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빈♡ [429588] · MS 2012 · 쪽지

2014-10-28 21:56:12
조회수 1,017

가을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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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죽어서 떨어지는 나뭇잎의 시체

썩지도 않는 시체가 날마다 떨어지며

길을 메우는구나


그럼 보통은 추위에도 떨어지지 않는 소나무를 숭상하게 되지만

현실의 인간사회에서는 잡초나 잡목 따위는 겨울이 되기도 전에 시들어버리고

화려하고 향기로운 벛꽃나무 따위가 사시사철 만개한다.

(사실, 심어질 때부터 큰 나무였다가 더 큰 거목이 된다.)


나는 비록 잡목이지만

내가 황금으로 된 꽃잎을 가진,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을 피워 일생을 금빛으로 물들이다가

나, 조그만 잡목이 죽어도 영원히 시들지 않는..

유골조차도 녹아 사라졌지만 그 왕관만은 노랗게 빛나는

신라의 이름모를 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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