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험생활 수기를 쓸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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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즐겁게 보고 웃으라고 그 과정을 잘 쓴거 같지 않아 이것저것 생각이 들어 잠시 키보드 앞에 앉아 글을 써 봄.
나는 고등학교 입시에서 실패자였음.
그 누구도 내가 3차에서 떨어질 거라곤 생각 안했지만 영재학교 입시에서 실패했고, 그건 나에게 꽤나 큰 상처로 남았음
그래서 나는 그냥 공부했음.
기벡까지 다 봤으니까 미적분학 공부하고, 선형대수학 공부하고, 그다음에는 해석학 공부하고.
물리는 일물 봤으니까 미적분학 보고 나서는
전자기학 보고, 열역학 좀 보다가 어려우면 미적분학 다시 좀 봐주고.
선대 보고 나서는 양자역학도 보고.
그 교과서들이, 그 너덜너덜해진 책들은 아직도 내 기숙사 한켠을 장식하고 있음.
의과대학에 진학했음.
나의 삶에 멘토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가고자 한 길을 먼저 걷고 그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 주던 고마운 사람들은 많았음.
그중 하나가, 너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어떤 연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리학과에 오는 것은 어쩌면 너무 큰 모험이라고 말해 줬음.
내가 연구하고 싶은 게 이미 많이 연구된 자연현상인지,
아니면 물리학과 같은 형식의 연구인지 구분하려 해 보았고,
난 후자라고 결론내린 것일 뿐임.
의과대학에 온 이후에도 공부는 계속되었음.
유체역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미분기하학도 봤으며, 요즘에는 PDE 중에서도 그 수치적 해법, 그중에서도
iterative substructuring의 이론적 배경, 그리고 관심있는 한 연산자를 계속 보고 있음
내가 노력했는지 모르겠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력이 차가운 이유라고 생각함
충분한 노력이란 무엇인가?
내가 어떤 업적을 남겨야만 충분한 것인가?
아니.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력을 견뎌내는 사람은
그 노력을 즐기는 사람도,
그 끝을 보면서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다.
난 그 노력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 행위를 해야 할 어떤 의무감을 느끼면서,
한없이 하고 또 할 뿐인 사람들이
노력을 해낸다고 생각한다.
이만 나는 공부하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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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겪고 느낀 사람의 말은 항상 울림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