岳畵殺 [72210] · MS 2004 · 쪽지

2014-12-30 01:42:40
조회수 4,359

의학에서 '경험해 봤는데 좋아졌다.'의 한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383964

'왜' 겠어요.

placebo 효과가 강력하니깐 그렇죠.

논문 하나 봅시다. 

Original article 실으면 가문의 영광이 되는 NEJM 저널의 논문입니다.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103319#t=articleTop

천식 치료에 있어서 placebo의 효과를 본 논문입니다.

4가지 치료를 썼네요.

albuterol이라는 천식흡입제, 그리고 가짜약 (placebo), sham acupuncture (침술인데 한의사나 중의사들이 말하는 경혈 자리에 놓지 않는 침 치료), 아무 치료를 하지 않은 4가지로 나눠서 한 환자가 4가지 모두 경험하게 한 후 주관적인 호전과 객관적인 호전 (FEV1이라는 검사가 있습니다.)으로 나눠서 평가했습니다.



환자 주관적인 평가만 보면 albuterol과 placebo, sham acupuncture 모두 아무 치료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두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치료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네요. 그럼 정말 placebo와 sham acupuncture가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그런 거 없어요. FEV1 검사 상에서는 거꾸로 albuterol 빼고는 다 효과 없고 차이도 없어요. 

신기하죠? 객관적으로는 호전된 게 하나도 없는데 주관적으로는 좋아졌데요.

그만큼 치료 받았다는 경험 자체가 주관적인 증상을 호전시키는데는 효과적이라는 거고, 

현대의학 연구에서 placebo 효과를 배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도 합니다. 


내가 그 치료를 받아봤는데 좋았더라?

정말 좋은 치료일 수도 있고, placebo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걸 검증하지 않는 이상 효과가 있다고 확언할 수 없는거죠.


그럼 한의학은 다 엉터리냐고요?

그렇진 않습니다. placebo 효과를 배제한 연구를 해서 효과를 보이는 연구도 여럿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분야라고 해서 효과가 없다고 속단하는 것도 성급한 결론이고요.

그리고 전통의학의 침술이라는 게 placebo 자체를 설정하기 어렵고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서

연구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한의학과 중의학만 해도 경혈 자리가 같지는 않은 걸로 압니다. 

그러니 표준화된 대규모 연구가 나오기 쉽지 않죠.)

또한 현대의학기기를 쓸 수 없어서 연구가 어렵다는 한의사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저런 천식 연구를 한다고 하면 FEV1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의료법상 한의사가 검사를 할 수는 없죠. 

그렇다고 의사가 sham acupuncture를 이용해 연구하면 이것도 의료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요.


어쨌든 '내가 해봤더니 효과가 있었다.'라는 주장은 placebo 효과를 배제하지 않는 이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겁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잉여로소이다 · 475104 · 14/12/30 01:45 · MS 2013

    보통 만병통치약들의 주장이 저거죠.

    '해봤더나 좋더라' '먹은 사람들이 좋다더라'

    그야말로 비논리의 전형이죠.

  • 岳畵殺 · 72210 · 14/12/30 01:57 · MS 2004

    한의학에서 쓰는 치료제들이 죄다 길거리 약장사들이나 파는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매도할 수는 없죠.

    문제는 placebo를 제거하는 수준의 효과 검증은 아직 부족한 편이고, 이건 우리나라 의사들이 유별나게 요구하는 게 아니고 현대의학을 연구한 사람이면 당연히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을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인데

    '의사 엘리트주의에 빠졌다.'

    '의사 우월주의냐.'

    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게 문제죠.

  • 잉여로소이다 · 475104 · 14/12/30 03:21 · MS 2013

    전 한의학에 대해 얘기한게 아닙니다만 한의학에 대해 쓰신 걸로 의해하셨나 보네요. 한창 오르비에서 요즘 한의학 vs 의학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그런가 봅니다.

    전 한의학 의학 둘 다 종사하고 있는 사람도 아닌지라 흔히들 약장수(...)들이 파는 만병통치약을 말하는 거였어요.

  • 岳畵殺 · 72210 · 14/12/30 08:26 · MS 2004

    아 본문에서 한의학을 언급했으니 그렇게 얘기한 겁니다.

    저도 댓글에는 '약장사들이나 파는'이라고 언급해놨습니다.

    그런 건 애시당초 검증의 대상도 아니죠.

  • 모쿠자 · 403378 · 14/12/30 01:47 · MS 2012

    한의원에서는 천식 치료를 어떻게하려나.. 쑥먹으세요~ 침맞으세요 저희 한약먹으세요! 이렇게 치료하나...

    천식은 증상의 중등도에 따라 SABA -> CS흡입제 -> 고농도 / + LABA -> 경구 스테로이드 이런식으로 치료해야합니다 여러분 ㅎㅡㅎ

  • 岳畵殺 · 72210 · 14/12/30 01:50 · MS 2004

    한의학에서 쓰는 치료제 중 객관적으로 천식에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신약 개발에 좋은 치료제가 있을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의료이원화 때문에 약의 객관적인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고 신약을 개발해봤자 천연물신약처럼 누구에게 처방권이 있냐로 또 싸움이 벌어지니 의사든 한의사든 제대로 연구하기 어려운 환경이죠.

