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ri [2] · MS 2002 · 쪽지

2014-06-17 16:35:28
조회수 24,318

[엄마책] 수능 그리고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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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시장이 평소보다 1시간 늦게 개장하고, 듣기 평가 시간에는 비행기의 이착륙도 금지되며, 신문지의 1면은 기도하는 학부모와 교문 앞에서 응원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장식하는 수능 시험일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통과 의례이자 잊기 힘든 기억 중 하나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도 수능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의대를 포함한 상위권 대학들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수시모집에 합격을 했다 하더라도, 보통은 수능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만 최종 합격이 확정되기 때문에, 결코 수능 시험 대비와 응시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수시 모집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논술 전형에서는 수능 시험에서 얼마나 많은 수의 1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우선선발 권한이 부여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제는 수시 모집에 지원할 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수능 시험은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평가 요소로 부상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수능 시험의 응시 과목 수가 계속 줄어들어 1등급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1994학년도 첫 수능 시험에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수능 시험 범위는 제2외국어 영역이 추가된 2001학년도를 제외하고는 줄어드는 방향으로만 움직여왔다. 최근 10년의 추이를 보면, 2005학년도에는 더 이상 자연계 수험생이 사회탐구 영역에 응시하지 않게 되었고,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해 수학 영역의 시험 범위도 축소되었으며, 2011학년도까지는 과학탐구 영역에서 4과목에 응시하였지만, 2012학년도에는 3과목, 2014학년도부터는 2과목에만 응시하게 됨으로써, 실효 시험 범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험생들, 특히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총 학습 시간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닌데다가, 20년 간 실시된 수능 시험에 대한 분석과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 저가이면서도 양질인 인터넷 강의들, 수능 시험에 강하게 연계되어 실효 학습 범위를 좁히는 EBS 교재들 등으로 인해, 수학 영역 B형, 과학탐구 II 과목 등 자연계 교과목들뿐만 아니라 영어 영역에 이르기까지 수능 시험에서 1, 2등급을 받는 것은 예전에 비해 대단히 어려워졌다.

수시모집에서 합격을 해서 일찌감치 진학할 대학을 결정지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정시모집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정시모집 요강을 보면 수능 점수의 비중은 전체 전형 총점의 일부이고, 수능 성적 이외에도 다양한 전형 요소가 반영되는 것처럼 쓰여져 있다. 하지만 수능을 제외한 다른 전형 요소들은, 쉽게 비유하자면 100점 만점에 99점은 주고 1점으로 변별하는 식이고, 수능 점수는 100점부터 0점까지 쭉 늘어놓고 변별을 하는 형태여서, 실질적으로는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의 비중은 거의 100%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시모집은 수능 점수를 가지고 줄을 쭉 세운 다음, 합격선 근처의 몇 명만 내신 성적 등의 수능 외 전형 요소로 일부 순위를 바꾼 다음, 무 자르듯 뚝 잘라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전형 방식이라는 것이다.

정시모집은 수능 점수를 가지고 줄을 세워서 뽑는 방식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객관적이며, 공정하고 정직하다. 수요가 커지거나 공급이 줄어들면 합격선이 올라가며, 수요가 줄어들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합격선이 내려간다. 더 점수를 적게 받은 사람이 더 점수를 높게 받은 사람을 같은 전형 내에서 제치고 합격하는 경우란 없다.

학부모 세대는 이렇게 소수점으로 세운 줄에 입각해 간단명료하게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 익숙하다. 1997학년도까지만 해도, 점수를 활용하는 시험이 학력평가냐 수능이냐, 본고사를 보느냐 마느냐의 차이만 있었지, 요즘 같이 정량화 할 수 없는 선발 기준을 활용하여 신입생을 뽑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본고사, 수능(학력평가), 내신 성적을 명시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여 선발하는 정시모집에 정원의 100%가 할당되어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1998학년도에 처음으로 수능 점수보다는 학생부를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수시모집 (당시 명칭은 ‘고교장 추천제’)이 등장하였다. 그 무렵 (서울대의 경우 1999학년도) 수시모집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학생부 성적을 아예 보지 않고 수능 점수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특차모집도 정원의 10% 수준에서 분리되었다.




