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해수부 장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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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hankyung.com/apps/news.view?aid=2014060853811
이게 장관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네요
전임 장관이나 총리 인선자 등등은..어휴
지난 2일 오후 7시. 백동저수지에서 팽목항에 이르는 5㎞의 길은 을씨년스러웠다. 세찬 바람에 길가 가로수들이 성난 파도처럼 넘실댔다. 강풍으로 제주도발 항공기가 결항 사태를 빚은 그날이었다. 나뭇가지에 달린 노란 리본들은 눈에 띄게 탈색된 모습이었다. 팽목항에도 빛바랜 과자봉지들이 나뒹굴었다. 실종된 아이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유품들이 코끝을 찡하게 했다.
세월호 침몰 48일째였던 그날 밤, 진도군청에 있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찾아갔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다. 장관 임명장을 받은 지 불과 40여일 만에 대참사가 발생한 이후 진도 현장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그다. 낡은 점퍼 차림의 이 장관은 초췌한 얼굴이었다. 머리칼은 국회의원 시절과 달리 이마 앞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함부로 자라난 수염은 덥수룩했다. 구두엔 모래와 시멘트 조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는 사전 동의 없는 인터뷰는 곤란하다고 했다. 대화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 장관은 팽목항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담담하게 얘기했다.
▷잠은 어떻게 자나.
“적당히 (진도군청에 마련된 상황실) 간이침대에서 잔다. 밥도 나가서 안 사 먹는다. 계속 배달시켜서 먹고 있다. 오늘 저녁엔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
▷서울과 마산(지역구)에 한 번도 안 갔는지.
“한 번도 안 갔다.”
▷부인은 안 다녀갔나.
“한 번은 옷가지를 가지고 (진도에) 왔는데, 아이고 내가 만날 수가 있나…. 수행원을 보내서 옷만 받았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이 좀 쓸쓸하던데.
“사람이 많이 줄어서 그런 거다. 사고 초기 1000명이 넘었던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에 비하면 지금은….”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실종자를 빨리 찾아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16명에서 딱 멈췄다. 너무 답답하다.”(이 장관을 만난 6월2일 상황으로 8일 현재 실종자 숫자는 13명으로 줄었다.)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
“매일 한 번씩 진도군청, 실내체육관, 팽목항을 돈다. 군청에서는 상황회의,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선 가족들에게 브리핑한다.”
▷주무장관으로서 세월호 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무 참담하고 죄송하다.”
▷사고 초기 가족들이 이 장관을 포함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원망과 불신을 표시했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난데없이 당한 가족들의 분노가 워낙 컸다.”
▷욕설을 듣고 멱살이 잡혀 옷 단추도 뜯어졌다는데.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다 내가 감수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것 때문에 팽목항을 하루도 비우지 않은 것인가.
“어쩔 수 없다. 피하려고 하면 가족들의 분노가 갈 데가 없다.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무엇보다 내가 사고 수습을 지휘해야 하지 않겠는가.”
▷변화가 있나.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가족들이 ‘저 양반은 욕하고 쏘아대도 도망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걸 아시는 것 같다. 어떤 분은 우리 애 찾을 때까지 끝까지 있어 달라고도 한다.”
▷해양경찰청 해체 소식을 진도에서 들으셨겠다.
“그렇다. (발표 전까진) 몰랐다. 나도 충격이었는데 해경 사람들에겐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해경은 해수부 산하로 돼 있는데.
“외청이다. 안전행정부의 외청으로 경찰청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독자적이다. 인사에도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그동안 장관들이 신경을 제대로 못쓴 게 사실이다.”
▷진도엔 언제까지 있을 계획인가.
“수색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마무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일단 (세월호에 있는 집기들을) 다 들어내고 제대로 한 번 둘러봐야 한다. 장애물을 치우면 그동안 안 보이던 사람들이 나올 수가 있다.”
▷수색 상황은 어떤가.
“4층 선미에 4m 높이의 화물이 쌓여 있다고 한다. 그 짐 속에 실종자가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잠수사들이 손으로 다 더듬어 찾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
▷절단작업을 하는 이유인가.
“그렇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바로 며칠 전에 절단 작업 중 민간 잠수사 한 분이 희생됐다. 너무 위험한 작업이다.”(이 장관과의 만남 이후 절단 작업은 성공했고 화물 짐을 치우는 작업도 시작됐다.)
▷인양 작업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아직은 논하기 어렵다. 1년은 걸려야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본다고 보고받았다.”
▷왜 그런가.
“배가 워낙 크다. 게다가 곧 장마와 태풍이 닥친다. 수색이 끝나야 인양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해수부 장관으로 임명된 지 40여일 만에 참사가 터졌다. 유병언(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청해진해운이란 이름은 알고 있었나.
