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제비꽃 [994232] · MS 2020 · 쪽지

2022-04-13 01: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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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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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기숙사 식당에서는 저녁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데, 가난한 나로서는 매일 4000원 이상 지출하기가 힘들어서 비교적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 보통 일주일 중 절반은 편의점에서 2000원 이하 메뉴(삼김1개or줄김밥1개or컵라면1개)를 먹고 절반은 4000원 정도의 컵밥이나 토스트를, 그리고 가끔 특식으로 7000원 정도의 다른 메뉴를 먹는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TMI인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기로 결정하고 갔는데, 다 팔려 있었다. 결국 컵라면으로 노선변경. 참깨라면이 눈에 들어오길래 사 왔다.

난 원래 컵라면에 끓는 물만 넣고 기다리는 걸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오랜만에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보기로 했다. 스프랑 계란블럭을 넣고 2분 동안 멍하니 기다리다가 소리 듣고 전자레인지를 열었는데..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설마 하면서 뚜껑을 여는 순간 눈보다도 코가 먼저 반응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조심스레 후각을 괴롭히는 탄내가, 저 당시에는 나를 죽이겠다는 각오로 덤벼들었다. 


잠시 뇌정지가 왔다. 


정신을 차리고 일단 이걸 내 방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냄새가 너무 강해서 음쓰통에 버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음). 그나마 휴게실에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물론 휴게실에도 냄새가 약간 퍼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에 들어와서 고민을 좀 했다. 저녁거리를 새로 사 와야 할지? 하지만 저런 만행을 저지른 놈에게 2차 지출은 사치였다. 사실 별로 배가 안 고프기도 했어서 그냥 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굶기엔 아쉬움이 남았던지라, 저걸 어떻게든 먹어 보기로 했다.



계란블럭은 말 그대로 '블럭'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귀퉁이를 쪼오금 먹어 봤지만 이건 건강을 위해 포기하는 게 맞겠다고 확신했다.


남은 건 면인데,, 분말스프가 눌러붙은 부분은 이미 회생불가여서 나머지 부분만 먹기로 했다. 뿌셔뿌셔 컵라면 버전


먹기 시작..



솔직히 너무 맛없으면 버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계속 먹었다.



문제의 영역 빼고는 나름 깔끔하게 다 먹었다.

이건 내일 아침에 버려야겠다ㅜㅜ

그래도 맛있었다!



오늘의 교훈) 정신을 잃기 쉬운 시험기간에는 전자레인지 사용을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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