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ECON [487503] · MS 2014 · 쪽지

2015-01-19 01:18:17
조회수 1,633

철학vs물리학 게시글에 대한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529328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둘중 뭐가 더 어렵냐는 글을 보고 쓴 겁니다.

일단 자연과학의 특징이 각 학문집단 내에서 통일된 패러다임을 통해 대상을 관찰하고 이론을 전개하기 때문에 그 패러다임을 익힌 후에는 직진만하면 됩니다.
그런데 인문, 사회분야는 가치관에서 주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학문내에서 의견이 통일되는 게 아니라 학문의 분파가 나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분파의 탐구방향으로 탐구를 하고 그걸 가지고 상대분파와 논쟁을 해야죠.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자체가 상대에겐 의심의 대상이 되는 거죠.
즉, 자연과학은 타당성 검증만이 논쟁점인데 인문분야는 연구당위성이나 방법론 자체도 논쟁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단순공부 수준에서는 몰라도 연구쪽으로 가면 철학이 훨씬 골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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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666 · 532427 · 15/01/19 01:21 · MS 2014

    과학철학은 전자인가요 후자인가요

  • SNU ECON · 487503 · 15/01/19 01:22 · MS 2014

    후자죠. 과학혁명의 구조만 봐도 포퍼가 쓴 추측과 논박을 신나게 씹습니다.

  • thdrhwk · 416249 · 15/01/19 01:52 · MS 2012

    전 양자역학쪽은 안그렇다고 봐요. 고전철학은 우리의 직관과 맞아떨어지는데 양자역학은 직관과 완전히 어긋나버리는 경우가 많아서요. 타당성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이때까지 한번도 생각조차 못했던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는게 어려운 거에요. 양자역학 공부하다 보면, 우리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예를 들어 확률이 음수인 확률파동함수라든가) 직관에 완전히 어긋나는 모델을 설정할 수 있는게 엄청나게 어려울꺼란 생각이 들어요.

  • SNU ECON · 487503 · 15/01/19 02:16 · MS 2014

    양자역학이요? 흠...코펜하겐 해석이 일반인의 세계관을 뒤흔들었을까요? 오히려 지동설은 그 당시 그 누구도 생각치도 못했던 직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당시 서양인의 세계관 자체를 뒤흔들었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진화론도 마찬가지였죠. 양자역학은 전혀 학문사상 가장 중요한 변화에 끼지 못할겁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심어주기 때문에 기존의 직관에 위배되는 것은필연적입니다.양자역학이 어떤 유래없는 종류의 변화가 아니라는 거죠.
    일반적으로 고교 수준까지 고전물리학을 다루기 때문에 현대 물리학이 직관에 어긋나 보이는겁니다.
    결국 고전철학과의 비교는 옳지 못한 비교이죠. 과연 지젝이나 백번양보해서 레비스트로스의 철학이 우리의 직관에 맞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글이 머리(서론)가 크네요;;;
    어쨌든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합의를 도출한 이후에 물리학자들이 이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연구는 하지 않는데요. 철학은 그런 합의라는 걸 이뤄본적이 없는 학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철학에서는 학파-현대에는 개인까지-의 연구방식 뿐만 아니라 연구 주제 그 자체도 무가치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자연과학-정상과학 상태-에서 연구결과물을 내놓으면 연구를 잘 했는지를 따지지만 인문, 사회쪽은 '뭐 이런 연구가치도 없는 걸 연구해'라는 논점도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경제학이 이런면에서 상당히 자연과학화 되었죠)

  • thdrhwk · 416249 · 15/01/19 06:58 · MS 2012

    글쎄요. 저는 양자역학이 유래없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지동설 물론 충격적이였죠. 하지만 그건 비직관적인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 불과한 것입니다. 지동설은 (계속 무시되었지만) 고대부터 계속 주장되었었고, 또 그러한 생각을 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그걸 받아들이자 하고 가정하면 이해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어요. 그렇지만 양자역학은 발상의 전환인 동시에 직관적이지 못해요. 양자역학이 비직관적인 이유는 우리가(제가) 살면서 20년간 고전물리학을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20살 이전까지 그리고 이후로도 우리는 고전의 세계에서 살 수 밖에 없고, 양자역학은 우리의 경험세계의 너머를 다루기 때문이죠. 전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합(?)이 그 이전시대 어떤 변화보다도 훨씬 더 영향력있고, 충격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이것도 서론이 길었는 데, 저는 님 주장 중 왜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학문의 난이도 상승으로 귀결되는지 모르겠네요. 정상상태의 물리학에서 새로운 어떤 사실을 발견하는 것의 어려움의 정도가, 철학에서 비주류적인 어떤 것을 생각해내고, 그 타당성을 검증 받는 것의 어려움의 정도의 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

  • thdrhwk · 416249 · 15/01/19 07:11 · MS 2012

    그리고 애초에 왜 양자역학이 지동설, 진화론과 비교되나요? 양자역학은 고전역학, 열역학, 전자기학 이런거랑 비교되는거지 지동설 같은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게 아니라 생각되네요.

  • SNU ECON · 487503 · 15/01/19 13:48 · MS 2014

    학문을 배울때의 진입장벽은 물리학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철학이 '연구 측면'에서의 난점이 더 많다는 거죠. 자연과학의 천재는 심지어 현대에 이르러서도 20대에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인문분야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과거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당연시 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지동설을 기점으로 중세의 세계관에서 뉴턴으로 완성되는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전환되었고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또 전환이되었죠. 즉, 여지껏 이론물리학의 분야가 선형적 발전을 이루다가 양자역학에 이르러서 뒤흔들린게 아닙니다. 물론 양자역학이 그런역할을 했습니다만 양자역학만 그런게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자연과학은 학문적 패러다임의 전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선형적 발전을 해왔다는 식으로 후학들에게 가르치죠.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이 뉴턴 이론의 일반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는 위에 말씀드린 선형적 발전양상에 입각한 해석이죠. 전후로 세계관의 변화가 있었기에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마찬가지로 그 이전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그렇게 작용한 것이 아니라는겁니다.
    ps학문의 발전과정에 있어서 토마스 쿤의 관점에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쿤이 몇 백 페이지 쓴 내용을 댓글로 쓰려니까 어렵네요;;;

  • 세르히오 · 474526 · 15/01/19 09:27 · MS 2013

    물리학하던 사람에게 철학 시켜보고
    철학하던 사람이 물리학 시켜봤을 때
    봐줄만한 결과가 나오는 건 전자가 압승일 거라 생각합니다.

  • SNU ECON · 487503 · 15/01/19 13:50 · MS 2014

    물리학의 진입장벽이 압도적으로 높으니까 그런겁니다. 철학에서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건 별개의 문제고요.

  • 게크로맨서 · 467420 · 15/01/19 11:28 · MS 2013

    수학과 4학년 학부과정으로 풀 수 있는(미분기하학) 일반상대론은 어떤지요

    또 현대 물리학에서 검증은 안됐지만 끈이론이란게 있는데 끔찍끔찍하죠(얘는 아예 검증의 시도조차 힘듬)

  • SNU ECON · 487503 · 15/01/19 13:52 · MS 2014

    위의 에피 분에게 달은 댓글과 상당히 유사한 답이 될거 같습니다. 참고해주세요

  • 게크로맨서 · 467420 · 15/01/19 14:05 · MS 2013

    그나저나 애초에 비교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만 할 줄 알지 상대방을 이해하진 못하거든요 이해했다면 그 학문을 공부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