“몰랐다.”
▷평형수라는 개념은 알고 있었나.
“해수부 장관 된 뒤에 알았다. 한국의 평형수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상당하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작 평형수가 모자라 배가 침몰했다고 하니 너무 씁쓸하다.”(선박의 안전을 위해 넣는 평형수는 바다의 생태계 교란과 오염 등의 이유로 선박이 머문 곳의 바닷물로 채우지 않고 별도의 비오염수를 사용한다.)
▷(지역구인) 마산 ‘바다’와 진도 ‘바다’가 다른가.
“많이 다르다. 마산은 무역항이고 만(灣)이다. 만은 바다가 잠잠하다. 물살이 세거나 파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진도는 다르다. 여기 오기 전까진 조류가 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무슨 의미인가.
“진도 앞바다에 나가 보니 물방울들이 바닷물 위에 수없이 생기는데 그 물거품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대체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어떨 땐 한 곳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렇게 멈추는 시간이 정조(停潮)기였다.”
▷해양 안전 업무는 세월호 참사 전엔 중요도가 크지 않았던 것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해수부에 안전을 전담하는 해사안전국을 두고 있다. 바다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매일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곳이 바다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로 안전을 중시했다고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면목이 없다.”
▷초기 대응시 대책본부를 두고 혼선이 있었다.
“본래는 큰 재해가 생기면 안전행정부가 총괄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진도)에 가족들이 다 있고, 구조도 이뤄지고, 가족들의 요구사항도 여기서 나오다 보니 차츰 진도가 중심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화를 자주 하나.
“글쎄…. 내가 구체적으로 대답할 질문이 아니다. (기자들 짐작대로) 전화하지 않았겠나.”
▷일각에서는 이번 참사 때 해양 안전의 중요성을 절감한 이 장관의 유임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아니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바로 사표를 낼 생각이다. 그게 도리다.”
▷그래도 지금껏 보고 느낀 것을 구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지금은 (날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막상 물러나지 않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장관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해수부 장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
“노코멘트 하겠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어떻게 달래야 하나.
“욕을 먹더라도 획기적인 개혁 조치를 내놔야 한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관으로서 어떤 개혁 조치를 구상하고 있나.
“우리나라는 조선 강국인데, 일본에서 선령 20년짜리 선박을 사오는 구조부터 잘못된 것 같다. 우리도 신조(新造)로 여객선을 띄워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알아 보니 일본은 (신조시) 정책자금을 준다고 한다. 배를 새로 짓는 회사에 장기 저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년 뒤엔 다른 나라에 중고 선박으로 판다고 한다.”
▷선박 건조에 준공영제를 도입한다는 얘기인가.
“나중에 발표할 종합대책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했다.”
▷민간 잠수사 일당 논란이 있는데 얼마를 주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 후불로 하기로만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실종자를 찾으면 인센티브도 주나.
“그럴 일 없다. 팩트가 아니다.”
▷민간 잠수사들의 고충도 클 것 같다.
“이루 말로 못한다. 정말로 애국자들이다. 돈 때문에 팽목항에 오는 잠수사는 거의 없다.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한 잠수사 대표의 얘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저는 훗날 제 자식이 아버지가 세월호 가족들을 구조하기 위해 목숨 걸고 뛰어들었다는 점을 기억하게 하고 싶을 뿐 다른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 잠수사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잠수사는 한 번 잠수하고 나면 12시간을 의무적으로 쉬게 돼 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잘 몰라주는 것 같다. 한 잠수사는 ‘저는 쉴 때도 TV 안 본다’고 하더라. 일부 방송에서 ‘성의가 없다’ ‘성과가 없다’ 등과 같은 비판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했다.”
(이 장관 측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만남이 의도치 않게 기사화되는 경우를 크게 부담스러워했다. 장관의 ‘언론 플레이’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 때문에 한경도 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만난 지 1주일 가깝게 기사화를 미뤄온 이유다. 하지만 이제 이 장관이 팽목항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신임 총리 후보자가 발표되면 개각 작업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임된다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 기사로 이 장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독자분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판단이 늦게나마 인터뷰 기사를 싣기로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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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총리 임명인을 보고 박근혜 주변에 사람이 이리도 없음을 한탄했는데 그래도 장관다운 장관이 한 명 있었군요.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유일한 방식은 아닐 터, 앞으로 이 일을 교훈삼아 해상안전을 강화한다면 그것도 책임을 지는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을듯 합니다.
이런 자세를 갖고 있는 인사를 차기 총리나 장관으로 골라 주시길 바랍니다.