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엽신 [439425] · MS 2018 · 쪽지

2014-11-30 16:35:50
조회수 425

세 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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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잘 알고 지내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아나운서처럼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성격은 정말 털털한데 외모는 단정하고 예뻤다.
그 친구랑 나 사이에 뭔가 있을듯 말듯...하다가 졸업했다. 선행반 다닐땐 그 친구가 그 건물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그 비루한 꼴을 보이기 싫었다.
10월쯤에 연락이 왔다. 긴 응원 문자와 함께 입시 끝나고 보자는 그런 내용이었다.
역시 센스가 있다. 수능 전날 응원문자 보내면 괜히 불편한데ㅋㅋ
잘난 모습으로 나가서 잘 보이고 싶었는데, 잘 해보려고 했더니 망한 것 같다.
구글링으로 기어이 그녀를 찾아냈다. 단편영화를 찍었는데, 여전히 예쁘다.
어느 조건을 갖추지 않고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 앞에 설 자신이 없다.


또 한명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고3때 썸을 타던 친구가 있었다. 누가 봐도 예쁜 친구였다.
진짜 나는 이친구랑 군데 갔다와서도 대학 졸업해서도 계속 만나고 싶었다.
그 친구가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으로 날 쳐다볼 때면 나는 그냥 심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여튼 여자쪽 친구의 방해 + 재수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개망했다.
우연히 재수하던 중에 만났다. 처음 한번은 되게 드라마에서나 나올것처럼 어색하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둘 사이에 전기장이라도 있는듯 머뭇대면서...
하도 할 말이 없어서 어디 다니는지 아는데 어느대학 다니냐고 물어봤다.
집에 가고 나서 연락이 왔는데 재수 끝나고 밥 살테니 만나자고 했다.
두번째 만났을 땐 여름이었는데, 반팔에 그지같은 반바지 입고 햇빛때문에 표정을 찡그릴 때에 만났다. 너무 부끄러워서 못본척 지나갔다.ㅠㅠ
이 친구를 만나서 날 놓친 것을 완전히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나 나는 비루한 삼수생이 되게 생겼다. 살찐건 보너스인가

또 한명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도 여자인데, 베프다. 아니 베프였던건가...알게 된지 5년 된 친구인데1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재수 하면서 어디 가서 누구 만나는게 매우 꺼려지고 집안에만, 도서관 안에만 있게 되면서 너무 멀어졌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은연중에 "난 바쁘고 힘들어서 너랑 만날 시간도 없다!!" 라는 걸 호소한건 아니었다 싶다. 여튼 만난지 하도 오래 되어서 관계를 되돌릴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만날 생각만 해도 어색하다. 더구나 재수를 망쳐서 누굴 만나러 가는게 싫다. 나 망했다고 여기저기 홍보하는 것 같다.

심심해서 안주거리 몇개 써봤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이런얘기 하기 더 편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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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람아람 · 531615 · 14/11/30 22:57 · MS 2017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타인에게 투영하지않으시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님의 친구분들은 적어도 지금 님의 생각보다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독학재수할 때 스스로가 창피해서 남과 연락하기도 부끄러웠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 과거를 되돌아보니 과잉염려였다는 생각이듭니다. 제가 친구가 힘들 때 발벗고 나서고 싶었던 그 감정 그대로, 친구들은 저를 위하고 있더군요.

    과거,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인 당신에게는 당연히 사람을 존중하는 친구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의, 정상적인 님의 판단과 친구들을 믿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먼저 연락해보셔요~ 좋은 일이 있을거에요!

  • 당당한자립 · 460993 · 14/12/08 20:02 · MS 2013

    이분 말에 조금 공감해요

    사실 저도 '내가 나에 대해서 실망하니까, 저 사람도 나에 대해서 실망했을거야' 라고 생각해서

    연락 먼저 잘 안하게 되고
    뭔가 자신감도 떨어지고 하는데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면 힘들거 같아요
    안그래도 힘든데 ㅜㅜ


    그리고 현재 님이 대학에 대해서 가치를 크게 두고 있기에
    남도 나의 대학에 대해서 가치를 크게 두고 평가할거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으실텐데
    그렇지만은 않을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예전에 친했던 친구라면 더더욱이요 !!

    저랑 비슷하신 부분이 있는거 같아서 댓글 남겨봐요
    사실 이 댓글이 저한테 하는 말인거 같기도 해요...
    쨌든 시간은 흐르니까
    지금은 힘드시더라도 나중에는 괜찮아지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