수시모집의 비율은 2001학년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명문대에서 많아야 10~20% 수준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정시모집 정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 간다’는 이해찬 전 교육부총리의 레토릭에 발맞춰 2002학년도부터 매년 비율을 조금씩 늘려가, 2014학년도에는 무려 66%에 이르게 되었다. 서울대는 심지어 정원의 83%를 수시모집에서 선발하였다. (다만,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등 자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정원이 상당하기 때문에 실제 수시모집으로 합격하는 학생의 비율은 입시요강에서 사전 고지된 값에 비해 다소 낮다) 최근에 와서야 이런 추이는 변곡점을 지나, 2015학년도부터는 다시 정시모집의 정원이 조금씩 늘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는 있으나, 이제는 ‘정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방 소재 의과대학들의 경우, 수시모집 보다는 정시모집에서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의과대학만 놓고 보면 총 정원 대비 정시모집 정원 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아직 없다. 물론 그 비율은 계속 떨어져서 최근 50~51%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한의대는 대부분 정시모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치대와 한의대를 포함하면 60% 수준까지 올라간다), 2014학년도에 정시모집 정원 비율이 최저점을 찍고, 2015학년도부터는 반등하는 추세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의과대학 정시모집 정원의 비율도 무겁게나마 차츰 올라가기는 할 것이라 예상된다.

정시모집 비율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숫자도 줄어들었다. 2000학년도에는 서울대 신입생 모집 정원이 4,910명이었는데, 그것이 매년 줄어들어 지금은 3,135명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대 자연계 학과들의 점수는 타 대학 의대들의 점수와 많이 겹치기 때문에, 서울대에서 빨아들이는 인원이 줄어들면, 전국 모든 의대와 명문대 일반 학과들의 점수가 연쇄적으로 오른다. 원래는 에코 베이비붐 세대인 1979~1982년생이 수능 시험에 응시하는 1998~2001학년도가 지나고 수험생 숫자가 계속 줄어들 예정이었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 경쟁도 좀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었는데, 서울대가 정원을 빠른 속도로 줄여버리면서 그 효과는 상쇄되었다.

더욱이 2003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인해, 의과대학들이 고등학교 수험생들과 재수생들을 의예과 신입생으로 뽑기보다는, 대학교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을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으로 뽑게 되면서, 고등학생들의 의대 진학 문은 더욱 좁아졌다. 그 결과 2002학년도부터 10년 동안 의예과 정원은 계속 줄어들었다. 

이와 같이 줄어드는 공급은 의과대학의 문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반면 공급은 줄어들었지만, 수요는 많이 줄지 않았다.

의대 수요 폭증의 기점은 1997년 말 시작된 IMF 체제였다. 거대 기업 집단의 부도와 파산, 대량의 정리해고로 고용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순수 학문은 물론 공대의 인기도 떨어지고,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와 같은 전문직 면허와 관련된 학과나, 교대나 사대 같은 교직 연관 학과의 합격선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의대의 인기는 지금보다는 2003~2004학년도 때 가장 높았다. 즉 수요는 당시가 가장 컸다. IMF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벤처 버블마저 터지면서 공대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고, 911과 카드 사태가 겹치면서 주가지수들은 IMF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상태였다. 평생 직장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창의성이나 진취성에 대한 존중은 입시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한 풍조는 전국 모든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의 합격선이 모두 닫히고 나서야 서울대 공대 합격선이 시작되는 입시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서울대 공대가 학과별 모집을 중단하고 단과대 통합 모집을 시작하면서, 인기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학 후에도 계속 경쟁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낀 수험생들이 지원을 기피하여 더욱 격차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건국대 수의예과의 합격선이 연세대 공대보다도 높았다. 수의사는 전문직이고, 동물병원은 평생직장이기 때문이었다. 한의대의 인기가 고점을 찍은 것도 이때였다. 최하위 한의대에 합격하는 데에도 상위 1.0% 이내의 점수가 필요했고, 치대는 상위 1.5%, 최하위 의대에 합격하는 데에는 상위 2.0% 정도의 점수가 필요했다. 반면 서울대 공대는 상위 4% 수준의 점수로도 합격이 가능한 곳이 있었고, 서울대 자연대나 연세대 공대는 상위 7~8% 수준의 점수로도 진학 가능했다. 2002, 2003학년도에 서울대 자연계 일부 학과들은 정시모집이 끝나고 추가합격자를 받고서도 정원의 상당수를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으로 다시 입학 원서를 받는 촌극을 연출하기까지 하였다. 

