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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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정말 독일어가 싫어!"
"누군 좋아서 하냐. 대학가려면 해야되니까 하는거지. 때려치고 고졸로 살던가."
"악담을 해라.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근데 난 진짜 국어, 수학은 몰라도 독일어는 안 맞아. 차라리 영어가 낫다구. 영어는 발음부터 간지나잖아. 봐봐, 클-래--시컬."
"하여튼 핑계는. 만일 영어가 제1외국어였음 독일어 발음이 간지난다고 했을 놈이야 넌. 근데 뭐, 나도 초중고 12년을 했어도 막상 독일가니 입도 잘 안 떨어지긴 하더라."
"진짜 우리가 이렇게 죽어라 독일어를 배워야하는거나, 개나소나 독일로 유학을 가는거나, 독일어 실력으로 취업이 되고말고 하는거나... 생각해보면 이 모든게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이겼기 때문이라고."
"설마 또 그놈의 역사강의 시작이냐? "
"아 좀 들어봐봐.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금의 국제질서나 심지어 문화적인 것들도 사실 거기서 결판이 난거란 말이지. 독일이 졌다면 우린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거라고."
"뭐, 그럼 니 소원대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배우고 있을수도 있었겠지. 클-래--시-컬, 이러면서"
"그 정도가 아니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정도였을거야. 내 생각으로 당시 미-소-영 '악의 삼각동맹' 에서 영국은 이미 힘이 기울었어.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었지. 근데 이들은 이념적으로 전혀 융합하기 힘든 나라들이었어."
"들어본거 같다. 소련은 뭐였더라, 공산주의? 다 나누고 살자, 뭐 이런 이념을 가졌었다며."
"그렇지. 그래서 내가 보기에 만일 연합국이 히틀러에 승리했다면, 미국과 소련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을거야. 핵전쟁이었을 수도 있어. 미국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무슨 사악한 짓이라도 했을거야."
"하긴...같은 인류에게 핵폭탄을 투하한 악마의 국가였으니까, 당시 미국은."
"지금 우리에겐 그 핵폭탄 투하야 말로 인류가 저지른 가장 잔인한 범죄였다는게 상식이잖아. 미국 대통령이 희생자 추모비에 무릎 꿇고 사죄도 했고, 해마다 각국 영화제엔 그 학살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지지. 근데 더 웃긴게 뭔줄 알아? 연합국이 이겼으면 우린 다른 나라 사람이었을수도 있어"
"그건 또 뭔 소리야?"
"우린 일본인이지만, 본토 사람들이 아니잖아. 이 반도는 원래 100여년전만 해도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국가였어. 조선이라는."
"그건 알지. 하지만 조선은 평화적으로 일본국에 합병되었는데, 전쟁에 졌다고 해서 그걸 분단시킬수 있나?"
"뭐든지 가능해. 미국은 명분도 없이 핵폭탄을 투하할 정도로 우리 일본을 두려워했어. 과연 패전일본을 그대로 뒀을까? 반도지역뿐 아니라 대만도 강제로 분단시켜서 동북아지역을 산산조각 냈을걸. 그리고 지배하는거지, 서로서로 반목과 견제속에 어느 하나가 크지 못하게."
"그럼 일본은 말 그대로 섬나라가 되었겠네. 생각만해도 우울한걸."
"더 우울한건 너와 나같은 반도인들이지. 이 반도는 역사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힘이 부딪히던 곳이었어. 그래서 늘 전화에 휩싸였던 거지. 내 생각에 만일 연합국이 이겼으면 조선은 강제로 분리되어 반신불수가 되거나, 어쩌면 끔찍한 내전에 휩싸였을거야. 우리로선 정말 다행인거지."
"상상도 잘 안된다. 우리가 일본인이 아니라는게."
"그래서 역사가 재밌는거야. 가정이 없는게 역사라지만, 사실 늘 가정을 하면서 얼마나 끔찍했을지 생각을 해야돼. 거기에서 교훈을 얻는거지. 미국이 이겼어봐. 악마의 민족 유태인들이 전 세계를 지배했을거야. 예루살렘을 강제로 탈취했을거고, 어쩌면 불법적인 국가를 세웠을지도 모르지. 난 다른 사람들처럼 히틀러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였다고까지 생각하진 않지만, 과감하게 유태인을 쓸어버린거 하난 인정해. 그들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분쟁의 배후에 있었잖아. 지금은 극히 소수만이 남아있지만."
"그것도 히틀러가 졌으면…"
"그래 맞아. 사실 유태인의 악마적 본질에 대해서는 수천년의 세월동안 전유럽에서 증명된 것이고 그 총대를 히틀러가 맨건데, 아마도 전쟁에 졌으면 전혀 다른 역사를 우린 배웠겠지. 유태인은 순결한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고, 오히려 히틀러가 악마가 되었겠지. 유태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을거야. 역사는 승자가 쓰는거니까. "
"끔찍하군."
"평행우주론이란게 있는데, 난 그거 믿거든. 그에 따르면 다른 차원 어딘가의 너와 나는 지금 그런 지옥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거야. 유태인이 장막 뒤에서 모든걸 지배하고, 위대한 지도자 히틀러는 악마가 되어 있고, 이 반도는 일본조차 아닌채 분단과 전쟁과 독재와 가난이 오랜동안 이어지는 그런 세상에 말이지."
"야야, 거기까지! 그런 SF 드립까지 받아주기엔 내일까지 풀어야할 삼각함수 문제가 더 시급하다 친구야."
"그래 뭐 이 정도하자. 나도 공부할란다. 그 다른 차원의 나도 결국 대학갈라면 공부했겠지? 인생 별로 다를거도 없네, 젠장."
출처 - 장주원 님 페이스북 단편 소설 WHAT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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