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폄 ] 당신이 노력해도 부자가 될수없는 사회 -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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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③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을까? 2013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작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활발하게 도전할 나이인 30대의 경우에는 20%만이 "자신의 노력으로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같은 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서는 "앞으로 계층 상승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려 98%나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을 꿈꾸는 것이 이토록 터무니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일까?
재벌 세습이 일상화된 대한민국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칼럼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신흥시장 담당 사장은 한국의 억만장자들을 '상속형 부자'로 분류했다. 한국에서 1조 원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들 중 84%가 부모에게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가 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처럼 혁신적인 IT기업을 창업해 부자가 된 사람들이 경제 전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상속을 받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은 고작 33%에 불과하였다. 일본에서도 부모 재산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 12%에 불과했고, 중국에서는 0%에 가까웠다.
한국은 왜 '세습형 경제'가 되었을까?
현실이 이러한데도, 재벌들은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아서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이고, 가산세를 합치면 최고 65%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명목상 세율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기업'을 상속할 때는 최고 500억 원까지 공제해 주는 등 온갖 공제제도가 있기 때문에 실효 세율은 훨씬 낮은 편이다. 게다가 갖가지 변칙적인 상속 방법으로 이마저 회피하면서 일부 재벌들에게는 상속세가 사실상 무의미한 지경이 되어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으로 9조원에 이르는 상장주식을 보유해 주식부자 2위에 올랐다. 대부분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이지만, 이런 천문학적인 재산을 손에 넣으면서 이 부회장이 납부한 증여세는 고작 16억 원에 불과했다.
다른 재벌 자녀들도 일감 몰아주기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증여세와 상속세를 회피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단죄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탈세를 시도하다 걸려도 별 문제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 법을 지키는 사람이 거꾸로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는 시장질서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부유층의 탈세에 대해 더욱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으로 부유층에 유리한 제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부유층에 유리한 조세 정책은 우리나라를 '세습형 경제'로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류세와 담배세 같은 간접세가 전체 세수의 절반이나 되는 반면, 소득세 비중은 낮기 때문에 조세 정책으로 인한 빈부격차 완화 효과가 거의 없다. 지난해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토대로 조세제도로 빈부격차가 개선되는 효과(지니계수 감소율)를 계산한 결과, 핀란드는 46%, OECD 평균은 35%, 미국은 25%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효과가 고작 9%에 그쳐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난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난 학생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며 공부해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계층 상승을 꿈꾸기가 너무나 어려워졌다. 공교육이 흔들리고 값비싼 사교육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성적까지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조사 결과, 부모 소득이 5백만 원 이상인 중학교 1학년의 주요 3과목 평균 점수가 2백만 원 이하로 버는 부모를 가진 학생들보다 13% 이상 높았다.
대학 입시 결과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 차이보다 훨씬 더 크게 벌어졌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대학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현행 입시제도 때문이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 결과, 2014년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 가운데 강남구 출신 학생이 강북구보다 무려 21배나 많았다. 강남구 인구는 강북구의 2배도 되지 않는다. 결국 부모의 소득과 정보력이 자녀의 학력까지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구나 가난을 이겨내고 어렵게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계층 이동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1989년 대학등록금 자율화 이후 등록금은 무려 5배나 올랐다. 취업문이 극도로 좁아지면서 대학생들은 각종 어학점수와 자격증 등 '스펙'을 쌓는데 1인당 평균 4,260만 원을 쓰고 있다고 한다.(자료: 청년유니온, 2012) 게다가 2000년대 집값 상승과 함께 학생들의 주거비까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처럼 학생들의 비용부담이 급증하면서 졸업장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빚더미를 떠안고 사는 청년들이 한둘이 아니다.
각종 고시가 철폐되거나 축소되고 부유층에게 유리한 로스쿨이나 외교아카데미로 바뀌면서 '역전의 사다리'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더구나 힘겹게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도 유력 집안의 자녀가 아니라면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이 같은 부의 대물림은 의사나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면서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가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가 불가능한 '세습형 경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습 경제의 끝은 함께 파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부의 대물림이 시작돼 이미 '세습형 경제'가 고착화된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다. 2010년, 27살의 젊은 청년 '노르만 자르코네(Norman Zarcone)'의 자살로 이탈리아 교수 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교수를 꿈꾸던 자르코네는 지도교수에게 '넌 실력이 있어도 잘 나가는 든든한 친인척이 없기 때문에 교수가 되기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절망한 나머지 죽음을 택한 것이다.
그의 죽음 이후 세습화된 교수 임용 관행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교수직 세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학원생이나 교수를 선발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이탈리아 대학을 장악하고 있는 교수, 즉 '바로네(Barone)'들이 지원서를 받기도 전에 미리 뽑을 사람을 정해놓고 시험을 치는 요식행위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처럼 세습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능력있는 청년들은 아예 이탈리아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고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를 탈출해 미국에서 진화생물학 대가가 된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Dario Maestripieri)는 자신의 저서 '영장류 게임(Games Primates Play)'에서 이 같은 이탈리아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에서는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인과 각종 전문직 종사자들이 자신의 직업과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심지어 택시기사도 부모에게 세습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세습이 만연하면서 이탈리아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 2000년 이후 14년 동안 이탈리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였다.
역전의 사다리가 가장 강력한 부양책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에게 부와 직업을 물려받은 사람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는가? 조금이라도 능력있는 청년들은 고국을 버리고 미국이나 독일로 떠나버렸고, 남은 청년들은 꿈을 잃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88만원 세대'가 있는 것처럼, 이탈리아에서는 '1,000유로 세대'가 꿈을 잃은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 되어버렸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탈리아와 같이 성장이 멈춘 세습경제로 가느냐, 아니면 다시 역전의 사다리를 놓아 경제의 활력을 되살릴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나라가 세습경제로 가게 되면, 당장은 부유층들이 자기 자녀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줄 수 있어서 유리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세습 경제가 고착화되면 소외된 청년들의 도전의식이 사라져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된다. 그리고 이 같은 국가경제의 성장 정체는 다시 부유층에게 부메랑처럼 돌아가 우리 모두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 활력을 다시 되살리는 가장 강력한 부양책은 무너진 '역전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4편에서는 역전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고, 이를 통해 멈춰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다시 돌게 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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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안타깝다 이렇게 자기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는 부유층들은 근시안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왜 전체의 이익을 바라보지 못하는 걸까 전체의 불이익은 곧 자기에도 타격을 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