럴싸한 주장을 믿을 뿐입니다. 제 생각에 법선이 per와 fa가 소리가 비슷해서 법선이라는 것보다는, 두 단어가 갖는 의미가 비슷하기 때문에 법선이라고 믿는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 커뮤니티에도 같은 글 올림)
(plumb line;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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