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덕이 [834351] · MS 2018 · 쪽지

2022-02-16 13:19:09
조회수 22,114

죄송합니다. 실은 지금까지 학벌을 위조해왔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4841521

안녕하세요. 오르비 회원 '다덕이'입니다. 평화롭게 이곳을 거닐다가 우연히 날아온 쪽지를 보았습니다.

'야, 이 다덕 개새x야, 나 사실 네가 어느 대학 다니고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거든? 너 사실 남자도 아니지? 내가 시간 줄테니까 네가 속인 거 다 불어라. 안 그러면 내가 신상 다 까버린다.'

이 말을 듣자마자 저는 충격을 크게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잘못이냐고요? 이제 밝히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닌다고, 합격했다고 밝힌 대학들은 전부 거짓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서울특별시가 아닌 경기도에 소재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재학 중인 대학을 속이면서 한 학생과 그의 부모님을 속여 무려 영어 과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실수로 한 매장의 구두를 망가뜨려서 그것을 보상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하릴없이 학부모님이 잘못 아셨다고 해도 돈 봉투를 보고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모두 사과를 드리고 지금까지 받은 과외비를 돌려드리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 집안 식구들에게도, 오르비에 계신 여러분께도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준혁아, 나 황 쌤이야. 요즘은 잘 지내고 있니? 네가 나 때문에 상처 받고 충격 받느라 예전처럼 반항 심하게 안 하고 묵묵하게 공부 잘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너는 내가 서운대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더라... ㅜㅜ 그렇게 너그러운 너를 옭아매다니, 정말 내가 덫을 놓은 기분이다. 내가 어이 없는 소리를 할 때도 나에게 '형'이라고 부르면서 친한 형아처럼 대해주고 선생님이라기보다는 그냥 아는 친구처럼 나를 대하던 너의 모습이 나는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 그런 야무진 너를 속이고 선생님인 척 하며 너에게 중간중간에 오개념을 알려주고 허술한 지도를 해줘서 정말 많이 미안해. 이제 나는 네 곁에 없으니 이제 제대로 된 선생님께 영어 잘 배워! 너 공부하는 거 보니까 조금만 열심히 하면 성적 많이 오를 것 같더라! 이왕이면 국어나 수학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이제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고 세경 씨에게 멋진 남자가 되어봐야지. ㅎㅎ 너 그 누나 좋아하잖아. ㅎㅎ


아무튼 너를 속이고 괜히 선생님 행세를 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럼 안녕...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