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삼 [1136752] · MS 2022 · 쪽지

2022-04-01 13: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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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글)남성성의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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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 사회는 상당히 여성적이다. 대개 남성성을 거북한 것, 이상한 것, 안 좋은 것 등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 분위기가 남성성 자체를 거세했다. 이런 현상은 유행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는데,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본인이 인식하지 않은 채 여성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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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 그러니까 남자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원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서구 사회에서는 일종의 ‘게이스러움’이라고 판단하는 것들이 한국에서는 소위 상남자, 알파메일 등의 특성으로 이해된다. 몸매 관리 열심히 하면서 식스팩을 만들고, 그렇게 헐벗고서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그런 것들 말이다. 타이트한 슈트에 디자이너 남성 패션 아이템들로 치장하는 그런 것들. 참고로 한국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300을 좋아한다 그러면 남성성의 맥락으로 이해되지만, 미국에서 300을 좋아한다 그러면 반쯤 커밍아웃을 한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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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찌질해보이지 않기 위해 해야하는 기본적인 관리’라는 뉘앙스로 전달되는 수많은 ‘미용’이 ‘멋진 남자’가 되고 싶은 수많은 뭇 남성들을 메트로섹슈얼 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끔 상남자 컨셉에 빠져있는 여성적 남성들을 보고 있노라면 쓴웃음이 나온다. 물론 남성성이 무엇이다, 여성성이 무엇이다 정의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한국은 남성성 여성성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다른 문화권에 비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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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게 타인의 눈치를 보는 문화. 결국 그게 남성성을 소실시켰다고 생각한다. 상남자가 되고 싶다고? 그 시작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꾸미고, 연기하고, 컨셉질을 하는 손발 오그라드는 짓부터 멈추는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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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몰취향한 이 사회에서, 취향을 갖춘 척 연기하려는 사람만큼 몰취향한 사람이 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남성성을 연기하려는 사람은 애초에 남자가 아니거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거기까진 그러느니 하는데, 이런 불안한 사람들이 자신의 미숙함을 숨기기 위해 자꾸 다른 내면이 단단한 사람들을 내려깔면서 상대적 우월감과 안정감을 느끼려고 드는 게 참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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