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사 사건으로 본 외국에서 수입된 전문직의 한계

Question

며칠 전 음주 상태의 의사가 봉합하려다가 문제가 생긴 적이 있는데

그 과정이 어땠든 의사가 음주 상태로 환자를 진료보면 안되죠.

해당 의사는 병원에서 당연히 잘렸지만 (전공의 1년차라고 합니다.)

파면 빼곤 의료법 상 처벌할 마땅한 조항이 없습니다.

그러자 냄새를 맡고 국회의원이 출동하셨습니다.

의사 음주진료 징역 5년 처벌 법안 논란

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View.html?ID=1093673

이 사건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전문직'이 얼마나 허울 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사가 아닌 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음주 진료를 한 황당한 의사를 의협에서 처벌할 수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의협회원권지 정지입니다.

정지 당하면 의사 활동 못하나요?

아니요. 의사 활동은 다 할 수 있어요. 사실상 하나마나한 처벌입니다.

와 의사끼리 봐주는거 아니냐고요?

의협이 할 수 있는 처벌이 저게 한계에요. 의협은 면허정지나 취소 같은 징계를 못 내립니다.

그러니

환자 마취시킨 후 성폭행 하는 의사가 나와도,

돈 받고 진단서 조작해 주는 의사가 나와도,

술 먹고 봉합하는 의사가 나와도

의협이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의료법이 저런 행위 자체를 일일히 다 제제 못하니

아청법 만들어서 성폭행 의사 처벌하고

(법률 뜯어보면 과잉 처벌 조항이 있어서 개정한다고는 하는데 미적미적입니다.)

이번에는 술 먹고 진료하는 의사 나오니 또 음주진료 처벌한다고 하죠.

의사가 11만명이 넘는 시대인데 다음에 또 어떤 또라이 의사가 나올 지는 모를 일이고

지금 상태면 자율적인 규제 없이 또라이 의사가 나올 때마다 해당 법을 만들 기세입니다.

외국 의사는 이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자체 징계권이 확실합니다.

그 쪽은 국가가 면허라는 것을 주기 전에 전문직 간의 모임을 통해 전문직의 지위를 확립했고

그래서 전문직의 의미가 큽니다.

(의사들 내부에서 전문성을 키운 덕분에 중세 시대에 내과 의사의 지위는 상당했습니다.

물론 외과 의사 지위는 안습했지만요...)

전문직으로 위상이 높기 때문에 자체적인 높은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외부에서 어떤 제제가 오기 전에 스스로 자율 규제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면허 제도를 수입만 했을 뿐이지 전문직 자체의 전통이 약하기 때문에

(조선시대 때 중인이었고 그나마 의사/한의사 제도로 나뉘면서 의사는 그냥 서구에서 수입만 한 거죠.)

의사가 외국처럼 전문직으로서 자율 징계권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고

그저 정부가 인정해준 면허를 가지고 열심히 돈이나 버는 존재가 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외국에 비해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내는 목소리도 굉장히 약하고요.

(미국에서는 가장 큰 이익 단체 중 하나가 의사 협회입니다.)

전문직에 대한 환상과 달리 우리나라 전문직은 거의 정부가 던져준 면허 빼곤 없는 허수아비라는 느낌이

이런 사태를 볼 때마다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의사들이 하는 한탄 중에는 이런 요소 (외국 전문직과 우리나라 전문직의 지위 차이) 도 있답니다.

정부 손짓 하나로 좌우되는 전문직이 의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Norbis · Accepted Answer

그러니 이과 최고라 하겠지요

MedicalA · Answer

가만보면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현대 직업들은 조선시대 '중인' 신분의 연장선인 것 같네요. 변호사, 의사, 회계사 모두 조선시대때 중인이었으니... 굳이 비유하면 조선시대의 양반은 현대에선 고관대작 집안과 재벌 분들?

추억앨범™ · Answer

저 법 통과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요새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의 사건이 많이 벌어지니 기내나 기차 안에서 환자 생겼다 싶으면 얼른 맥주나 와인 마시면 됩니다. 징역 5년 정도면 양심을 법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거 같네요.

constellation · Answer

음주보다 무섭고 만연해있는 수면박탈이나 좀 해결해주지...

음주의사 사건으로 본 외국에서 수입된 전문직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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