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맥주 [108810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3-15 15: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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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 >>>> 재능 메타 종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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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제가 2종 보통을 도전할 때

저희 아빠는 “너는 결코 운전면허를 딸 수 없을 것이다. 

따더라도 장롱면허일 것이다”라고 말하셨어요


그리고 오늘,

저는 1종 대형면허를 1트에 합격했습니다!!!


이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노오력 >>>>>>>>> 재능 입니다




(사건의 개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공간지각력이라는 게 1도 없는 사람이라

2종 자동면허라도 딴 것도 우리나라 법의 허점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애기를 어린이집에 차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올 수 있음에 감사하며,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주변에 진짜 착한 언니 오빠들이 많은데

그 중에 먼저 결혼해서 애기가 셋인 언니가

(원래는 둘 낳으려고 했는데… 둘째가 1+1…ㅋㅋㅋㅋ)

이번에 둘째, 셋째를 낳은 기념으로 볼보 XC90을 선물받았다며… 

자기가 쓰던 카니발 11인승을 싸게 넘기겠다고 해서!

물론 저는 그렇게 많은 애기를 낳을 생각은 없지만

(하긴, 이번에 대통령님 당선되고 나서 어떤 사람들이 애기 안 낳아주겠다는 개소리를 하길래 

그럼 제가 낳을까 싶기도 해요...)

제가 지금 쓰는 쪼그만 세단은, 

애기를 태우려면 애기 척추를 반으로 접어서 넣어야 될 정도이기 때문에…

덥석 받기로 했어요 ! ㅋㅋㅋ



근데 11인승 자동차는 1종 면허가 필요하다면서요.

그래서… 1종 면허시험에 도전을 하게 된 것이어요.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냥 면허시험장에서 열 번쯤 떨어지는 게 

운전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해서 그렇게 할까 하다가


클러치도 밟을 줄 모르는 사람이 그런 짓을 했다가는

옆자리에 앉으신 조교님 졸지에 퐁퐁부인행 될 것 같아서 참았어요



(설마... 퐁퐁부인 모르는 꼬꼬마 없죠? ㅎㅎㅎ)


암튼 그래서 당당하게 학원에 들어서서 1종 대형면허로 수업을 신청했더니

사람들이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감히 여자가…. 1종?!’ 이런 느낌으로요

그 언니가 1종 딸 때도 이렇게 눈총을 받았을라나 싶더라구요 ㅎㅎㅎ

아무튼 연습용 차량을 안내받았는데





아니 ㅅㅂ ㅋㅋㅋㅋ 전 카니발을 타고싶은건데 왜 시험차량이 버스 ㅋㅋㅋㅋㅋ

선생님 말씀이 이 면허 따고 나면 버스랑 추레라도 몰 수 있다면서

저보고 '아가씨 이거 시험 봐가꼬 추레라 기사 할라꼬? 내가 소개시키주까?' 이러시더라구요

(하긴 이거 통과하고 나서 소방차 몰고 다니면 멋있겠다! 는 생각은 했어요)


와 근데 이거 진짜 장난 아니더라구요

일단 운전석에 앉았는데 크고 아름다운 버스 길이에 일단 한 번 놀라고

봐야 될 거울이 5개라는 거에 한번 더 놀라게 되어요

세상의 모든 11인승 카니발 운전자분들... 그리고 버스기사님들... 존경합니다...


진짜 처음 4시간 정도 배울 때는 

선생님이 약간 본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원래는 10시간 배우고 나서 기능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합격 각이 안나와서...! 3시간 더 연습하고 응시했어요 ㅎㅎㅎ



(마지막 연습 결과)



사실은 연습보다도 시험 통과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혹시나 주행 중에 사진 찍었다고 실격시키실까 봐 못 찍었어요 ㅠㅠㅠ



아무튼... 이렇게 해서 13시간에 걸친 연습을 마치고

저도 이제 Apple "The 1-Big Driver" Beer로 거듭났읍니다 !! 만세!

(1종 대형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근데 왜 인증이 면허증이 아니고 응시표냐구요?

제가 연고지 근처에서 시험을 본 게 아니라서...

면허증은 연고지 근처 면허시험장에서 발급받으려고, 응시표만 가져왔어요 ㅎㅎ

30일 내로 면허시험장으로 가져가면 면허증으로 바꿔 준답니다



오늘 저녁은 기념으로 남편이랑 애기랑 기사식당 가서 국밥 먹기로 했어요

뜨끈한 국밥... 생각만 해도 기분좋읍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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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제목 어그로 죄송해요... ㅠㅠㅠ

운전학원에서 면허 딴 건 노력이나 재능의 문제가 아닙미다... 그냥 돈으로 때운거지여

면허시험장에서 딴 거면 모를까...

재능? 노력? 둘 중에 뭐가 중요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용


확실한 거는, 저는 살면서 저보다 재능이 넘치는 친구도 보았고

저보다 노력을 더 많이 하는 사람도 보았는데

결국에는 다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면서 평범한 삶에서 행복을 찾더라구요

그러니... 스스로에게 재능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자책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 같습니당!!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이 1시간을 공부했든 2시간을 공부했든 4시간을 공부했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오르비 아가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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