그 다음은 그 변화를 되돌리는 10년이 뒤따랐다. 이제 다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의사의 기대소득이 낮아지면서 한의대의 합격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이르러 일부 하위권 한의대는 상위 4~5% 선 밖으로 밀려나 성균관 공대 일부 학과들과 비슷한 위치로 왔다. 최근에는 치대의 합격선도 동반 하락해 연세대를 제외한 모든 치대는 이미 상위 1% 밖으로, 최하위 치대는 상위 2~3% 선으로 밀려난 상태다. 그나마 이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치의학전문대학원 체제 전환으로 인해 치의예과 정원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이슈가 없었다면, 치대의 합격선도 한의대 수준으로 크게 폭락했을 것이다. 치대와 한의대가 사라진 자리를 공대와 수학과가 비집고 들어와, 서울대 공대는 거의 모든 학과가 다시 상위 1% 이내로 들어왔고, 연고대 공대도 적어도 상위 2~3%는 되어야 최하위 학과에 합격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서울대 수학과의 경우 서울 소재 의과대학 수준의 합격선을 기록하기도 할 정도로 점수대가 높아졌으며, 연세대나 고려대에서도 수학 관련 학과들의 인기가 높다.

한의대나 치대의 합격선이 크게 떨어진 것에 비해 의대 합격선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밀리지 않았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울산대, 고려대 등 명문 의대는 상위 0.1% 이내의 점수를 받아야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으며, 한양대와 중앙대 등 서울 소재 의과대학에 남기 위해서는 상위 0.2% 이내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지방 소재 의과대학들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아주대, 한림대, 순천향대 등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위 0.2~0.4% 수준의 수능 점수를 받아야 하고,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서남대를 제외하면, 최하위권 의대 마저도 상위 0.8~1.0% 정도에서 실질적으로 합격선이 끊긴다.

이렇게 높은 의대 합격선이 만들어진 이유는, 첫째, 의학전문대학원 체제 전환으로 인한 의예과 정원 축소 이슈다. 애초에 공급 자체가 너무 줄어들어버리니, 수요가 조금 줄더라도 가격이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둘째, 한의대나 치대에 비해 의대 합격선의 움직임이 애초에 좀 더 보수적인 데 있다. 예를 들어 한의대의 입학 점수는 한의사의 처우나 평생기대소득의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게 움직이지만, 의대의 입학 점수는 의사의 처우나 예상소득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애초에 의대는 수십 가지의 전공 분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의사가 된다는 것만으로는 (치과의사나 한의사에 비해)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이나 소득을 바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의료계 직종에 비해 여가 대비 소득과 같은 지표가 총 유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흉부외과 의사와 한의사의 경우를 비교해 보라) 최근 의료계와 법조계 전반에서 보이고 있는 ‘전문직의 붕괴’ 조짐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의료계 진학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했다면,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의대, 치대, 의대의 점수대가 모두 떨어졌을 것인데, 의대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 이슈로 인해 공급이 더 빨리 줄어들면서 오히려 합격선은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고등학교 재학생 입장에서는 수능 점수를 잘 받아 정시모집에서 의대에 합격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수시모집에서는 주로 재학생들끼리만 경쟁하지만, 정시모집에서는 재수생, 삼수생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명문대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3월 교육청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재수생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기는 더 힘들고,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후에 수험에 돌입하는 소위 ‘반수생’들이 합류하는 9월에 1등급을 받기는 더 어렵고,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실력자들이 나타나는 것인지 알기도 힘든 실제 수능에서 1등급을 받기란 정말 어렵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의대에 정시모집으로 합격한 학생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다행히도 지금까지 언급한, 의대 합격선을 끌어올린 이슈들이 모두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의대에 진학하기는 점차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폐지되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할당되어 있던 정원이 2013학년도부터 조금씩 의예과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2015학년도에 의예과 정원이 크게 늘고 2017학년도에도 또다시 크게 는다. 의대만 두고 보면, 2015학년도에만 총 정원이 65% 늘어나고, 2017학년도에는 2013학년도 대비 정원이 2배가 된다. 공급이 늘어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합격선은 떨어진다.



둘째, 정시모집 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재학생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했던 수시모집이라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니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의 방식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변화하고, 더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차이 정도는 있겠다. 

