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사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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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고 감정적인 글입니다. 제가 수능관련 커뮤니티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아는것도 없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제 소개부터 하자면.. 현역 수능은 65356이었고, 서초메가 기숙학원, 강대 기숙학원에서 2년간 삼수생활을 마치고 결과적으로 이과 국숭세단 라인 성적이 나온 사수생입니다. 사수까지 치면 까놓고 말해서 수능에 들인 돈이 1억 입니다.
(기숙학원: 한달에 300만원+교재비&식비 등)
"근데 왜 대학을 안갔냐?" 라고 물으시면 입결 사이트에 5,6,7칸 넣어서 세개 다 떨어졌습니다. 5칸 짜리가 예비 1번까지 갔었는데 결국 전화 안왔습니다. 그래놓고 추가모집 1명 받더군요. 다시말해, 그 한명은 어차피 빠질거 기간 내에 안빠져서 제가 떨어지고 추가모집을 받은겁니다ㅋㅋ
그것도 이제 한달정도 됐네요. 현재 독서실 통학하며 기본적인것부터 다시 보고 있지만(뉴런, 크로녹스, 기출 등) 원래 계획했던것보다 진도가 더디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3월 내로 뉴런 수학1, 수학2, 노베이스를 완강하는게 목표였지만 현재 속도론 50~60%밖에 채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거냐? 이 글의 핵심은 제가 부족한걸 알고도 더이상 일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겁니다.
삼수까진 멘탈이 버텨줬습니다. 비록 삼수가 자랑은 아니지만, 학원에 N수생들도 많아서 "내가 재수생이랑 다를게 있나" 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다만 이건 결국 "나는 외동에 금전적 지원도 남들보다 훨씬 충분했으니, 부족한건 오로지 내 노력이다."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싫어서 도망친거라 생각합니다. 삼수라면 더 모범을 보일만도 했는데 말이죠. 기숙 밖 사람들보단 열심히 했지만, 기숙 안에선 튀지 못했습니다.
기숙 안에서까지 눈에띄게 공부하는 사람만이, 수능에서 절지않고 진짜 "성적향상"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 성향이 그렇듯 핑계대고, 합리화하며 결국 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공부할 의지도 없으면 군대나 갔다 오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습니다. "가서 머리좀 식히고 와라", "좀 쉬다 와라".. 차라리 진짜 가서 "쉬고오고" 싶었습니다.
경솔한 발언일지는 몰라도 군대 18개월보다 기숙학원 2년이 더 힘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군대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곳이며, 휴대폰도 없습니다. 군대는 결국 버티면 끝나지만 입시는 이게 끝나긴할지 가늠조차 안되고요. (다만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제가 미필이기에 어차피 지금은 정답을 알 수 없습니다.)
근데 붙은 학교도 없는데 군대에서 쉬다오면? 23살에 사반수로 2024 수능을 보고, 24살에 2025수능까지 봐야할겁니다. 우선 이 가정을 듣고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더군요. 군수가 제대로 될리 없고 더해서 오수? 이야..
또한 재수, 삼수때는 입시과정이 계속 바뀌어서 매년 새로운 범위&새로운 시험 스타일의 과도기 였지만, 2023 수능은 처음으로 바뀌는게 없는 시험이라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꼴에 더 유리하다 이거죠. (새로운 시험 스타일이라 하면 수특 반영비, 국어 문제 배열 변경 등으로 생각해주세요.)
재수에서 삼수로 넘어갈땐 탐구도 바꾸어 그만큼 시간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올해는 그정도로 할 필요도 없구요. (놀랍게도 바꿔서 2..)
사이트 칸수보고 제가 떨어질거란 생각은 1도 안하고 있었기에 입대 신청도 늦었고, 군수+5수할거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입니다.
여태 어떤 이유로 공부해왔기에 이제와서 의지가 없냐? 제가 공부해왔던 이유? 모두 단순하고 충동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중학교 동창들이 대부분 스카이 간게 너무 부러웠고, 처음으로 좋아했던 여자애가 남친이 생겼다는데 연대 의대라더라, 이딴 보잘것 없는 이유였습니다. 대학간판만 신경썼었고 정작 내가 왜 공부해야하는지와,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진짜 개쓰래기같은 마인드인거 알지만, 집에 돈 많고 어차피 이과는 국숭세단 라인 위로만 가도 "먹고 살만 하다" 라는 인식이 쳐 박혀있었거든요.
제가 책임감 없고 철들지 못했다는건 너무나 잘 압니다. 그럼에도 더이상 공부를 폭발적으로 할 무언가의 열정도 의지도 나지 않습니다. 지금 좀 해놔야 하반기에 습관화가 되는데, 아무 생각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데 도망칠 길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은 적당히 좀 하고, 사반수라 생각하자. 기숙학원 반수반 들어가서 빡세게 하자. 계속 이런 틀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인생을 너무나 미련하게 살아왔고, 남들은 기숙학원 졸업하고 대학가서 여친 사귀고 술먹고 노는데 내가 ㅆ발 또 독서실 다니고 있다는게 너무 한심합니다. 한심하면 더 열심히 해야하는데 극복이 안됩니다. 지금은 참고 있지만 그냥 친구 만나서 술이나 마시고 담배도 매일 피고 싶습니다.
