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dy.hyun [505989] · 쪽지

2014-12-01 08:28:41
조회수 10,956

아침을 맞이하는 독학재수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141139

수능 전에도 오르비에서 꽤 활동했는데

제 닉이나 제 글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항상 수능 전후로 활동하는 사람의 닉이 물갈이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살아남아서 다행이군요 ㅠㅠ

오르비 괴수분들에 비하면 미약한 점수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한것 같아 후기를 올려봅니다.


작년 초 아주아주아주 힘든 시기를 겪은 저는 독재를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인 즉, 작년 수능 총 표점합이 503점이 나왔고

이과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12233, 그러니까 과탐이 수능에서 무너져 버립니다.

즉 표점 실질 반영비율을 고려하면 표점 500대보다도 훨씬 못한 점수가 떠버린겁닌다..


제 고3 피크성적이 390대, 일반적으로 370후반~380대를 왔다갔다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형편없는 점수고 이 현실을 인정조차 하고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실제시험에서의 멘탈은 매우 약한 편이었고, 수능은 '당연하게도'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메가 기준 510이고, 작년보다 만점 표점이 꽤 감소한 걸 감안한다면

 성공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탐구는 바꾸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정시의 문은 좁은 것 같았고, 수능이 끝난 직후에는 아무 생각없이 시간만 보냈죠.

탐구 반영비율이 아주 적은 육군사관학교에 다행스럽게 합격하였고,

육사의 가입교 기간은 제 1년 독재생활의 큰 도움이 됩니다.

육사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는 제 작성글 중 '독재생입니다.' 에 아주 간략히 나와있는데요.

이 글은 수험생활 전반에 대해 짧게 서술한 글입니다. (제 오르비 첫번째 글이에요)

요약하자면 수능 전에 육사에 대해, 즉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했고

가입교 기간을 달리다 여러 상담을 거치고 자퇴를 결정합니다.

상담을 한 분대장생도님께서 '성공해서 찾아오라.' 는 상남자 스타일의 말이 1년동안 지칠 때의

제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ㅋㅋ

지금까지 굉장히 평이하게 썼는데, 육사 입교부터 자퇴,

그 직후에 부모님과의 마찰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공부도 즐겁게 하던 제가 올 연초에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많이 자살생각을

했습니다 ㄷㄷ...

그리고, 저는 수능 직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빨리 해결해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사귀어본 여자친군데, 이렇게 어이없게 무너지나... 생각을 하고 한탄스런 맘으로

연락을 했죠. 

폰도 없었던 저는 페메로 꾸역꾸역 연락을 넣는데, '읽음' 표시가 뜨고

수 시간이 지난 후에, 답장이 왔습니다.

자퇴에 대한 놀라움으로 문을 연 장문의 글은, 기다릴게. 라는 말로 마무리가 되더군요.

이 때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ㅠㅠ

아주 놀랍게도, 독학재수의 가장 큰 적 외로움을 착한 여자친구 덕분에 느껴본 적이 없게 됩니다.

오르비 검색에서 입시에 연애는 직빵 헬게이트다. 라는 글을 많이 보고,

중간에 깨지면 어쩌지,,, 실제로 싸우기도 많이 싸워서 힘든 나날도 있었지만

모든 난관을 다행스럽게 헤쳐 나가고 곧 1년입니다. (오르비언님들 죄송해염;)


저는 비록 독재생활을 성실하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애도 했고, 공부 안하고 컴하면서 하루를 때우기도 하고, 독서실에서 꽤 자고)

하지만, '기상시간' 만은 꼭 지켰습니다. 6~7시인데 아마 단 한번도 이 시간보다 늦게

일어난 적은 없었을 겁니다.

이는 나름의 규칙적인 생활에 도움을 줬고,

'기출만능' 에 입각한 공부로 3달간 쉰 공부를 나름 빨리 복구하게 됩니다.

또한, 제가 자퇴 직후 집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현재 상황에 대해 판단한 것' 이었습니다.

모고에서 나왔던 점수가 내 실제점수인가? 아니 점수가 찍혀나왔으니까 실제점순데

왜 수능에서 원점수로 30점씩 까이고 그랬지? 특히 생2는 왜그러지??

눈에 무슨 이상이 생긴건가??

음,,, 역시 멘탈문제인가.. 수능의 순간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자'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진 이유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 라는 생각을 거의 일주일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수박 겉핥기식 공부 즉, 공부량은 되었으나 막판에 문제풀이에 너무 집중하여

기본 개념에서 구멍이 난 것과, 특유의 심각한 긴장감이 문제가 되었고,

더불어서 빨리 풀겠다는 압박감에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원인으로 짚고,

독재생 내내 이걸 공략했습니다. 물론 완벽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1년동안 충분히 잡을 수 있더군요.

이번 수능에도 약간의 어긋남은 있었지만, 작년에 비해서는 발전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글중에 '수능에 가까워 남기는 뻘글 (재수하면서 느낀 것) + 의지부여' 란 제목의 글이

남은 제 독재생활을 꽤 잘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막판스퍼트' 공부가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번 수능은, '오히려 그냥 모의고사를 치듯' 스무스하게 시험을 보게 됩니다.

충격적인 물수능 공포이긴 하지만, 그래도 실수가 적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을 이용해 빠르게 적은 글이라 두서없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질문은 환영이니 쪽지나 댓글이나 다 받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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