셋째,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2001학년도부터 2008학년도까지 계속 줄어들던 수능 응시자수는 2010학년도와 2011학년도에 크게 늘어나 일시적으로 2002~2003학년도 수준에 이르렀다. 이 시기의 응시자 출생 년도가 서울 올림픽 이후 경제 호황기였기 때문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가장 경제적으로 힘들 때가 언제였는가? 바로 IMF 때였다. 그 시기에 태어난 (적은 수의) 학생들이 곧 수능 시험을 치른다. 수요가 줄어들면? 합격선은 떨어진다. IMF 직후인 1998년도에 태어난 학생들은 2017학년도에 수능 시험을 치르는데, 이때 비로소 의학전문대학원의 흔적이 거의 사라지고 의예과 정원이 현재의 두 배 정도로 복구된다. 이때가 되면 하위권 의대 합격선은 상위 3~4% 밖으로 밀려날 것이다. 의대뿐만 아니라 한의대, 치대는 물론이고 명문대 타과에 진학하기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실제 정시모집에서 원서를 넣게 되면 주의할 사항이 있다. 정시모집이 수능 점수로 줄을 세워 자르는 경쟁이기는 하지만, 그 줄이 한 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학력고사 점수나 수능 변환표준점수 총점을 가지고 전국 모든 수험생들을 한 줄로 세워 등수를 매겼지만, 지금은 대학마다, 학과마다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어떤 대학은 수학 영역에 50%의 가중치를 주지만, 어떤 대학은 수학 영역의 점수를 그대로 반영한다. 어떤 대학은 표준점수를 반영하지만, 어떤 대학은 백분위점수를 반영한다. 어떤 대학은 계산기나 컴퓨터가 없이는 내 점수가 몇 점인지 계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복잡한 반영 공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대학별로 수십 개, 수백 개의 줄이 있고, 각각의 줄에서 나의 위치가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유리한 줄’을 잘 골라잡아야 한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일 정보인 ‘그 줄에서 내가 몇 번째로 서있는지’를 수능 시험을 출제하고 채점하여 결과를 통보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험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입시 기관의 분석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입시 기관의 전문가들도 지금은 주먹구구로는 도저히 분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만드는 극소수의 전문가들’이 제작하는 입시 정보에 의존해 분석과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좋지 않은 상황은 그 분석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정시모집에서 운의 비중이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이다.

30년 전만 해도 학력고사 합격선 순서로 대학교 이름이 정렬되어 있는 신문 기사를 매년 입시철이면 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교육부는 수능 수석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한 줄로 세우는 등수를 없애기 위해, 수험생들마다 다른 영역, 다른 과목에 응시하게 하고,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의 정보만을 제공하며 (2008학년도에는 극단적으로 표준점수와 백분위 정보마저 삭제하기도 했다) 성적표에서 석차 정보를 삭제해 버렸다. 하지만 어쨌든 대학에서 합격자를 가를 때에는 더 점수가 높은 학생, 다시 말해 더 석차가 앞선 학생을 뽑아야만 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 대학이 나를 뽑아줄지 아닐지를 알기 위해서는 석차를 알아야만 하는데 그 정보가 없는 것이다. 교육부가 어떤 선의를 가지고 시행한 정책인지 명쾌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수험생 시점에서 보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원서를 썼다가 운이 없으면 대학에 다 떨어져 버리고 고졸자로 사회에 뛰어들거나, 엄청난 기회 비용을 치르며 1년 더 수험생활을 해야만 하는 문제다.

정시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전국에서 몇 등을 하면 어떤 의과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몇 등을 했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원서를 써야 하고,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 이후에도 내가 몇 등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자료를 취합해 그 정보를 추정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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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엄마를 위한 대학 입시 가이드 북의 일부입니다.

최종 수정 140617-1635



엄마를 위한 대학 입시 가이드 북 (엄마책) 은 국내 최대 규모 입시 사이트 ‘오르비’ (오르비스 옵티무스) 가 운영하는 학부모 사이트인 ‘오르비맘’ 에 2012년 게재한 원고 ‘명문대, 엄마가 보낸다’를 2014학년도 입시 실정에 맞게 다듬은 원고입니다. 엄마책의 초기 원고는 오르비에서 #엄마책 태그를 통해 게시할 예정이며,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거나, 입시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댓글을 통해 오르비 회원 여러분들의 조언이나 지적을 수용할 예정이며, 원고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전자책 혹은 종이책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회원 및 방문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엄마를 위한 대학 입시 가이드 북 (엄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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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ranghae · 452877 · 14/06/17 16:41 · MS 2013

    정시를 저리 쪼금뽑으니.....엔수들은 웁니다.....현역들은 수시가많으니 좋겟다고 생각되지만 떨어지면 입장이 달리지죠...떨어지자마자 정시를 노리는 엔수생이 될터인데.....
    솔직히 정시비율은 형평성에 맞게 올리는게 맞습니다..

