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학번 [340830] · MS 2010 · 쪽지

2014-11-03 13: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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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모든 수능은 닥쳐올 단 한 수능 앞에서 무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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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수능은 닥쳐올 단 한 수능 앞에서 무효였다.

잘 본 수능이나 못 본 수능이나, 지나간 수능은 닥쳐올 수능을 해결할 수 없었다. 무수한 문제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문제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틀리더라도, 다가오는 문제를 피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새없이 밀어닥쳤다.

문제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문제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수험생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맞든 틀리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문제는 필筆로 베어지지 않았고 머리로 조준되지 않았다." (김훈의 칼의노래, '밥'편을 읽고)

4년 전에 가입하고 눈팅만 하다 칼의 노래의 문장이 멋있어서 처음 글 써보네요. 11학년도 수능을 본 게 정말 엇그제 같은데 벌써 15학년도 수능이 열흘 앞이라니.

수험생의 마음을 감히 전쟁을 눈 앞에 둔 충무공의 마음에 비하랴마는 그래도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고 치뤄야하는 실존의 문제겠지요. 다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충무공께서 여러번 낙방 후 서른이 넘어 무과에 급제했는데 낙방 후에 좌절하고 군인의 꿈을 포기했다면 안 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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