  • 자네로 · 531522 · 14/12/30 02:03 · MS 2014

    Scientific method에서 흔히 말하는 경험적 증거, 귀납적 증거의 한계죠. 한의사들도 최소한 실험 및 연구를 scientific method에 따라 입증한다면 고립이 덜 될거 같은데 그런 식의 사고를 가진분은 보기 힘든듯...
    최소한 오르비에선 못봤네요...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 밥그릇 챙기냐
    - 어거지다
    - 기타 인신공격
    이러는 글들이 자주 보이는게 안타까울 뿐...
    사실 그런 논지 전개를 하면 역으로 본인들이 그렇다는 얘기 밖에 안되는건데 말이죠

  • mindmapping · 494052 · 14/12/30 10:35 · MS 2014

    댓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밥그릇 얘기, 어거지, 인신공격을 하는 부류는 이제 좀 없었음 하네요.. 개인적으로 최근의 논쟁에서 좀 답답했었습니다. 글은 제대로 읽어보고 댓글다는건지.. 아니면 그냥 키워드 몇개 보고 그러는건지..

  • Valar Morghulis · 534149 · 14/12/30 02:06 · MS 2014

    그냥 한의사도 의료기기 허가하고 의사도 한방약재 연구 허용해서 윈윈하면 안되나요? 중국 중의사들 보니까 양의학 받아들여서 학술논문도 많이 내고 그러던데.. 제가 의학도가 아니라서 자세한건 모르지만 애초에 한의학-양의학을 아예 분할해놓고 대립구도를 만드는 거 자체가 잘못된건 아닌지.. 조심스레 의견 내봅니다

  • 岳畵殺 · 72210 · 14/12/30 02:12 · MS 2004

    그게 궁극적으로 의료 일원화인데 결국에는 완전히 제도를 뜯어고쳐야 하고,

    보수교육과 이수 시험을 정해서 기존의 의사/한의사들이 이를 통과하면 제약 없이 의료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죠.

    그리고 의대/한의대 교육과정도 뜯어고쳐야 하고요. 중국의 중의대처럼 의대와 공통 커리큘럼을 넣어서 의사들도 한의학 치료를 쓰고 한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 사용하는데 충분한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죠.

    사실 말은 쉬운데 의사/한의사들 내부에서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어서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사실 모두가 외면하고 있어서 인식 못하고 있지만 통일 후 북한 의료면허까지 얽혀 있긴 합니다. 이것도 언젠간 폭탄되서 돌아올 겁니다.

    한마디로 이걸 해결할 수 있으면 한국현대사에 이름 한줄 남길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 김돌 · 354222 · 14/12/30 02:29 · MS 2010

    한가지만 말씀드리면
    정경의 361개 경혈점은 몇 개를 제외하고는 동일합니다. 한중일 3개국이 모여 옛 문헌+현재 사용되는 위치 등등으로 논의하여 해부학적 구조물을 기준으로 한 WHO표준경혈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같은 질병이라도 근위취혈을 할 것인지 원위취혈을 할 것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혈위를 선정할 것인지에 따라 사용되는 경혈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죠ㅠ 물론 단일연구에서는 모든 처치군이 동일한 혈자리를 사용하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SR이라도 하려고 하면 조금씩 다른 혈위를 사용한 논문들을 같이 묶어야 하니...

  • 岳畵殺 · 72210 · 14/12/30 02:35 · MS 2004

    찾아보니 2010년도에 WHO 표준경혈을 지정했군요.

    그렇다면 기존 한중일에서 각자 연구한 데이터와 이 후 표준경혈을 이용한 연구 데이터가 또 다를텐데...머리 아픈 일이겠군요.

  • 김돌 · 354222 · 14/12/30 02:50 · MS 2010

    저는 2008년으로 알고 있는데...음 저도 다시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그래도 그 이후로는 위치가 다른 것 때문에 트러블이 생길 일은 없다는게 다행이겠지요 ㅋㅋ(그러고보니 표준화하기 전에도 몇몇개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위치도 중요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위치보다도 본문에서 살짝 언급하셨던 침의 활성성분 문제와 sham acupuncture 설정의 어려움이(어찌보면 두 개는 동일한 문제라고도 보이네요...)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몇 가지 Sham acupuncture들이 개발되었고 개발되는 중이니 좋은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우왕창왕 · 161746 · 14/12/30 07:42 · MS 2017

    본문 내용에 십분 동의합니다.
    침술 자체가 구조적으로 placebo군을 배제하기 어렵다는점까지도요.

    하지만 본문의 주제와 별개로,
    표에 제시되어 있는 Sham niddle군은 한의학 연구에 있어 대조군에 해당합니다. 즉, Sham niddle 역시 Placebo효과를 낸다는 전제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링크에 있는 논문에서 역시 placebo군에 들어가있네요.
    본문에 나와있는 표만 봤을때 Sham niddle을 침술이라 착각할 여지가 있으리라 생각 되어 노파심에 댓글 달고 갑니다 :)

  • 기생충극혐 · 535883 · 14/12/30 10:49 · MS 2014

    .........needle..

  • haniciel · 359709 · 14/12/30 12:06 · MS 2010

    sham acupucture에서 어떤 경혈을 어떤 방식으로 삼았는지 고이장히 궁금하네요

  • 강덕 · 545953 · 14/12/30 15:16 · MS 2014

    공감합니다

  • 필승반수 · 468221 · 14/12/30 13:21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