  • rkdeorjcutjddml · 467301 · 14/06/18 10:28 · MS 2013

    정시모집비율이늘어나는거 아닌가요

  • 헤븐 · 488173 · 14/06/17 16:50 · MS 2014

    와우...잘 읽고갑니다

  • (ノ◕ヮ◕)ノ*:・゚✧ · 490397 · 14/06/17 17:00

    2017년ㅠㅠ!! 무슨수를써서라도 성공해야지ㅠㅠ

  • 박대니 · 388364 · 14/06/17 17:05 · MS 2017

    글에 있는 14년도 의과대학별 지원가능 전국석차백분위는 합격발표이전의 예상치인가요?
    아니면 실제합격결과를 바탕으로한 자료인가요?

  • lacri · 2 · 14/06/17 17:09 · MS 2002

    2013학년도까지 추이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2014학년도의 결과를 반영한 것은 아닙니다.

  • 박대니 · 388364 · 14/06/17 17:17 · MS 2017

    13년도기준으로는 대체로 정확한 것같은데 14년도 결과하고는 차이가 꽤 나는 것 같네요(오르비에서 발표한 대학별 석차백분위대로 보면)

  • lacri · 2 · 14/06/17 17:23 · MS 2002

    네 2014학년도 결과는 2015 수능 앞두고서 반영될 것입니다.

  • 박대니 · 388364 · 14/06/17 17:30 · MS 2017

    네 앞으로도 좋은 컨텐츠 개발 기대하겠습니다^^

  • akiyama · 405298 · 14/06/17 17:11 · MS 2012

    셋째문단중 탐구 4과목에서 3과목으로 바뀐 시점이 2012수능 아닌가요? 2011수능까지 4과목이었던거로 기억해요.

  • lacri · 2 · 14/06/17 17:26 · MS 2002

    네 2011까지 4과목, 2012-2013은 3과목, 2014부터 2과목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 애가3 · 484727 · 14/06/17 17:22 · MS 2017

    이렇게 되면 올해 수능이 끝나고
    곧바로 군입대 이후 수능을 준비하는게 상위권 의대 진학 경쟁에서는 내년보다 더 유리한가요?

  • 슈주 · 356906 · 14/06/17 17:38 · MS 2010

    역시 라끄리님의 깔끔한 글은 언제봐도 눈이 즐겁습니다.

    특히 저같이 꼼꼼한 성격의 학생으로써는요.

    하위권 치과대학의 경우 커트라인이 궁금했었는데, 상위 2~3% 까지 밀려났다니,


    다만 치과대학/한의과대학 쪽에 관련되어 언급된 부분중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의과대학과는 달리 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모두, '하위권'만 언급하셨다는 점이네요.

    물론 당해 지방대 한의과대학 커트라인 하위권의 경우 서강대 공대나 성균관대 공대 상위학과와 겹치는 사실은 명백한 FACT입니다만,

    당해 지방대 치과대학, 한의과대학의 커트라인 상위권은 언급하지 않고 하위권만을 언급하신 것은
    입시계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Lacri님의 입지를 생각할 때,

    '자칫 수험생들로 하여금 모든 지방치대와 모든 지방한의대의 커트라인이 마치 각각 2~3%, 4~5% 수준이며 치대는 연고대 공대, 한의대는 성균관대 공대' 수준이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의예과의 경우는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관심이 많으시죠^^)

  • 포카Lee · 390221 · 14/06/18 16:57 · MS 2011

    동감합니다. 한의대의 경우 4~5%면 빵꾸 뚫린 한의대 막차로 가는 성적인데, 그렇게 치면 의대도 빵꾸 뚫린곳은 결코 1%는 아닐텐데요.

  • 포라멘케꿈 · 263511 · 14/06/20 22:43 · MS 2008

    제목을 보세요

  • 공부중독 · 394688 · 14/06/17 17:39

    고대보다 연대가 높긴하구나...

  • 제르맹 · 343315 · 14/06/17 18:24 · MS 2010

    치대가 많이 하락하긴했군요. 저희 세대때는연치가 연의보다 높거나 같았었는데... 설치가 02 이후로 없어진 탓도 있지만 올해 치의예과 입결이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하네요.

  •  쭳 · 376374 · 14/06/17 23:08 · MS 2011

    그간의 내공과 정보가 집약된 매우 훌륭한 글이네요. 존경을 표합니다.

  • in709 · 408186 · 14/06/18 01:07 · MS 2012

    이 글 다른 공부 사이트에 퍼가도 되죠? 물론 출처는 남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