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277 [404277] · MS 2012 · 쪽지

2014-09-10 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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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학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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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방에 가서 연대, 성대 경쟁률을 체크하고

숭실대 사이트에 놀러갔다가 페북을 구경했다.

예전에 날 가르치던 학원 선생님이 학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보았다.
어디 공원 근처였나, 잘 모르겠다. 그쪽으론 갈 일이 없어서..

피시방 가는길에 그 학원 불이 켜져있길래 수업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하여튼 피시방에서 나와서 그 학원으로 가 보았다. 어짜피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되었으니까.

들어가는 입구, 4층 402호, XX수학학원, 파란 소간판, 
지금도 수험생이지만 고3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낡은 엘레베이터, 특유의 냄새, 덜커덩거리는 소리, 한발 늦은 안내음성.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주황색 빛의 학원이 보여야 하는 대신
많이 변해있고 폐허에 가까운 학원 터를 봤다.
오로지 남은건 스티커로 붙인 XX수학학원
그리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들 중 화장실 앞에만 붙어있던 것.

우리학원이 어느정도 넓은지 가늠할 수 없었던 벽이 없어졌다. 정수기, 에어컨도 없어졌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비밀번호를 까먹었다.

10분정도를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며 서있었다.

여기를 처음 다닌때가 중학교 3학년 올라가던 때였나.
형이 수능을 망하는 것을 보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열심히 해야 뭐라도 되겠단 생각에
남들 놀때 공부하러 이 학원 자습실로 오던게 고등학교 1학년 겨울이었나,
그렇게 공부만 하다가 슬럼프가 와서 하루종일 멍때리기만 하던게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나,
그렇게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어 펑펑 울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던게 그 해 가을이었나,
새벽과 아침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생각했던게 고3의 봄이었나,
그렇게 이 학원 선생님이 욕하던 대학에 붙어서 사이가 서먹서먹해진게 고3의 겨울이었나,


보통 나는 일상이 지루해지고 공부가 잘 안될때 발길 닿는대로 걷는 습관이 있다. 최대한 내가 모르는 곳으로. 한마디로 탐험이다. 그런데 오늘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탐험을 한 날이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가 모르는 사이 상당히 많이 변해있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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