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문학ㅡ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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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오라질X, 이과 수학 만점은 할 수가 없어, 한석원을 들어도 3등급, 강호길을 들어도 3등급,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문해전을 듣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X! 크포도 못 먹는 년이 문해전은. 또 처먹고 지X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문해전을 사 줄 수도 있었다. 팔십 전을 손에 쥔 김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김첨지는 취중에도 문해전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고시원이요, 또 학원 근처 고시원을 세든 게 아니라 학원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어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이 난장맞을 X,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X."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가지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폐인 재수생의 땀 섞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문해전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 오라질X,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이과생의 살이 아니고 문과생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X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X!"
"……"
"으응, 이것 봐, 아무말이 없네."
"……"
"이X아, 문과로 전과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전과했나보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X! 이 X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전과한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문과생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문해전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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