(술은 대학 광탈 이후 한달 금주, 담배는 수능 종료 이후 4개월 금연)
아 어차피 수능 끝나고 3달 내내 근처에 대학 이름 떠들어댔고 당연히 하나는 붙을거라 생각했기에 쌩사수라는걸 아는 친구는 한명도 없습니다ㅋㅋ 사반수 밑밥만 깔고있지, 더이상 근처에서 저를 응원해줄 친구도 없습니다ㅋㅋ 날 기다려준 좋은 애들인데 전 자존신때문에 진실조차 숨기고 있네요ㅋㅋ하
제가 6,9땐 중경외시 성적이 안나왔을까요? 그래놓고 수능땐 수학 3점짜리를 틀리고 영어 듣기 나갈줄 알았을까요ㅋㅋㅋ? 이중에 단 하나라도 맞았다면 예비 1번짜리 붙었겠죠ㅋㅋㅋ?
제가 2년동안 대충하고 이제와서 이러면 저는 ㅂ신이고 욕 먹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근데 기숙 2년은.. 사람 할짓이 아니에요. 이상황에 그 예상안되는 ㅈ같은 수능을 한번 더 봐야되고, 기숙학원 반수반으로 그 지옥을 다시가야 한다고?ㅋㅋㅋ 미치겠습니다.
4~6월엔 독재 학원을 다닐 예정이고 기숙학원 반수반으로 입소할 예정임으로 공부환경이 문제가 되진 않을겁니다.
문제는 제 정신머리죠. 기숙학원인만큼 수능성적은 또 오르겠지만, 지금 제가 어떻게 생각을 고쳐먹냐에따라 수능이 바뀔것 같다는 직감이 듭니다.
넘어졌습니다. 아주 오래, 딴에는 열심히 뛰다가 결국 자만때문에 또 넘어졌습니다. 근데 한번만 더 일어서고 싶습니다. 제발.. 아무나 저를 구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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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마음부터 잡으시는 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부끄러우니까, sky 과잠이 멋져서, 이런 사소한 거라도 좋아요. 그런데 공부를 빡세게 하다 보면 그런 이유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사소한 이유를 여러 개 만들건, 중요한 이유를 하나 만들건 수능 때까지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 답변할 만한 이유를 준비해 주세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그런 이유가 잘 안 떠오를 수 있으니 몇 주일 정도 쉬면서 이유를 생각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전)사반수생 올림
일단 전 군대서 2년간 두 번 수능을 봤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군대서 수능 한 번 봐보세요. 훈련소에서 그 ㅈ같았던 기억들과 ㅈ같은 훈련들은 겪고나면 스스로 마인드셋이 "훈련소도 안 겪어본 ㅈ밥ㅅㄲ들 내가 못이기겠어?"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공부 시작합니다. 여태껏 본인이 "열심히"했다는 공부들은 전부 공부 "하는척"이었고, 그 안에서 정말 독기를 품고 오로지 머릿 속에 모든 초점이 수능과목에만 포커싱이 될 때 글쓴이분이 원하시는 성적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밖에서 본인이 하고싶을때 편하게 공부하고 공부하는 시간도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 썼던 밖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군대 안에서는 공부를 하고싶어도 못합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본인에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처럼 느껴질만큼요.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인생에서 막힌 첫번째 난관이니만큼 아무쪼록 잘 헤쳐나가시길바라요.
저랑 현역때 성적이 비슷하시고 저는 삼수 끝에 국숭세단 라인에 합격한 상태입니다. 저는 모고 성적이 중경외시까지 가진못했고 잘나와도 건동홍이었는데 중경외시까지 가셨다니, 만약에 공군에 가신다면(저도 갈 예정이라 주워들은것이긴하지만) 군수도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7월에 있는 공군 모집에 지원할 예정이며 군수를 할 예정입니다. 7월이 정말 막차이고(7월 놓치면 꼬이면 25년에 입학할수도 있어요) 필자분도 윗댓분 말씀처럼 군수를 하시길 추천하는 바입니다. 군수에 성공하신다면 저보다 나은 삶을 사실 수 있겠지요. 제가 지금 합격한 곳이 있다하더라도 군수면 초기화되니깐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7월 공군이 마지막입니다. 4월초까지 접수를 받을 예정이며 전역은 24년 4월인데 이는 조기전역을 노리실 수도 있고 여차하더라도 24년 2학기에 입학 할 수도 있고, 또 24년 4월부터 학교를 가도 되는 것이니깐 7월이 정말 막차라고 생각합니다. 7월 떨어지면 해군이나 육군으로 강제될 수 밖에 없는데 군수 여건은 공군이 훨씬 낫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나이도 나이이고 독립도 해야해서 현재는 자랑은 아닙니다만 근처에 마땅한 도서관이 없어 카페에서 밥 대신 빵만 먹고(공짜로 카페 이용이 양심에 찔리기도하구요), 독서실 비용 아껴서 카페에서 하루종일 공부하며 7월 입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분과 저랑 다른 점은 윗윗댓분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멘탈적인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처지라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멘탈을 빨리 회복하셔야할 것 같다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좌절하기엔 세상에 저보다 못한 사람도 너무 많고 저보다 좋은 사람도 많기에 이론적으로 좌절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군수를 하시고 성공하신다면 삼수생과 다를 바 없어요. 사연은 누구나 있고 그 사연이 어떻든 상관없이 눈물을 보인다고 세상은 약해지지않습니다. 일단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작하신다면 그 사연들은 공부에 의한 집중으로 잊혀질거에요.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저랑 동갑이신거같기도하고 비슷한 처지이신듯하니 원하시면 편하게 쪽지주세요. 아무쪼록 파이팅입니다.
그냥 군대가세요..
슬프다....쥬ㅠㅠㅠ 진짜 삼수까지는 버틸 수 있는데 사수는 못 할 짓이든 대학이나 다니다가 다시 준비하던지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망가지는 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