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빈♡ [429588] · MS 2012 · 쪽지

2014-08-08 20:16:00
조회수 671

나의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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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여자친구를 생각할 때에 그녀는 내 마음속에 있다. 사실, 비록 생각하지 않을 때에는 없지만, 그건 단지 정신적인 실체인 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이 참인 것처럼,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녀는 존재한다"는 말도 참일 것이다. 참일 것이다. 참일 것이다.

눈을 지긋이 감고 그녀를 뒤에서 안아보는 모습을 그리어 본다. 시원한 봄날, 해질녘 즈음, 다소 망가지기 이전의 마라도의 정상에 올라 그녀의 다리 위에 누워 차지도 덥지도 않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별님, 달님, 그리고 나의 그녀가 두둥실 떠 있겠지. 내 주위를 공전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태양도 아니요 유피테르도 아니요 달도 아니요, 가장 아름다운 그녀, 그녀..  나는 뉴턴의 붉은 사과가 되어 가장 아름다운 행성의 대기권으로 돌진한다.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산 중턱에 자리잡아 큰 사과나무가 되리라...하지만, 내 껍질이 불타고 과실도 불타고 씨앗도 불타버렸다. 나는 재가 되어 하늘을 떠돌고 있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본 대공원의 원숭이는 유리를 한없이 두드린다. 그리고 격리되었지. 손을 뻗어도 닫지 않아, 말할 수도 없어, 아니, 애초에 있지도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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