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깡 [330158] · 쪽지

2014-07-25 07: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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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희미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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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는 원했다.

사랑하는 이가 제 가지에 기대기를.

그러나 또한 바람은 기원했다.
헛된 기다림 속에 자신의 생명을
덧없게 소모하지 않기를.

바람의 허락을 구한 나무는
이미 자신의 의지는 잊고말아
영혼이 바람결에 묻어버리고 말았다.

바람이 머무르는 곳엔 하늘높이
쳐든 손 갈갈이 찢기운
저 고고한 나무 한 그루가 있을 뿐.

다만, 생명을 밀어내지 못하였어도
그는, 사랑을 받아내었다.

어느새,
희게 부서진 시간의 나이가
투툭, 바람의 눈물 위로 굴러간다.

어느 희미한 기억이
나무의 웃음 위로 스러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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